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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편지 왜 안 줘?

말 없는 너의 기다림에 담긴 것

by 책피는엄마

아이와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한 지 3~4개월이 지났다.

편지에는 일상의 사소한 아픔, 기쁨을 나누고 우리 상황에 맞는 시 한 편을 적어 그에 대한 감상도 조금씩 주고 받는다.

원래 목표는 일주일에 한 통씩 주고받는 것이었지만 역시 계획대로 착착 행동하는 것은 힘들다.

5월은 무엇이 그리 정신없었는지 편지를 한통도 쓰지 못했다.

정신도 없었고 마음에 딱 들어앉는 시를 찾는데 한참 걸렸다.

그동안 동시집을 열권 가까이 읽은 것 같다.

내 마음을 울리고 딸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동시를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건 아마도 어른의 시선으로 찾아서이지 않을까.

어쨌든 이런저런 이유로 편지 쓰기를 미루고 있었다.


그런데 매사 큰 표현이 없고 세세하게 신경 쓰는 것보다 무심한 것이 많은 딸아이가 나에게 말을 건다.


"엄마, 편지 왜 안 줘?"


"어? 어. 써야지. 미안. 이번 주에 꼭 쓸게."


편지를 기다리고 있었구나.

표현이 많지 않은 아이가 편지 이야기를 서너 번이나 꺼냈다.

그 말이 낯설 만큼 매우 의외였고, 그만큼 뭉클했다.

그렇구나. 너는 나의 편지를 기다리고 있었구나.

동생의 탄생으로 관심과 사랑을 나눠야 했던 첫째의 숙명.

엄마의 관심과 사랑이 온전히 들어간 그 편지가 너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서둘러서 편지를 완성하고 아이에게 건넸다.

편지를 읽은 후 아이가 다가와 말했다.


"엄마, 이번 편지에는 질문이 없네?"


"아! 어머. 엄마가 질문을 안 했니?"


"응. 질문이 없어"



(시에 대한 질문을 두어 개 쓰곤 했다.)


건조한 투로 말하는 아이의 이야기에 나는 내 몸 어딘가로부터 저릿함이 퍼지는 것을 느꼈다.

두근거림인지, 놀람인지, 감동인지 모르겠다. 그 모든 감정이 섞인 저릿함이라고 하자.

'편지 왜 안 줘?'라는 말도 의외였는데 이번에는 '질문이 없다'라는 귀여운 지적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편지를 그냥 읽는 게 아니었다. 기억하고, 기대하고 있었던 거다.

말이 적고 표현이 서툰 너만의 침묵 속에 담긴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말 한마디에 그동안 내가 건넨 편지들이 너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처음으로, 처음으로..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너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엄마의 마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직 너만을 향해 쓴 편지는 너에게 사랑이자 위로였고 선물이었다.

질문이 없는 것도 너에게는 아쉬움일 만큼 기대하고 그리워했구나.


고마워. 편지 기다려 줘서. :)


이제 내가 너의 편지를 기다릴 차례.



우리의 첫 편지

01화 별에 무엇을 걸어 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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