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클레멘타인 Mar 21. 2017

싱글 라이더, 혼자 그렇게 계속

#클레멘타인 영화추천


길 끝에는 뭐가 있을까

인생 끝에는 끝이 있을까, 시작이 있을까.



괜히 이런 기분 들 것 같아서 미루고 미루다가 보게 된 마약 같은 영화, 싱글 라이더.


잃어버린 어떤 것이 있다면 추천합니다.

스포 있습니다.




기러기 아빠, 성공을 향해 달리는 남자, 화이트 칼라 증권맨, 영어로 격차를 벌리고 싶은

잘 나가는 삶이 뭔지 아는 남자.

이병헌.


아니 안다고 착각했던 남자.

이병헌.


영화는 전반적으로 이병헌의 연기로 다소 무겁게 진행된다.


툭 뱉어지듯 나오는 대사에서 자꾸만 긴 물음에 빠진다.


영화는 시작부터 주인공을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덧. 현실에서 그를 좋아할 수 없지만 스크린 안에서 만큼은 어쩔 수 없는 마성의 남자. 이병헌. 그래서 일적으로 좋아해야 해. 일적으로.ㅠ)








1. 믿음 : 배신


성공을 위해 사는 남자에게 실패란 낙인과 같다. 한낱 꿈일 뿐이었다는 걸 절절하게 알게 되는 순간.

인간은 자신의 민낯을 그때서야 바로 볼 수 있다.


될 거라고

큰돈 만지게 해 준다고

지인 친척 가족 깡그리 몽땅 끌어들인 부실 채권에 1조가 넘는 돈이 공중분해된다.


누군가에게는 피고름 같은 돈이었고 누군가에게는 한 줄기 희망이었으리라.


누군가는 알면서

누군가는 모르면서

그래도 혹시나 하는 믿음에서

모든 사기는 그렇게 타협점을 찾는다.


죄를 진 사람은 있는 데, 죄를 뉘우치는 사람은 따로 있다. 가담자와 주도자의 선택은 극명하게 다름을 알 수 있었다.



다 뺏기고 이용만 당하면서, 뭘 그렇게 우아한 척하는지.
나도 돌이키기엔 늦었나 봐요.




증권사 회장은 여여하게 TV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가장 아랫사람은 무릎을 꿇는다.


하지만 더 밑에 투자자들은 인생을 꺾겠지. 그렇게 믿음이라는 환상은 배신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온다.


아프다.








2. 가족의 삶 : 개인의 삶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

구를 위한 선택이었나



애 하고 와이프 여기다가 보내 놓고, 2년 동안 한 번도 궁금하지 않았어요.




영어는 해야 성공한 삶의 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 설득하던 이병헌, 그에게 성공은 무엇이었을까?

자본을 끌어안고, 더 좋은 차, 좋은 집, 그럴듯한 모든 것들을 소유함으로 누군가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삶. 하지만 그런 성공은 모래 위의 성일뿐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 그의 인생은 다시 시작된다.




영화는 그렇게 망해 버린 이병헌의 시선으로 쭈욱 따라간다.

마치 타인처럼 무작정 날아간 호주에서도 그는 가족들 곁에 선 듯 다가가지 못한다. 그의 시선은 관객의 시선이다. 영화를 보듯 그는 자신의 가족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계속 늘 이방인 행세를 한다.




하루도 안 쉬고 매일매일 노력하는 거, 그거 힘들고 귀찮아.




호주에 가서 영어 공부를 하고 오라는 남편의 말에 공효진은 탐탁지 않지만 그래도 어쩌랴. 가족의 성공을 캐리하고 있는 건 남편인걸. 누구나 가족이 되면 공동체의 운명을 지닌다. 그러니 우리는 선장의 말을 따를 수밖에.


취미로 시작한 바이올린으로 호주에서 업을 삼을 정도로 연습한 공효진.

그녀는 면접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오는 1주일을 미루고 이병헌과 사이가 서먹해진다.

공효진은 그렇게 자신의 결정을 주장해서라도 무언가를 결정하고 싶다.


그렇다. 가족의 구성원 중 한 사람이 아닌 무언가 주체로 결정하고 의견을 내고 싶다. 그녀는 그렇게 앞으로 닥칠 1주일은 상상도 하지 못 한채 자신만을 위한 인생에 한 발 내딛는다. 그렇게 하는 게 지난 바보 같던 삶에 대한 보상 이리라.


엄마도 아내도 아닌 오롯이 자신만의 삶을 개척하는 것. 그것이 진짜 자신일 거라 생각한다.







3. 시스템 부재 : 개인의 문제



새벽 5시에 버스를 타보면은요, 게을러서 가난하다는 말 그거 진짜 다 개소리거든요.


이병헌이 우연히 만나게 되는 소희,

처음 영화 중반까지 도대체 왜 이 인물이 필요했을까.

