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극의 희극> 출간후기 1.
육아휴직을 한 후 본격적으로 브런치에 글을 시작한 지 딱 1년만이었다. 출판사 '퍼스널 에디터' 로부터 연락이 온 것이. 그 때 고작 구독자가 130명 정도인 나의 브런치를 보고 연락을 해올 출판사가 있을까, 하고 조바심이 났었지만 한편으로는 늘 출판사의 연락을 기다리면서 글을 썼다. 구독자 수는 쉬이 늘지 않았고, 그 때 가장 중점적으로 노력했던 부분이 매혹적인 제목과 매력적인 서론에 대한 것이었다. 제목을 보고나서는 내용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글, 서론만 읽고는 되돌아갈 수 없는 글. 내 목표는 그렇게 두 가지였다. 오로지 글로만 승부를 봐야겠다, 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이렇다, 할 글감이나 여봐라, 할 업적같은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쓴 지는 1년보다 좀 더 되었는데 그 때는, 아무 내용이나 생각날 때에 생각나는 방식으로 썼었고 그래서 내용도 중구난방에 분량도 짧은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그것들은 일기에 가까웠다. 구독자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과적으로 나의 글이 출판사의 연락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연재와, 통일된 글감, 흥미로운 내용, 그리고 그걸 아우르는 기획이 모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과정의 측면에서 봤을 때도 나에게 '지속가능한 글쓰기' 에 대한 동기를 주는 것도 같은 지점을 향하는 여러 편의 글을 꾸준히 쓰는 것이었다. 그 때부터 평범한 이야기를 어떻게 재미있게 쓸까, 에 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했던 것 같다.
'술' 에 대한 글을 꾸준히 연재했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 처음에는 등잔밑이 어둡다고 나와 가장 친밀하고 애증의 관계에 있는 술을 잊고 특별한 무얼 쓰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뒤져봐도 내 인생에 특별한 무엇은 딱히 없었으니까. 20대 시절 진짜 많은 술을 마신 나는 자연히 술에 관련한 에피소드도, 생각도 많았다. 술에 관한 얘기라면 술술 풀어갈 자신이 있었다. 술은 언제 생각해도 가장 평범하면서도, 가장 골때리는 그런 주제다, 적어도 나한테는. 그런데 이것은 운명인지, 그냥 운인지, 편집자님은 '드렁큰 에디터' 셨다. 아마 그러니 '술글' 에 끌리셨을 거다. 그러니 내 말은,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주제로도 기획자나 출판사를 사로잡을 수 있다. 내가 제목과 서론에 공을 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독자수를 늘리기 위한 글, 겉치레에 신경쓴 글보다 나만의 글, 내 강점이 드러나는 글을 쓰기위해 골몰하는 게 낫다는 판단으로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결정을 하고 나니 생각보다 많은 얘기들이 떠올랐는데, 그건 술을 마시던 횟수와도 물론 관계가 있었지만, 연재를 하는 내내 나는 하루종일 술글 생각뿐이었다. 알코올없는 알코올중독 상태였달까. 어떤 에피소드를 쓰지, 어떻게 서론을 뽑지, 어디로 진행시켜야 하지, 결론은 어떻게 내지, 더 재미있게 쓸 방법은 없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글의 퀄리티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생각을 했다고 내 역량을 낮잡아 고백하는 꼴같지만 그 땐 그렇게 진지하고 집요하게 술에 대한 글을 써내려갔다.
종종 현타가 왔다. 내가 지금 이런 시덥지 않은 내용에 대해 쓰는 것이 맞나. 구독자 수는 내 글의 대중성에 대한 방증이 아닌가. 언제까지 쓰기만 해야하는 것일까. 결국 일기장으로 남는 글이면 어쩌지. 그러나 중요한 것은 꺾여도 계속 하는 마음인 것!! 시덥지 않은 게 사실 여느 사람들의 일상이듯 술을 마시고 취하며 느낀점과 그것이 내 인생에 남긴 것들에 대해 솔직하게 적어내려갔고, 이것만은 나와의 약속이라는 마음으로 되든 안되든 일주일에 한 편씩은 글을 올렸다.
그러던 어느날 선물처럼, 정말 봄날의 선물처럼 나에게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정말 반한 원고가 하나 있었고, 전체적인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는 '퍼스널 에디터' 의 메일이이었다.
-초고에서 퇴고 작성까지
는 다음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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