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漢나라 악부시 <하늘이시여 上邪!> 감상
<하늘이시여(上邪)>는 2,000여 년 전 중국 한漢나라 때의 악부시樂府詩다. 님을 향한 지극한 마음을 담은 여인의 사랑 노래다. 35글자의 짧은 노래이지만 이천 년 세월을 넘어 뭇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 악부시는 대부분 그 당시 <악부>라는 국가의 관청이 수집한 백성들의 유행가다. 그래서 문인들이 지은 시와는 달리, '구어체'로 서민들의 정서를 묘사한 리얼리티가 가장 큰 특색이다. 형식적으로는 정해진 틀이 따로 없는 '자유시'다. 자세한 것은 <20. 시집살이 고부 갈등, 누구의 잘못인가> 참고.
▶ 여기서 '邪'는 '간사할 사'가 아니라 '어기조사 야'로 사용된 것이므로, <上邪>는 <상사>가 아니라 <상야>로 읽어야 한다.
킴 카잘리(1941~1997)의 『Love is...』라는 신문 만평이 있었다. 1970년부터 미국에서 시작, 전 세계 주요 일간지에 매일 연재되었던 사랑의 메시지였다. (우리나라는 1984년부터 조선일보 연재)
귀여운 그림, 그리고 단 한 줄로 표현된 사랑에 관한 성찰. 때로는 유머러스하고 때로는 에로틱한 그 사랑에 대한 개념 정의에 독자들은 까르르 웃고 빙그레 미소 짓다가 가슴 먹먹한 감동에 눈물지었다. (작가는 1976년 남편 사망 16개월 후에 냉동보관한 정자로 인공수정, 유복자를 낳아서 많은 논란을 야기했다.)
서구 이원론 분리의 패러다임은 무엇이든지 나누고 분석하고 개념 정의를 시도한다.
사랑도 마찬가지. 아가페, 에로스, 필리아, 스토리지... 나누고 분석하고 범위를 정하고 개념을 정의하려 한다.
동아시아는 아니다. 일원론 결합의 패러다임에서는 그 어떤 대상의 개념을 정의하려고 하지 않는다. 나누고 분석하고 따지려 하지도 않는다. 사랑도 마찬가지. 모든 사랑을 하나의 본질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늘 모호하고 상징적이고 함축적이다.
결합의 패러다임에서는 그 대신 그 특성을 이야기하려 한다.
사랑의 가장 큰 특성은 무엇일까?
영속성이다.
사랑은 "~ 때문에"가 아니라
"~임에도 불구하고" 영속성을 추구하는 것.
<하늘이시여(上邪)>는 그 어떤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사랑을 포기하지 않겠노라는 영속성을 노래한 작품이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동서고금 모든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리라.
2005년 우리나라에서도 이 시의 첫 구절을 제목으로 삼은 드라마가 있었다. 상투적인 불륜 & 출생의 비밀을 소재로 다루었던 이 SBS '막장 드라마' 《하늘이시여》는, 숱한 비난 속에서도 85부작으로 10개월 동안이나 방영하는 가운데 최종적으로 무려 44.9%의 시청률을 기록하였다.
그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연기자들의 열연. 그리고 작가 임성한의 교묘한 언어의 테크닉 덕분도 있었을 것이고,
"하늘이시여, 부디 이 드라마를 용서 하옵소서/하지 마옵소서!" 욕하면서 보는 심리도 있었을 것이다.
그 시청자 심리의 일단에는 무엇이 자리 잡고 있을까? 혹시 사랑의 영속성을 갈망하며 자기도 모르게 자신이 현실에서 포기했던 그 모든 "불구하고"의 사랑을 응원한 것은 아닐까?
上邪!
我欲與君相知,長命無絕衰。
山無陵,江水爲竭,冬雷震震,夏雨雪,天地合,
乃敢與君絕!
그토록 중요한 생물학적 현상인 첫사랑을
어떻게 화학이나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Albert Einstein
사진: 인드리히 슈트라이트(체코) 러시아 남시베리아 키칭가. 1997.
하자! 사랑에 빠지자!
- 콜 포터 Cole Porter
사진: 군둘라 슐체-엘도비(독). 독일 베를린 판코프의 공원. 자동촬영 설정 후 자신의 모습을 찍은 것. 1987.
혼자 있는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다.
함께 하는 두 사람이 세상을 만든다.
- 한스 마르골리우스 Hans Margolius
가족: 아이들뿐만 아니라 남자, 여자,
때로는 동물, 그리고 감기 따위로 구성된 단위
- 오그덴 내시 Ogden Nash
(좌) 미노 슈트라우치(슬로바키아). 노숙자 부부. 예배 후 나눠주는 자선물품을 기다리는 중이다. 1997.
(우) 마일로 스튜어트 주니어(미). 초보 엄마 리즐리. 뉴욕 쿠퍼즈타운. 1998.
당신을 사랑하리.
내 사랑, 당신을 사랑하리.
중국과 아프리카가 만나고
강물이 산으로 오르며
연어가 거리에서 노래할 때까지
- W. H. Auden
(좌) 이 나가사키(미). 파도 속에서 두 손 맞잡기. 뉴저지 샌드훅 해변. M.I.L.K. 사진전 Love 부문 최우수작.
(우) 조지 파이어스(미). 노부부의 작별. 리투아니아 작은 마을에서. 1978.
※ 사진 출처 : 사진집 《Love》, 이레출판사, 2002.
# 악부시 <하늘이시여(上邪)>
# 드라마 《하늘이시여》
# "불구하고"의 사랑
# 사랑의 영속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