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기차를 타보고 싶다던 벗에게 - 6
수진, 우린 게스트 하우스에서 차려주는 아침을 6시에 먹고 일찌감치 길을 떠났어.
집과 집, 길과 길을 이어주는 옆으로는 축대가 이어져 있는 길, (돌담이라고 해야 하나?) 산기슭에 집들이 들어앉은 마을, 축대가 또 다른 풍경을 만들고 있었지. 길 옆의 돌담 돌 틈 사이사이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있기에 꽃을 보면서 걷는 일은 나쁘지 않았어. 가지고 간 디지털카메라에 꽃을 담으면서 소똥과 말똥으로 꾸며진(?) 길을 하염없이 걸었지.
그렇게 걷다 보니 마을을 벗어난 지는 한참 됐더군.
8시 30분쯤 우리는 묵었던 마을이 아닌 다음 마을 '콤롱'에 도착했어. 배낭을 벗어 놓고 땀을 식히며 쉬는데, 구름이 심상치 않아 보였어. '부디..., ' 하는 마음으로 다시 길을 떠났지. 흙으로 된 내리막길이 시작 됐어. 돌을 놓아 만든 계단길이 아니라 좋더군.
내리막길 중간쯤에서 미숫가루와 과자를 먹으며 충전을 하는데 빗방울이 한두 방울 씩 떨어지는 거야.
먹다 말고 짐을 챙겨 다시 내리막길을 따라 걸었어. 마을이나 집이 없는 산길이고 이정표 하나 없는 길이라 사람들과 말이 낸 길만 따라가야 했어.
물이 제법 많이 흐르는 개울, 나무로 된 다리를 건너 반대편 기슭에 이르자 후두둑...!
비가 쏟아지는 거야. 저만큼 보이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어여, 오라'는 듯 손짓을 하는데 얼마나 반갑던지...!
비를 피하러 들어간 게스트 하우스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뜨거운 물과 짜파티에 오믈렛을 돌돌 말아먹고 나니 추위도 풀리고 기분도 풀리더구만.
쏟아지던 비는 한 시간쯤 지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뚝 멎었고, 우리는 다시 길을 떠났어.
게스트 하우스를 벗어나니 다시 오르막길. 얼마나 걸었을까!
우리가 하룻밤 묵어갈 '촘롱' 마을로 가는 길은 내리막길. 펼쳐져 있는 밀밭의 푸르름을 벗 삼아 힘을 내서 걸었지.
드디어 촘롱 마을 도착. 아직은 낮이지만 더 걷지 않기로 했어.
우리가 묵을 게스트 하우스를 정하고, 짐을 벗어 놓고는 잠시,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지.
'느림 걸음을 생각해 일찍 길을 떠났고, 내리막 오르막을 걷다가 비를 만나 뜻하지 않게 이른 점심을 먹고, 쏟아진 비 덕분에 먼지가 풀썩거리지 않아 좋았다만, 말똥 냄새가 진하게 풍겨오는 건 원치 않았던 덤.
시늠시늠 걷다 보니 몇 차례나 뒤에 오던 사람들이 앞질러 갔다. 그렇게 이 마을(촘롱)까지 왔고 내일 출발할 때를 생각해 마을 끝 쪽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로 묵을 곳을 정했다.'
돌아보는 시간을 멈추고 짐을 풀고 나니 후두둑, 다시 빗방울이다. 아, 고맙습니다~~
따뜻한 물에 땀을 씻고 나니 허기가 일었어.
조금 이른 시간이긴 했지만 저녁을 일찍 먹고 쉬기로 했지. 더 높은 마을인데 어제 묵었던 간드룩의 게스트 하우스 보다 음식값이 더 싸다는 것에 놀랐어.
뿐만이 아니라 양도 더 많고 채소와 달걀도 듬뿍, 골고루 많이 들어 있어서 더 놀랐지.
여행을 하다 보니 이런 것에도 감동을 하곤 하는 나를 만나곤 해.
이제는 잘 일만 남았는데 주는 대로 다 받아먹었더니 한껏 부른 배를 어찌할거나...!
하지만 할 일도 없고 피곤도 하고..., 그러니 일찍 자야겠지?
