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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이야기

두 번의 이별

by 글 쓰는 엄마


내 핸드폰에는 아직 '마미톡'과 '모아베베'가 있다. 각각 다른 산부인과 초음파 어플이다. 2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지우지 못하고 있다.


이준이가 갓 돌이 지났을 무렵, 뜻밖에도 둘째가 우리를 찾아왔다.


이제 막 사람답게 살기 시작했는데,

복직을 겨우 한 달 앞두고 있는데,

고된 출산과 육아의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겪어야 한다는 게 기쁨보다는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마음을 가다듬고 '둘째를 가지는 이유'를 검색해 봤다. 이미 벌어진 일, 지금의 상황을 합리화시킬 수 있는 정당한 근거가 필요했다. 둘째가 있어 좋은 이유는 다양했다. 첫째가 외롭지 않다, 둘째를 세 돌까지만 키워 놓으면 둘이 잘 놀기 때문에 엄마가 조금 수월하다, 육아도 경력직이 낫다, 둘째는 사랑이다, 등등... 사실 그 어느 것 하나 내게 와닿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다시 새로운 생명을 품고 있다는 것이, 첫째 때만큼이나 신비롭고 신성하게 느껴졌다. 두려웠지만 해보기로 했다.


그때 당시 첫째와 코로나로 입원 후 막 퇴원했던 터라, 퇴원하자마자 산부인과로 달려가 아기는 멀쩡한 지부터 확인했다. 1cm의 조그마한 집을 예쁘게 만들어놓은 둘째. 아기집을 본 순간 두려움은 눈 녹듯 사라지고 다시 한번 잘해보자, 응원의 기운이 올라왔다. 내게 이런 힘이 남아있었나, 싶었다.


그러나 다음 검진날, 아이의 심장이 뛰지 않는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고 내가 했던 모든 행동이 원망스러웠다. 나에게 와준 아이를 왜 좀 더 반겨주지 못했을까. 왜 장거리 여행을 조심하지 않았을까. 왜 이 모든 걸 당연하게 생각했을까.


남편이 꾸었던 태몽대로 태명도 붙여주었던 아이를 보내주던 날, 수술대 밑에 놓여있던 스테인리스 통을 보고, 저 차가운 곳이 내 아이가 떨어질 곳이구나, 하는 생각에 춥디 추운 수술실에서 세상이 끝난 듯 오열했다.




둘째를 다시 데려와야겠다는 의무감과 사명감 같은 것에 홀려 몸이 채 회복되기도 전에 다시 임신을 시도했다. 맘카페에는 유산 후 채 두 번째 생리도 전에 다시 임신하여 잘 키우고 있다는 글이 심심찮게 보였다.


곧 다시 임신을 했고, 아기집을 보고, 아이를 보고, 아이의 심장이 뛰고 있으니 이번엔 안심하라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 심장이 콩닥콩닥 잘 뛰고 있어 '심콩이'라고 태명도 지어주었다. 심장이 잘 뛰고 있으니 그것으로 모든 테스트를 통과한 것만 같았다.


그러나 가혹하게도, 이렇게 찾아온 두 번째 둘째마저 갑자기 심장이 멈추어 나를 떠났다. 의사는 "건강하게 태어나지 않을 아이는 아이 스스로 성장을 멈춘다. 태어났어도 건강하지 않았을 아이다. 엄마의 잘못이 아니다." 라며, 이미 다른 두 곳에서 유산 판정을 받고 마지막 희망의 끈을 잡고 찾아온 나를 달랬다.




회의 중 과거 캘린더를 뒤척여보다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2022년 7월, 5일의 유산휴가, 5일의 특별휴가, 그리고 연이어 5일의 연차 사용이 표시되어 있었다.


지금 함께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주변 도움 없이 맞벌이로 애 둘. 힘들어 후회했을까?


가끔은 어떤 아이였을지 궁금하고 보고 싶다. 그리고 지켜주지 못해 아직도 미안하다.


잠시였지만 내 품에서 포근히 머물다 갔기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2024년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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