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26'에서 찾은 실마리
이전 버즈빌 브런치 콘텐츠에서는 두 차례나 ‘리커머스’ 시장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리커머스 시장의 떠오르는 강자로 등장한 네이버의 ‘N플리마켓’에 대한 이야기부터, 2025년 상반기 커머스 트렌드 키워드로 리커머스를 꼽으면 무신사를 비롯한 새로운 경쟁자들의 인사이트를 나눴어요.
이번엔 시선을 리커머스 시장이 아닌 소비 심리로 돌려보려고 합니다.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는 법. 소비자들의 리커머스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브랜드부터 버티컬 플랫폼까지 ‘리커머스’ 서비스를 앞다퉈 강화하고 있는 걸로 보여요. 최근 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26년 키워드에서 그 이유에 대한 힌트를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버즈빌 마케터의 시각으로 분석한 2026년 소비 심리와 리커머스가 터지는 이유, 아래에서 확인해보세요!
최근 몇 년간 한국의 리커머스(Re-commerce, 재판매 및 중고 거래) 시장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며 이제는 명실상부한 '주류 소비 채널'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전에 잠깐 유행처럼 등장했던 개인 간의 중고 거래를 넘어, 현재의 리커머스는 정품 인증부터 시세 추적까지 전문화된 기술과 시스템을 갖춘 '체계화된 산업'의 형태로 진화하고 있어요.
+ 리커머스 시장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는 바로 이전 콘텐츠에서 다뤘기 때문에 전반적인 시장의 현황을 확인하고 싶다면 꼭 먼저 읽어보신 후에 이번 콘텐츠를 읽어보시기 바라요.
>> 네이버, 당근 잡을까? 다시 도전하는 리커머스 시장
하지만 이러한 폭발적인 성장을 단순히 물가 상승이나 경제 불황 때문이라는 뻔한 이유로만 설명하기엔 어딘가 부족해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궁금증은 더욱 커지죠. "연령을 막론하고 리커머스 시장이 이렇게 ‘핫한’ 이유는 무엇일까?", "왜 소비자들은 새 제품 대신 리커머스 플랫폼을 찾을까?" 결정적으로, "오늘날의 리커머스 제품이 '버리긴 아깝고 쓰기엔 애매한 물건'이라는 인식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지닌 대상으로 여겨지게 된 심리는 무엇일까?"라는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요.
이러한 질문의 답은 트렌드 코리아 2026에서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핵심 키워드는 ‘프라이스 디코딩’, ‘필코노미’, ‘픽셀라이프’입니다. 세 가지 심리적 변화를 통해 리커머스 시장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와 이를 기반으로 리커머스 시장을 선도하는 플랫폼들의 마케팅 전략을 파헤쳐 보고자 해요.
첫 번째 키워드인 ‘프라이스 디코딩(Price Decoding)’은 소비자가 제품의 최종 가격표만 보는 게 아니라, 그 가격을 구성하는 원가, 브랜드 가치, 유통 마진 같은 요소를 하나씩 분해해 보고 자신의 가치 기준에 맞는지 따져보는 초합리적인 소비 행태를 말해요.
예전의 중고거래는 주로 ‘정가 대비 얼마나 싸게 샀는가’, 그리고 ‘저렴한 가격에 비해 상태가 괜찮은가’를 기준으로 이루어졌어요. 하지만 이제는 가격과 품질을 넘어 ‘희소성’까지 평가하면서, 이 소비가 합리적인 구매인지, 혹은 투자 가치가 있는지까지 계산합니다. 즉, 단순히 싸게 사는 게 아니라 ‘내가 납득할 수 있는 가격으로 좋은 상품을 현명하게 샀다’는 심리적 만족감을 추구하는 거예요.
이런 소비 심리를 가장 정확하게 파고든 리커머스 플랫폼이 바로 ‘KREAM(크림)’입니다. 크림은 고가 제품 거래에서 가장 큰 리스크였던 ‘신뢰’의 문제를 해결했어요. 단순히 개인 간 거래를 연결하는 수준이 아니라, 정품 검수 시스템을 전면에 내세워 ‘정품 인증을 위한 검수 기준’과 ‘빠른 배송 추가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죠. 즉, 소비자가 왜 그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설명하는 구조를 만든 거예요.
