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정신과 이야기1
아이를 키우면서 점점 향상되는 능력치가 있다.
바로 눈치다.
작년에 3학년이 된 첫째아이가 이상한 행동을 한다.
나는 아이의 증상을 금세 알아챘다.
아이는 여기저기 허공이며, 식탁, 바닥 위 등 글씨를 쓰는 것처럼 재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밥을 먹으면서, 말을 하면서, 책을 보면서, 잠들기 전까지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손가락 끝을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움직임은 불안해 보였고, 끈질기게 계속되니 어딘가 석연치 않았다.
한두 달 지켜보다가 결국 물어봤다.
“왜 그렇게 손가락을 움직여?”
"잘 모르겠어. 그냥 저절로 이렇게 돼.”
아이의 대답을 듣고도 엄마인 내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이 당혹스럽고 무서웠다.
내가 모르는 것이 나타난 그 순간, 왜인지 등골이 서늘해졌다.
동시에 얼굴에서는 뜨거운 열감이 느껴지고, 입술은 바짝 말라버렸다.
서늘하고, 뜨겁고, 말라버리고.
몸의 감각이 엉켜버린 것 처럼 머리의 회로들도 뒤엉켜버렸다.
후에도 아이의 이상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내 머리는 이유를 계산하느라 바쁘고, 마음은 두려워졌다.
자꾸만 모르는 것을 만난다.
모르는 것을 만날 때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몸으로 부딪쳐 알아내야 한다.
앞에 뭐가 툭 튀어나올지 예상 불가. 서바이벌 게임이다.
아이야.
너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내 직감이 빗나가기를.
**지금은 흔들리고 아프고 무서운 날인데,
언젠가는 이때의 흔들리며 아이를 키우던 날이 그리워질 것 같아요. 그래서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