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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엘 Jul 22. 2024

선생님.. 출근이 너무 힘들어요...

인생 1회 차, 난이도 상향 조정

반복되는 일상,

벌써 직장인의 삶을 살기 시작한 지도 어언 13년을 지나 14년째에 접어들었다.

나이도 먹어가고 연차가 쌓일수록 업무량도 점점 늘고 해서 피곤한 날들이 일상이 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 근래 유난히도 출근이 힘들다는 느낌을 받았다.


 3년 전 즈음, 한창 이전 팀에서 크런치 모드로 일을 하며 야근야근야근을 반복할 때,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에 일주일 가량 휴가를 쓰고 온갖 병원을 다닌 적이 있었는데, 결과는 급성(?) 당뇨라고 판정받았었다. 혈액 검사 1차는 피가 너무 끈적여서 검사 실패가 떴었고 당장 병원을 나가면서 쓰러져도 죽어도 안 이상하니 입원하시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리고 혈당이 너무 높으니 갑자기 이랬다면 췌장암 의심소견도 있다고 해서 내과 -> 안과 -> 대학병원 순으로 돌면서 당뇨 관련 검사들과 췌장 CT까지 촬영했고 1주일 동안 매일 물 4리터와 채소만 소량 먹으면서 체중 감량과 동시에 피를 묽게 만들어 다시 피검사를 진행했었다. 결과는 췌장암은 아니지만 당화혈색소가 자그마치 9.7. 수치로만 보면 심각한 당뇨였지만, 당시 3개월 정도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회사에서 일을 했고 야근을 하면서 계속 인스턴트 음식과 간식들을 쉬지 않고 먹었던 터라 일시적인 수치 일 수도 있다고 해서(물론 3개월 평균치지만) 운동과 식이조절을 겸해서 약물 복용 없이 당화혈색소 5.5까지 떨어뜨려서 위기를 넘겼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어지고, 도저히 출근 못 하겠다 싶은 날이 반복되자 자연스럽게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아, 또 이거 문제가 생겼구나. 자연스레 지난번 사태(?) 때 구매해 둔 혈당계로 공복혈당을 측정해보았다. 결과는 역시나. 공복혈당 148. 당뇨 판정 기준이 공복혈당 120인 것을 고려해 봤을 때, 상당히 위험한 수치였다. 바쁜 회사에는 미안하지만 내 건강이 첫 번째이니 연차를 쓰고 하루 날 잡아 다시 내과와 안과*를 방문했다. 안과 검진 결과는 다행히 아직 정상, 내과는 당화혈색소 7.4로 당뇨 판정. 아이쿠, 결국 큰일이 나버렸구나. 3년 간 관리를 잘했어야 하는데 바쁜 회사일에 치이다 보니 다시 혈당이 악화되고 말았다. 당뇨라는 질병 자체가 지속 시간만큼 위험해지는 질병이라 이대로 두면 큰일 나겠다 싶은 마음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을 해본다. 건강한 삶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의사 처방대로 약물 복용과 식이 조절, 적당한 운동, 규칙적인 생활 습관, 스트레스 조절과 충분한 수면 등, 뻔하다면 뻔한 항목들이지만 과연 이 모든 것들에 대해서 내가 만족할 만큼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십여 년의 회사 생활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항상 난 건강 할 것이라고 믿고 살았던 것은 사실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심각한 질병이나 불행한 사고도 모두 남의 일일 것이라 생각하고 나 자신을 돌보는 데 소홀했다. 20대에는 젊음을 방패 삼아 그 시간들을 버텨 왔다면, 40대를 바라보는 이 시점에서는 그동안 막 써왔던 시간들에 대한 대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서 이제야 비로소 앞만 보고 살던 삶에서 한 발 물러나서 나의 인생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까, 이대로 계속 살아가도 괜찮을 것인가. 많은 물음표들이 떠올라서 매우 혼란하지만 당분간은 이 질문들에 다한 해답을 찾아가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얼마나 걸릴진 모르겠지만 이제까지 살아온 것처럼 언제나처럼 최선을 다해서 빠르고 효율적으로.

 


* 일반적으로 당뇨가 가장 먼저 영향을 끼치는 부분은 의외로 눈이다. 당뇨는 높은 혈당이 유지되면서 모세혈관들에 문제가 생겨 말초신경들이 파괴되는 문제가 생기는데 눈은 모세혈관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부위이다. 눈의 모세혈관들에 이상이 생기면 시력 저하가 일어나고 궁극적으로는 당뇨로 인한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어 당뇨가 의심될 경우는 필히 안과 검진도 함께 받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마찬가지 말초 신경 이슈로 발끝, 손끝 같은 말단 부위에 감각이 사라지거나 상처 재생이 안 되는 등의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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