그래서 소비자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신뢰’라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함께 구매하게 됩니다. 특히 구하기 어려운 제품일수록 가격이 오르지만, 소비자들은 그 프리미엄을 단순한 시세가 아니라 ‘가치에 대한 비용’으로 받아들이죠. 결과적으로 '현명한 소비를 했다'는 성취감과 만족감을 얻습니다.
또한 한정판 스니커즈나 희귀 브랜드 제품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상승하는 ‘투자 자산’으로도 인식되고 있어요. 크림은 이 ‘투자형 리커머스’ 문화까지 견인하면서 이렇게 프라이스 디코딩은 단순히 가격을 해석하는 소비 행태를 넘어, ‘나의 가치관으로 세상을 소비하는’ 문화로까지 확장합니다.
결국 이제 소비자는 브랜드가 제시한 가격이 아니라, ‘내가 납득할 수 있는 가치의 공식’을 스스로 계산하는 문화가 중심에 섰습니다. 크림은 이런 변화를 가장 먼저 읽어낸 플랫폼으로, ‘가격의 투명성’과 ‘가치의 정당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소비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두 번째 키워드 '필코노미(Feelconomy)'는 소비의 기준이 합리성이나 기능적 성능이 아닌 '기분이나 감정적 만족'이 되는 현상입니다. 리커머스에서는 이러한 ‘필코노미’가 ESG와 윤리적 소비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어요.
리커머스가 처음 주목받기 시작했을 당시, 기업들은 ESG 경영을 앞다퉈 외치던 시기였습니다. 그때의 리커머스는 마치 ‘아나바다 운동’의 확장판처럼 여겨졌죠. 소비자보다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 입장에서의 ESG 실천, 혹은 윤리적 소비의 상징으로 인식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ESG, 착한 소비, 윤리적 의식의 중심이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이동한 거예요. 소비자는 자신의 소비 행동을 통해 직접 윤리적 가치를 실천하며, ‘스스로의 선택이 세상을 바꾼다’는 감정적 만족을 추구합니다. 즉, 리커머스는 더 이상 기업의 ESG 전략이 아니라, 소비자의 가치 실현과 감정적 보상의 수단이 된 거예요.
모두가 아시다시피 소비자는 새 제품을 구매할 때, 그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적 부담'을 의식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편의점에서 봉투를 살 때 ‘환경개선 부담금’을 지불하는 등의 방식으로 환경에 대한 죄책감 아닌 죄책감을 상기시키고, 그에 대한 값을 지불하면서 해소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반면, 리커머스를 통해 물건을 재사용하거나 나눌 때, 이러한 죄책감은 ‘환경을 생각하는 착한 소비를 했다’는 긍정적인 자기 효능감으로 전환됩니다. 이는 소비자에게 강력한 심리적 보상을 제공해요. 지역 기반 커뮤니티 플랫폼 당근은 이러한 ‘따뜻한 불황형 소비’의 심리를 극대화했습니다.
당근은 기본적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 ‘이웃 간의 신뢰와 따뜻한 연결감’이라는 감정적 가치를 더해, 단순한 중고 거래를 ‘사람과 사람의 교감’으로 확장시켰어요. 사용자들은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를 넘어,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쓸모를 이어주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소속감과 정서적 유대감은 이 플랫폼이 주는 가장 큰 감정적 보상이죠.
이처럼 당근은 리커머스 구조 안에서 ‘필코노미’를 가장 현실적으로 구현한 사례로 볼 수 있어요. 편의성에 감정적 가치를 더해 차별화된 경험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실용적 소비 위에 감정적 만족이 더해진 새로운 소비 가치를 보여줍니다.
마지막 키워드 ‘픽셀라이프(Pixelated Life)’는 취미든 경험이든 삶의 요소를 작고, 다양하게, 빠르게 쪼개어 탐닉하는 마이크로 트렌드의 확산을 의미해요.
유행이 빠르고 개인의 취향이 세분화되는 시대에, 소비자들은 하나의 제품에 오래 묶여 있거나 큰 비용을 들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이때 리커머스는 ‘저렴하게 시도해 보고’, ‘손해 없이 빠르게 재판매’하여 다음 경험으로 넘어갈 수 있게 하는 ‘경험의 비용 효율화’ 도구 역할을 합니다. 일명 ‘찍먹’ 해 보며 내 취향을 찾는 거죠.