불륜 맞불 작전이라도 저지르려나? 이런 생각으로 갸우뚱했다. 그리고 감독의 강펀치에 한방. 나는 사전에 영화에 대한 정보가 1도 없었기에 가능한 시나리오였지 않나 싶다. (알다시피 금방 브르스 윌리스가 귀신이다 하는 이야기는 떠돌기 마련이니까.)


그녀는 워홀로 온 젊은 청춘이다. 하지만 비자 기간이 지나고 환율이 떨어지자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새벽 4시부터 일어나 꼬박 일하고도 돈이 모이지 않는다. 게다가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떨어지는 환율은 그동안의 노력을 헛고생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녀의 사고는

조금이라도 욕심 냈던 그녀의 문제였을까.

미래에 대비 하지 못 한 개인의 문제였을까.

헛된 꿈을 꾼 청년의 문제였던 걸까.


1조 원을 꿀꺽하고 수많은 사람이 쓰러져도 잠시 감방 여행? 다녀오면 되는 누군가는 시스템을 잘 이용하는 사람이고, 사기를 못 치는 나머지는 다 등신이 되는 세상 같다.









4. 작은 침대 위에 커다란 외로움


i'm lost



40년 동안 낯선 사람은 본 적 없다는 마을 주민의 말에 이병헌이 툭 내뱉은 말. 그는 그렇게 홀로 마을을 떠돈다. 가족의 하루를 살피고, 집안 모든 것을 샅샅이 들여다본다. 곳곳에 남겨진 그가 미쳐 발견하지 못한 가족들의 외로움을 고스란히 느끼며.


왜 이렇게 까지 외로운 존재가 되어야 했던가.

우리 모두는 외롭다. 연인이 되어도, 가족이 되어도 바라만 보는 존재가 될 수 있다. 하나인 듯했으나 문득 정신 차려 보면 나만 남아 있다. 다가설 수 없는 가족의 틈에 그렇게 잠시 몸을 뉘어 본다.


자신의 선택이 올바를 거라고 모두들 그렇게 살아간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자신만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게 너무 미안하다. 이병헌은 구석에 남아 있는 게스트 하우스의 작은 틈에 몸을 뉘인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어렵게 만들었을까?




다닥다닥 붙은 침대에 오롯이 홀로 눕게 되는 게스트 하우스의 침대.

그리고 그 위에 모로 누운 안소희,

홀로 집에 남아 있다 이병헌을 보고 끝없이 따라오는 강아지 치치,

차가운 흙 구덩이에 구겨진 채 누워 있는 안소희,

이중문이라는 걸 잊어버려 오랜 시간 죽은 사실 조차 알 수 없었던 이병헌의 마지막,

부부라는 이름 아래 부부가 아닌 삶을 사는 크리스 그리고 공효진의 처음이자 마지막 육체의 나눔.





이 모든 것들이 어찌 쓸쓸하고 외롭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것들은 어쩌면 영원히 채울 수 없는 인생의 무게일지도 모른다.








5. 진심 : 의심


영화는 전반 내내 아내의 외도를 의심한다.


하지만 끝으로 갈수록 가족들은 이병헌을 그리워함을 알 수 있다. 아이의 공책에서, 그리고 공효진의 불안한 전화에서, 마지막으로 가족 이민을 원하는 그녀의 마음에서.


우리는 왜 상대의 진심을 알아채지 못할까.

부대끼며 사는 가족이라고 해도 말이다.


공효진은 아빠의 자리에 크리스를 집어넣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하게 빈자리를 채우고 싶은 마음이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 자리에 그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한국과 호주의 거리만큼 멀다. 시차가 아무리 1시간 차이라고 해도 말이다.



엄마랑 같이 매일매일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

관객처럼 곁을 맴돌던 이병헌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들과 접촉을 한다. 그리고 진심을 털어놓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들의 해맑은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



It's my fault. Everything.


자신의 선택이면 후회 없고 올바를 줄 알았건 만 일은 걷잡을 수 없이 꼬여버렸고 다시는 풀지 못하는 매듭이 되어 버렸다. 이제야 잘라버린 실을 다시 이어 보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인생의 끝에는 과연 끝이 있을까?


혼자 만의 안식을 찾아가는 싱글 라이더들

표현 방식의 차이였을 뿐 그들 마음속에 모두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은 같았다.


삶의 무게가 감당되지 않을 때,

인생에서 무언가 상실했을 때,

그때 보면 좋은 영화.



 싱글 라이더.




그냥 나 자신을 견디고 있습니다.







.

.

.

네, 저도요.





#바다를사랑한클레멘타인


영화를 미친 듯 좋아하지만 영화평은 잘 안 쓰는 영화 덕후, 구독 Please.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보러가기


매거진의 이전글 로건, 나의 히어로를 돌려주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