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의 결혼 이야기 (3)

너희 그냥 결혼해라

by Moses Sung

“너희 그냥 결혼해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은근히 반대하시던 우리 부모님이, 어느 날 전화를 걸어 대뜸 이렇게 말씀하셨어.


“반대하던 너네 아빠도 내가 설득했고, 여자친구 어머니께도 한 번 여쭤봐. 계속 같이 있고 싶은데 언제까지 떨어져 있을 거야. 둘 다 미국에서 힘들어도 함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으면 그냥 결혼해서 같이 있어.”


원래 본인의 생각을 아버지에게까지 밀어붙여 행동으로 옮기시는 분이 아닌데, 이번만큼은 나와 여자친구를 위해서 행동으로 옮기셨어.


“우리 괜찮으면 그냥 결혼하라는데?”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여자친구가 결혼과 미국 생활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잘 모르고 있었어. 서로 상견례까지 했으니 ‘나와 결혼할 마음은 있구나’ 정도로는 생각했지만, 미국에서의 결혼 생활까지 괜찮을지는 알 수 없었어.


여자친구는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했고, 결혼 전까지 가족들과 떨어져 살아본 적도 없었어. '언어도 쉽지 않은 이방인의 삶을 상상해 본 적이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들더라고. 결혼은 둘만의 일도 아니다 보니, 딸을 멀고 낯선 미국에 보내야 하는 여자친구 가족들의 마음도 어떨지 알 수 없었어.


가장 먼저, 여자친구의 마음이 궁금했어.


“결혼해서 미국에서 사는 거 어떻게 생각해?”


여자친구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어.


“오빠랑 결혼하는 건 생각했었는데… 미국에서의 삶은 상상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


내가 여자친구 입장이었어도 같은 마음이었을 거야.


“그래, 이건 너무 갑작스럽지.”


우리는 아직 미국에 있을 시간이 남아 있으니, 결혼 고민은 당장 덮어두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기로 했어.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결론이 나겠지 싶더라고.


여자친구는 본인 마음에 확신이 들어서 결정하기 전에 한국에 계신 가족들에게 먼저 물어봤어.

난 사실 많이 반대하실 줄 알았어. 평생 옆에 있던 딸이 그 먼 곳으로 간다고 하면 싫어하실 줄 알았거든. 그런데 의외로 여자친구 가족들도 쿨하게 “두 사람이 원하면 결혼해라”라며 허락해 주셨어.


그렇게 되면 딸을 잘 못 볼 거라고 생각하신 여자친구 어머님은 이렇게 물으셨어.


“그래도 가끔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거지?”


여자친구가


“아직 확실하지 않아. 난 아직 결정 못했어.”라고 하자, 어머님은 웃으며 말하셨어.


“뭘 고민하고 그러냐? 좋으면 같이 있어야지.”


난 그 말이 참 감사했어. 여자 친구랑 3년 반 교제하면서, 어머님 하고도 자주 만나서 인사를 드렸었는데, 내가 사윗감으로 믿음직스럽다고 얘기해 주시는 것 같더라고.


우리는 이 결혼에 대한 깊은 고민은 잠시 접어두고, 그동안 함께하지 못해 미뤄둔 이야기들과 현재 느끼는 감정, 그리고 갑자기 훅 튀어나온, 과연 이곳 미국에서 살게 된다면 어떨까 하는 작은 미래의 그림을 얘기하기 시작했어.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했지.


그리고 일주일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