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잃는다는 건 생각보다 더 천천히 그리고 오래 찾아온다.
그 순간에는 모든 게 멈춘 것 같지만 정작 그 이후의 시간들이 더 낯설다.
그 사람 없는 하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
장례를 치르고, 위로의 말들이 사라지고 나면 남겨진 일상은 너무도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청구서는 여전히 도착하고, 아이의 밥은 매일 차려야 하고, 계절은 아무 일도 없던 듯 바뀌어간다.
그런 시간 속에서 나는 자주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잘 살아가고 있는 걸까?"
"이런 내가 살아 있다는 게 맞을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도 그 질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도대체 얼마나 지나야
'그래, 이제는 좀 괜찮아.'
그 말을 나 자신에게 건넬 수 있을까.
남겨진다는 건 그렇게 생의 한가운데에 홀로 서는 일이다.
누군가는 자리를 비워 떠나고,
누군가는 그 빈자리를 바라보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게 우리가 삶을 계속 '경험해 가는' 방식이라는 걸 조금씩 배워간다.
익숙했던 풍경도, 함께 웃던 시간도 모두 사라져 버린 것 같지만,
어느 날 문득 깨닫는다.
사라진 건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했던 '모습'이었다는 걸.
사람은 사라져도 마음은 남는다.
그 마음이 남은 자리를 지탱한다.
상실의 얼굴은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온다.
때로는 웃음 속에, 때로는 문득 스며드는 냄새 속에, 또 아주 평범한 대화 속에도 섞여 있다.
그래서 어느 날은 울지 않아도 슬프고, 또 어떤 날은 웃으면서도 그립다.
남겨진다는 건 아마 그런 일일 것이다.
잊지 않고 살아가는 일.
부정하지 않고 여전히 나를 사랑하는 일.
상실은 우리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질 수 있지만 사라진 것조차 사랑할 수 있다는 걸.
남겨진다는 건 버려진 것이 아니라 살아 있음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걸.
그리고 언젠가
나 역시 누군가의 하루에 남겨질 것이라는 것도.
그렇게
서로의 남겨짐 속에서 우리는 오늘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