코스로 보면 내일이 고비라는데, 벌써부터 왼쪽 다리의 통증이 아우성치는 데 무시해야겠지.
너도 이렇게 걸어본 적 있니?
어제처럼 6시에 아침을 먹고 7시 출발~~
처음부터 돌계단으로 된 내리막길을 40분 정도 걷다 보니 다리가 나오고 다리를 건너니 오르막길.
살아온, 살아갈 삶의 고비고비처럼 오르막 내리막이 계속되고 있는 거야.
그렇게 오르내림을 몇 번 하다 보니 '시누와' 마을.
레몬차로 충전을 하고 '뱀부'로 향했지.
돌계단보다는 흙길이 많고, 평평한 길도 많아 걷기에 그리 나쁘지 않았어.
고비라고 하였지만 어제보다 더 낫다는 생각을 하며 걸었어.
숲이 우거진 곳을 지날 때는 쌀쌀하다고 느끼면서.
한 시간쯤 걷다 보니 가파른 내리막길. 그곳을 지나고 나니 '뱀부'였어.
대나무가 많아서 '뱀부'라는데 발음 때문일까? 대나무 마을로 느껴지지 않았어.
어쨌든 다음 마을로 가기 위해 우리는 또 채소 볶음밥을 시켜 먹었어.
해발 2,350미터. 내가 그동안 올랐던 산 가운데 가장 높은 곳은 설악산이었는데 그곳보다도 높은 셈이지.
그런데 마을이 있다니 네팔이구나 실감하는데 땀이 식어가니 엄청 추워지는 거야.
점심을 다 먹고 나니 웬걸! 우박까지 쏟아지는 거야. 굵은 우박이 하얗게 쏟아지다가 다시 비로 바뀌는 데 비를 피하게 된 것이 무엇보다도 다행이다 여겨지는 순간이었지.
트래커들은 비옷도 챙기나 본데 우리는 챙기지 않았거든.
우리는 다음을 생각해 비옷대신 (그곳엔 비옷이 없었다) 김장 봉투 같은 비닐을, 하룻밤 묵을 수 있는 돈에 버금가게 (150루피씩) 주고 샀어.
이제나 저제나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지만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비닐을 뒤집어쓰고 길을 떠났지.
왔다 갔다 그쳤다 쏟아졌다를 반복하는 비를 맞으며 한 시간 반쯤 걷다 보니 '도반'에 도착. 조금 쉬었다가 다시 걷기 시작. 그저 걸을 뿐이라는 마음으로 걷기만 했어.
너무 힘들다 여겨질 때면 잠시 멈추어 섰고, 선 김에 사진도 찍고...,
우리 일행이었던, 그러나 나의 걸음에 맞출 걸 생각하면 지루할 거라 여겼는지 (우리와 헤어져) 카트만두에서 만난 젊은 친구들과 먼저 길을 나선 젊은이를 만났어. 벌써 안나푸르나 ABC캠프를 갔다가 내려오는 길이라는 거야. 그것도 나흘 만에. 부럽고 대단해 보였지.
젊은 벗과 헤어진 뒤, 그저 걸을 뿐이라는 마음으로 묵묵히 걷다 보니 하루 묵어갈 마을 '히말라야'에 도착했어.
어느새 저녁 5시 30분, 엄청 추웠어. 해가 지면서는 얼음이 얼었고, 아무리 따뜻한 음식에 물을 마시고 따뜻한 옷을 입어도 덜덜덜, 한기가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게 하더군.
하지만 문득 올려다본 하늘은 어찌나 아름답던지. 별이 너무 맑고 밝았어.
가만히, 오던 길을 돌아보니 아찔한 순간도 있었음을. 비닐을 뒤집어쓰고 앞만 보고 걸어서 그렇지 오르막 내리막을 걷는 동안 조금만 삐끗해도 천 길 낭떠러지로 구를 것 같은 외길을 걸어왔던 거야.
게다가 미끄럽고 얼은 듯한 돌멩이를 밟을 때도 있었으니..., 발목의 아픔도 더 날카롭게 느껴졌어.
추위가 통증을 더 날카롭게 하는 건지도 모르겠어.
어서, 내 몸에서 나오는 따뜻함으로 찬기운을 몰아내기를 바라며 눈을 감고 잠을 청해 보는 밤이야.(다음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