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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헤다 Oct 20. 2023

온전한 사랑

부모의 역할에 대한 고민


 


 연둣빛으로 찬란하던 봄이 가고 무더운 여름이 왔다. 쾌적한 실내에서 바라보는 여름은 반짝인다. 쨍쨍한 공기 속에서 성장하는 푸르른 자연을 바라보면, 내 안에도 열정적인 기운이 샘솟는 듯하다. 배가 점점 불러오니 잠깐의 산책도 점점 힘들어져 해가 진 저녁에서야 밖으로 나선다. 우리가 즐겨 찾는 산책길에서 듣는 여름 풀벌레 소리. 잠시 대화를 멈추고 주의를 기울여야 들을 수 있다. 딱히 시선을 두지 않은 채 멍 때리며 듣는 이 소리는 지금 내가 여름의 절정에 와있다는 감각을 일깨워준다. 여름을 싫어하지만, 좋아한다. 아무런 걱정도 없고 후회도 없이 현재에 머무르는 순간에는.


  아기가 생긴 이후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모든 관심과 걱정은 아기와 관련된 것이고, 우리집은 출산과 육아용품으로 가득 채워지게 되었다. 우리의 아기가 얼마나 사랑스러울지, 이 작은 존재로 인해 우리가 얼마나 더 행복해질 것인가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우리의 대화는 미래의 일상을 사랑으로 꽉 채워줄 아기에 대한 기대와 들뜬 마음이 잘 깃들어있다.


  올바른 부모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걱정도 하게 된다. 한 아이의 부모가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이 무기력한 피조물은 결국 ‘자력으로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이 아이를 이 세상으로 불러낸 장본인이므로 무한한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 아기의 탄생으로 인해 잠시 포기하고 미루어야 할 여러 가지 일들. 아마 나의 모든 일상은 아기에게 맞춰질 것이다. 작고 소중한 존재는 우리가 지금껏 이해하고 있었던 사랑이란 개념을 변화시킬지도 모른다. 내 안에 있는 모든 애정과 용기를 쏟아붓고 내 모든 에너지를 완전 연소의 방식으로 아기에게 쓰게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 좋겠다. 육아로 인해 내 마음이 가난해지는 건 원하지 않는다. 열과 성을 다하여 사랑을 주면서 한없이 연약한 아기를 온전히 케어하고 책임지는 동시에, 나만의 고유한 느낌을 깊이 관찰하고 알아차리는 일상이 되길 원한다. 즉 나 자신에 대한 사랑과 아기에 대한 사랑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것이 목표이다.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으니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늘 그랬듯이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내 마음속 파도를 다스린다면, 새로운 차원의 사랑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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