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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상극의 희극>

by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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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브런치에서 글쓰는 garden 입니다.

드디어 제 책이 세상에 나왔네요. 믿기지 않고, 얼떨떨하고, 그렇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쓴 지는 1여년 정도 된거 같고, 저의 귀찮아 보이고, 참여의식없이 겉도는 태도에도 불구하고 여기서도 글만으로 연결된(전 그렇게 믿습니다!) 몇몇 좋은 작가님들을 알게 되었고, 그 분들이 간간이 여쭈어봐 주셨어요. 책은 잘 되어 가냐고.


드디어 대답을 드릴 수 있게 되었네요. <상극의 희극> 이라는 제목으로 제 첫 에세이집이 나왔어요! 한수희 작가님께서 추천사를 써주셨고, 편집자님의 은혜로운 도움이 있었습니다. 책 한권이 나오는 과정에 많은 노력과 수고가 들어간다는 걸 알게 된 시간이었고, 평생 잊을 수없는 이벤트였어요. 내용에 대해 여쭈어봐주신 분들도 몇몇 계셨는데, 그 대답은 본문 몇몇 발췌해서 두는 것으로 갈음할게요.




그의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은 머뭇거리거나 망설이고 수줍거나 민망해하는 그의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어떤 말인가 하고 싶은데 그러질 못하는 표정일 때, 그의 손가락들은 어김없이 자신만의 의지와 영혼이 있는 것처럼 조바심을 내고 있었다. 어떠한 고민에 빠져 답을 보류해야 할 때면 손가락도 조용하고 가지런하게 상념에 빠진 듯 보였다. 감정을 숨기지는 못하되 조심 스러운 그 손가락을 연애 기간 내내 사랑했다. (p.30)




여느 날과 다름없이 이름 짓기에 골몰하던 그가 산책길에서 새로운 제안을 해왔다.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서 역 이름에 들어가는 발음들을 조합해 이름을 만들어보자는 거였다. 이건 또 무슨 개소리인가 싶었지만 한편으로 머리를 굴려보니 지하철역 중에는 서현, 아현, 미아, 혜화처럼 발음이나 조합이 곱고 예쁜 이름이 많았다. 마지못해 응하는 척했지만 하다 보니 자존심 상하게 조금씩 재밌어졌고, 나중에는 도시나 동네 이름으로도 해보자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에 이르렀다. (p.56)




무엇보다 그 호텔의 예약을 망설였던 가장 큰 이유는 호텔이 서울에 있어서였다. 왜 집에서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지, 누가 같은 동네에 ‘놀러’ 가지 ‘여행’을 간다고 하냐며 남편이 타박해올 것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정작 남편이 꺼낸 얘기는 더 가관이었다.


“아니, 넓은 집 놔두고 왜 단칸방에서 비좁게 자야 돼??”


헐! 단칸방이라니. (‘헐’이라는 표현보다 내 마음을 더 명확히 드러내는 단어를 찾지 못하겠다.) (p.78)




- 사십 대가 되니 뭐 그리 대단히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아니어도 인연은 자연스레 정리가 되었다. 사실 ‘불미’보다 ‘빈정’이 가까운 사이에서는 사람 속을 더 상하게 한다. 빈정이라는 말은 명사가 아니라서 사전에 ‘동사 빈정거리다의 어근’이라고 나온다. 그러나 우리는 빈정이 상할 때, 그 ‘빈정’이 무얼 뜻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불미스러운 사건은 차라리 잘잘못이 명확하고 그에 따른 매뉴얼이란 게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준비되어 있다. 상식적으로 사과하고, 상식적으로 용서하고, 상식적으로 화해하면 불미스러운 일들은 얼추 봉합이 된다. 그러나 아주 사소하고 미미하게 빈정 상하는 일들은 시시비비를 가리기가 힘든 일들이다. (p. 193)




오늘 방금전부터 온라인 서점에서 판매가 시작되었습니다. 조만간에 브런치에서 글을 쓰시는 많은 작가님들, 저처럼 방향을 잃고 방황해보셨거나, 막막하신 초보 작가님들 많이 계실텐데요,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북토크 자리도 고민중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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