번개장터는 이러한 픽셀라이프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데 집중한 것으로 보여요. 중고 물품을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으로 포지셔닝하며, 간편한 등록 기능, 시세 예측 서비스 등을 통해 ‘언제든 쉽고 빠르게 팔 수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거든요.
즉, 구매자는 번개장터를 통해 ‘새로운 취미나 스타일을 저비용으로 해결'한다는 답을 얻게 됩니다. 물건 구매 시점부터 재판매를 염두에 두게 함으로써, 리커머스가 다양한 경험(픽셀)을 미련 없이 소비하고 순환할 수 있게 돕는 핵심 인프라임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만의 취향과 색을 확실하게 찾을 수 있는 경험까지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진행한 브랜드 캠페인에서도 그 면모가 돋보였습니다. 캠페인 메인 슬로건은 ‘새것아닌 내것찾기’로, ‘취향거래’를 전면에 내세웠죠. 이는 빠르게 취향을 찍먹하며 탐색하는 픽셀라이프적 소비 여정이 결국 ‘나다운 취향의 확립’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코쿤님의 “취향이 확고해지면 새것이 필요 없지”라는 대사는, 끊임없이 순환하며 쪼개진 경험들 속에서 ‘진짜 나다운 것’을 발견하는 순간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 사람들은 리커머스를 통해 새로운 것을 빠르게 시도해 보고, 또 빠르게 재판매하며 다음 경험으로 이동합니다. 번개장터는 이런 흐름 속에서, 픽셀라이프 시대의 소비자가 가볍게 찍먹하며 취향을 탐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죠.
그리고 그렇게 쌓이는 수많은 시도들 속에서, 소비자는 점점 더 분명한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갑니다. 결국 새것을 좇기보다, ‘이건 진짜 내 것 같다’는 확신으로 돌아오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번개장터가 말하는 ‘새것 아닌 내것 찾기’는 단순히 중고 거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취향이 만들어지는 여정에 대한 메시지처럼 느껴집니다.
마침내 번개장터는 물건을 사고파는 플랫폼을 넘어, 사람들이 자신만의 속도로 취향을 찾아가는 여정의 무대가 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리커머스를 통해 가볍게 ‘찍먹’하며 새로운 취향을 탐색하고, 또 누군가는 그 과정을 통해 ‘내 것’을 확신하게 되죠.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진짜 오래 남는 건 새로움이 아니라 나다움입니다. 번개장터는 그 ‘나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에 가장 현실적인 도구이자, 취향의 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요.
‘트렌드 코리아 2026’의 키워드를 통해 분석했듯이, 리커머스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은 단순한 경기 침체나 합리적 소비의 결과로만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 배경에는 소비자 심리의 근본적인 변화가 자리했다고 생각해요. 프라이스 디코딩, 필코노미, 픽셀라이프라는 키워드가 보여주듯, 소비자들은 이제 가격·감정·경험의 층위에서 각자의 기준으로 세상을 소비하고 있으니까요.
이런 변화 속에서 리커머스 플랫폼들은 더 이상 단순한 ‘중고거래 판매처’가 아닙니다. 이들은 소비 심리를 극대화하고, 사용자가 스스로의 정체성과 취향을 실험해 볼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로 자리잡았죠.
이번 콘텐츠에서 다룬 크림, 당근, 번개장터 역시 서로 다른 방식이지만, 요즘 소비자들의 심리와 맞물리는 방향성을 가져간다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결국 리커머스는 ‘한정된 예산으로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소비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개인의 취향을 현실적으로 실험하게 만드는 플랫폼 구조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소비자는 이제 새로운 제품 그 자체보다, ‘새로움을 경험하는 방식’과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나다움’에 더 큰 의미를 두며, 이런 변화 속에서 리커머스는 브랜드와 소비자 모두에게 가장 유연하고 지속 가능한 관계 설계의 해법이 되고 있습니다.
버즈빌은 최근 산업 전반의 트렌드를 면밀히 관찰하며, 새로운 인사이트를 고민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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