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만이 아는 이야기 1
모슬댁 이야기(1편)
문풍지를 흔드는
허리 꺾인 바람이
아직도 회초리를 들고
푸르르 떨며 위세를 떨치던 날이었다.
그믐달은
눈썹을 밀고
새초롬하게
얼굴을 외로 꼬고
슬그머니
눈빛을 흘리던 밤이었다.
그 밤
마을 끝 우물가에서는
대문 닫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고
기웃거리던 소문 하나가
담장 위를 타고 넘어와
마당에 엎질러졌다.
성이 다른 자식 셋을 키우는
모슬댁이
다락논 서너 마지기를 뼈 빠지게 일구며
공부 잘하는 큰 아들을
대처로 보내 공부시켰다고 한다.
허리띠를 불끈 동여매고
기슭진 다락논 가꾸랴,
다른 집 품앗이하랴,
허리 펼 새 없이
일을 해 아들 뒷바라지에 여념 없었다.
그 아들이
공부를 마치고
서울서 자리를 좋게 잡았다고
마을은 한동안
모슬댁 이름을 높여 불렀다.
모슬댁은
그날 처음으로
머리에 띠를 두르고
하루 종일
드러누웠다고 한다.
아들이 귀향한 날이었다.
그는 앳된 아가씨를 동행해서 왔다.
아주 나중, 바람결에 들리는 말,
그 아가씨는 이웃 동네
모슬댁에게 예전 정을 준 남자의
막내딸이었다고 한다.
그해 겨울
모슬댁은
오랫동안 앓아누웠다고 한다.
곱상한 얼굴에 들일은 쉽게 못할 상이었는데
다시 일어났을 때
핼쑥한 얼굴로
무섭게 일만 했다 한다.
굽이굽이 얼어붙은 인생을
곡괭이로 내리치듯 살면서
간혹 먼 하늘만 쳐다보며
아무하고도 말하지 않았다 한다.
아들은
서울로 돌아간 후
다시 안 내려왔고
모슬댁도 일이 년 있다
마을을 떠났다.
모슬댁 이야기는
바람만이 아는
이야기로 남게 되었다.
그 후,
문풍지는
여전히 바람에 흔들렸고
허리 꺾인 바람은
회초리를 내려놓은 채
마을을 지나갔다.
그믐달은
다시 눈썹을 길러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로
밤마실을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