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미국에 오다
미쳤었지. 전날 여자친구가 도착한다는 생각에 잠을 한숨도 못 자다가, 아침에 공항 나가기 2시간 전에 잠들었어.
여자친구가 공항에 도착하기 1시간 전에는 이미 공항에서 기다렸어야 했는데, 운전하면서 도착할 시간을 대충 계산해 보니 20분이나 늦을 것 같았어. 안될 일이 있으면, 계속 꼬이더라고. 공항 가는 길에 공사구간이 있어서 너무 막혔어.
시간을 보니, 이미 도착은 했을 것 같고, 공항까지의 거리는 아직도 많이 남았고.. 입국 심사 줄이 조금 길었으면 하는 생각도 했어.
마음은 자동차 레이서였지만, 자동차는 거북이들이 경주하듯 느리게 움직였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차를 주차하고 공항 건물로 뛰어 들어갔어. 고개를 휙휙 돌리며 그녀를 찾고 있는데, 창가 쪽에 햇빛에 비친 그녀의 모습이 보였어. 갈색 긴 생머리가 찰랑찰랑 거리며 그녀가 고개를 드는데, 눈을 떼지 못했어.
"오래 기다렸어? 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어."
"내가 미국까지 왔는데, 이렇게 기다려야겠어?"
날 째려보면서 일어나던 그녀는 날 꼭 안아주며,
"그래도 이렇게 보니까 너무 좋다."
우리는 어제까지의 그리움을 가지고 꼭 끌어안고, 지금 느끼는 설렘을 만끽했어. 그녀의 캐리어를 끌며, 길었던 롱디의 시간을 조잘조잘 거리며 입으로 풀었어.
점심을 먹기 위해서 달라스 다운타운에 있는 (내가 자주 가던) 베트남 쌀국숫집으로 향했어.
나는 아직 미국에 있어야 할 날들이 많이 남았기에, 여자친구랑 결혼을 하고 이곳 미국에서 같이 지냈으면 하는 게 당시 나의 바람이었어. (여자친구의 마음은 어떤지 당시에는 몰랐어) 그래서 여자 친구가 이곳 미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길 바랐어. 여자친구가 도착하기 전에 어떤 음식이 이곳에 대한 인상을 좋게 할 수 있을까 해서 많이 고민했거든. 베트남 쌀국수는 한국 유학생들도 많이들 좋아하는 메뉴라 그녀의 입맛에도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고 고른 메뉴였어.
"우와! 음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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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쌀국수를 한 젓가락 들어서 먹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음식이~ 진짜 짜다."
난 미국 살면서 내 입맛이 바뀐 건지, 내 입맛에는 맛있었는데, 여자친구는 이곳의 모든 음식이 너무 다 짜다고 했어. 음식 때문에 왠지 미국에 대한 첫인상이 좋지 않은 것 같았어.
우리가 한국에서 함께 데이트할 때,
‘어느 좋은 여행지, 맛있는 음식이 있어서 좋은 게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이랑 함께여서 좋다 ‘
라는 말을 서로 자주 했어. 이곳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어.
음식, 좋은 장소라서 좋은 게 아니라 함께여서 행복하더라고.
저녁을 먹으며, 여자친구가 물었어.
"오빠, 우린 이제 어떻게 해야 될까? 내가 계속 기다려야 할까? 그러면 공부 끝나고 오빠는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어?"
여자 친구의 질문에 확실한 대답을 해 줄 수 없었어. 사실 난 내가 학생이더라도 결혼을 하고 싶었는데, 1년 전에 했던 상견례가 끝나고 부모님이 나에게 한 말이 우리의 결혼을 막았어.
"남의 집 귀한 딸내미 데려다가 얼마나 고생시키려고 그래? 차라리 대학원 끝나고 직장 잡고 이후에 결혼을 해야 하는 게 맞지."
그 말도 맞는 말이었어. 한국에서 직장 다니며 잘 지내는 여자 친구에게, 나와 결혼하고 무작정 미국으로 오라고 하기엔 내가 준비가 안되어 있었어.
그리고 며칠 후, 걸려온 전화,
"여보세요?"
이 전화 한 통으로, 우리의 결혼 이야기가 시작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