딸 과 친구들의 파자마파티
작년 중순 쯤 부터 남편과 나는 주말부부다.
나와 아이들은 당분간 기존에 거주하던 곳에 남기로 했었다.
하지만, 이제 곧 남편이 있는 곳으로 이사를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얼마전 딸과 친한 친구가 우리보다 먼저 다른지역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많이 아쉬워 하는 딸과 친구를 위해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남겨 주기로 한다.
신랑에게는 하룻밤 더 숙소에서 머물다 올 것을 부탁했다.
신랑도 흔쾌히 받아 들인다.
아이들을 초대한 당일은 친정엄마도 당신의 집으로 돌아가시기로 한 날이다.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 친정 엄마를 바래다 드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마트를 들렀다. 김밥재료와 과일들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후3시 작은아이 치과치료 예약이 있다.
급하게 김밥재료들을 준비해서 1시간만에 김밥 10줄을 미리 준비해 두었다.
엉덩이 붙일 시간도 없이 작은아이를 데리고 치과동행,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딸과 친구들과의 약속시간이다.
나름대로 맛있는 음식들을 차려두었고, 평소에는 잘먹지 않던 망고까지 예쁘게 잘라 두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먹는양이 내 성에 차지 않는다.
나; "애들아~배 않고파? 김밥도 더 있으니 다른음식만 먹지 말고 골고루 많이 먹어~"
아이들; " 네~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다고 인사는 하는데 영 시원찮타.
바쁜시간 쪼개어 애써 준비한 음식들이 아이들 맘에 않들었나 싶다.
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잠시 놀이터에 나갔다.
그 틈을 타 내가 준비한 음식들을 하나씩 먹어본다.
'맛이없나?'
'음, 이정도면 괜찮은데..'
'요즘 애들은 참, 입이 고급이라니까...치, 차라리 된장국이랑 고등어를 구워 둘껄 그랬나...'
첫번째 멘붕, 이 정도면 먹을만 하지! 흥! 치! 뿡!
이러는 내가 왜이렇케 웃기던지, 식탁앞에서 실실 쪼개는 내 모습을 보고 둘째(아들)가
엄마 왜 그러느냐고 핀잔을 준다.
한참을 놀던 아이들을 씻기고( 아이들이 알아서 잘 씻음) 휴식시간이다.
한동안 말이 없는 아이들이 영 거슬린다.
'심심한가? 놀이를 제안해 볼까? 무얼 해주면 재밌어 할까?'
혼자서 나름 고민을 하다 번뜩, 미러볼이 떠오른다.
'우리아이들이 어릴때 미러볼을 틀어주면 그리 좋아했단 말이지!'
먼지가득 품은 미러볼을 깨끗이 닦아 실험삼아 콘센트를 꼽는다.
아주 잘 돌아간다.
아이들이 좋아할거라는 생각에 미러볼을 거실로 옮긴다.
나; "애들아~어때? 멋있지 않니?"
딸 친구들; "네~멋있어요."
아이들의 반응은 이게 다였다. 친구의 엄마가 실망하실까 예의삼아 일단 대답은 해둔다.
그리곤 얼굴표정 변화는 미동조차 없다.
나; '헉, 이게 아닌가?'
그리곤 딸과 아이들은 손살같이 딸의 방으로 사라졌다.
딸의 방에서 아이들끼리 장난을 치며 연신 히히 호호다.
두번째 멘붕, 둘째와 나만 남은 거실에서 미러볼은 잘도 돌아간다.
둘째는 테이블에 남겨진 슈붕.팥붕을 먹으며 지긋이 나를 바라본다.
엄마는 지금 슈붕.팥붕.멘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