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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마사지의 세계

세부와 보홀의 마사지 차이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여자 

필리핀은 휴양지가 많아서 그런지, 마사지가 발달했다. 갖가지 다양한 마사지가 있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우리는 보통 한국인이 운영하는 마사지를 자주 갔는데, 그때까지 해도 마사지 샵들은 다 그런 줄 알았기에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세부에 장기간 있다 보니, 소소하게 새로운 현지문화를 경험하게 되었는데, 그중에 하나도 마사지였던 것 같다. 처음 현지인 샵을 가게 된 것은 우리 친구 페르난도 때문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리 친하지 않았던 페르난도가 우리 부부를 보면 매일 하는 말이 있었다.


"난도! 마사지 싸요! 한국 사장 마사지 비싸요! " 


난도는 마사지를 소개해주고 소개비를 받았는데, 처음에는 적당히 받다가 친해지고 나서는 소개비를 거의 받지 않았다. 바닷가에서 하는 해변 마사지는 해보았지만, 현지인이 운영하는 마사지 샵은 처음이었다.

난도는 예약한 시간에 우리를 마사지샵으로 안내했다. 현지 스텝들은 친절하고 상냥한 얼굴로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여기서 잠깐, 내가 느낀 타이마사지와 필리핀 마사지의 차이를 말하고 싶다.

타이 마사지는 오일 없이 진행되고, 주로 혈관을 따라 근육을 이완해 주고, 스트레칭을 해주는 느낌이라면, 필리핀 마사지는 오일로 부드럽게 마사지를 해주어 심신의 안정과, 피로개선이 주 목적인 세러피에 가깝다.


현지인 마사지는 적당히 시원하고 적당히 부드러웠는데, 가성비는 아주 우수했다. 아이들은 마사지받자마자 잠들었다. 특히 막내아이는 마사지사님께서 

"베이비~~ 베이비~~ 끝났어~~ 집에 가자~~"를 여러 번 외친 후에야 일어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우리가 간 곳은 호텔옆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마사지 샵이었다.  난도가 말하는 비싸요 한국인 마사지샵이었다. 아늑한 인테리어와 허리를 몹시도 굽힌 인사가 인상적인 샵이었다. 현지인 마사지사는 캐주얼하다면, 한국인 마시지 샵은 정중한 느낌이었고, 수다도 떨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경직된 분위기가 다소 아쉬웠다. 아마도 그것은 진중한 분위기가 잘 맞지 않은 개인적 취향 일지도 모르겠다. 


세 번째로, 간 곳은 라바스톤 마사지를 아주 잘해주는 한국인 마사지 샵이었다. 라바스톤 마사지는 라바스톤(용암석 또는 화산암)을 뜨겁게 달군 후, 몸에 문질러 주어, 혈액 순환을 돕는 마사지이다. 뜨거운 라바스톤으로 마사지를 받다 보면,  등줄기에 땀이 흐르기 시작하면서, 피로가 풀리면서, 순간적으로 깊은 잠에 빠져들게 된다. 무엇보다도 친절한 직원의 미소가 고마웠다. 다음에 오게 된다면 그녀에게 또 마사지를 받고 싶어서 몰래 그녀의 이름을 외워왔다. 

네 번째로, 간 곳은 보홀에 타이거 오일 마사지 샵이었다. 어린 시절에 할머니가 바르시던 약 중에 호랑이 연고라고 표면에 호랑이 그림이 인상적인 연고가 있었다. 그 연고는 만병통치 약이었다. 멍들거나, 다친 데에 바르기도 하고, 코 주변에 바르면 막힌 코가 뚫리고, 근육이 뭉친 곳에 바르면 쫘르르한 연고가 근육통을 잊게 만들어주는 만병 통치약이었다. 그런데, 이 연고가 오일로 나왔다. 

이 오일을 마사지할 때 계속해서 발라주는 것이다. 이 오일을 바르면 온몸에 화한 기운이 퍼지면서, 파스를 바른 것처럼 반응한다. 바르다 보면 뭉친 어깨가 풀리고 특히 뒤에 데쓰힐이라고 불리는 후두하근이 놀라울 정도 자극이 되었다. 이 마사지 샵은 정중앙에 호랑이 그림도 잊을 수 없었다. 


필리핀 마사지의 세계는 다양하기도 하고, 조금씩 그 특징이 달랐다. 어떤 곳은 너무 상업 적이고, 어떤 곳은 설렁설렁하는 곳도 있었고, 어떤 곳은 명성에 비해 부족한 곳도 있었다. 그러나, 누가 경영하느냐와 얼마나 좋은 인테리어를 했느냐와  상관없이 우리 가족에게 잘해주는 직원들의 따뜻한 손길이 느껴지는 곳들이 있었다. 다시 가게 된다면, 그 마음을 잊을 수 없어서 찾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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