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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杂草

by 파포


올봄에 이사 온 집에는 고맙게도 뒷마당이 있다.

휑한 마당이 안쓰러워 해바라기씨를 심었더랬다.


두 딸아이와 함께 가지런히 씨를 심고,

부지런히 손 내밀어 물을 주고,

언제 싹이 올라올까 때때로 눈길을 주었다.


그러나, 올여름 무더위에 말라버렸을까?

해바라기는 새싹도 올라오지 않았다.


모처럼의 주말 오전,

뒷마당에 나가 낙엽을 치우고,

이곳저곳 자란 잡초를 뽑았다.


뽑아도 뽑아도 잡초는 자란다.

뿌리만 있으면 잡초는 자란다.


그 누가 눈길 주지 않아도

그 누가 손길 주지 않아도

오히려 손 내밀어 뽑아버려도

뿌리만 있으면 잡초는 다시 자란다.


잡초의 질긴 생명력을 느끼며,

뿌리내림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하여 본다.




사회생활 초기 경력은 뿌리내림과 같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서,

어디에 자리를 잡는가와

굳건히 뿌리를 내리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좋은 씨앗이 되고자, 좋은 밭에 심기고자,

우리는 그리고 우리의 자녀들은

십대와 이십대를 치열하게 살아낸다.

그리고 삼십대에 열심히 뿌리를 내린다.


뿌리내림의 중요성에 대하여는

아래 글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https://brunch.co.kr/@paphorist/34




AI가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이제 시작단계이니, 앞으로는 더 심화될 것이다.


모순적인 사실은 AI를 개발한 개발자들이

먼저 AI로 대체되어 실직하는 직군이라는 점이다.


전문가의 예측으로는,

이미 경력이 있는 30대, 40대의 경우에는,

AI가 경쟁자라기보다는 파트너가 될 것이지만,


아직 아무런 경력이 없는

현재 10대와 20대의 구직은 어려워질 거라고 한다.


관련영상 [지식인사이드]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님

https://m.youtube.com/watch?v=mOGzaJRFv2E


경력 쌓을 기회를 상실한 세대.

뿌리내릴 기회를 잃어버린 시대.

그러한 시대를 살고 있다.


10대 자녀를 둔 입장에서 걱정되는 현실이다.


전문가의 조언은,

남들보다 잘하는 영역을 빨리 찾아서

경력을 쌓으라고 말한다.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알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가지라고 말한다.




한국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며,

우리는 고용불안의 시대를 살고 있다.


비단 뿌리내릴 기회를 상실한

10대, 20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임원을 기피하는 현상이 있다.

중견기업 이야기가 아니다.

취업선호도 3위 안에 드는 대기업 HR 지인분께 들은 이야기이다.


예전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일.

가문의 영광이었던 대기업에서 임원이 되는 것을 기피하는 일이 지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


배경은 이렇다.

요즘 선배님들의 정년이 거의 보장이 되고 있고(노조가 있다) 그러다 보니 정년까지 (스트레스 없이) 가는 것이 낫다는 정서도 있다. 임원의 경우, 높은 급여와 명예가 있지만, 반면에 매우 강한 실적의 압박이 있고, 몇 년 안에 성과가 나지 않으면 계약이 종료된다. (임원은 계약직이다.)


최근 65세로 정년연장 법제화 논의가 있다는 정보를 공유하는 중에, 대기업 HR담당자의 입장에서 임원 기피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예견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노조가 있어도,

법률로 정년이 연장되어도,

여전히 고용불안이 있다.


산업경쟁력을 잃으며,

사업이 매각되고, 일자리가 사라진다.


불확실성의 시대, 고용불안의 시대이다.

노조와 노동법에 기대어 버티기만으로 살 수는 없다.


산업의 경쟁력, 회사의 경쟁력,

그리고 나의 경쟁력을 지속해서 키워야 한다.


주말 오전에 잡초를 뽑으며 든 생각이

이렇게까지 흘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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