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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고원을 오르는 첫 번째 조건은

[제1부] 여행 오리엔테이션 (2)

by 소오생
※ 매거진 《차마고도 사이버여행》은 글의 가독성과 흥미를 위해 픽션 요소를 가미했습니다. 매거진 《중국 여성의 성과 사랑》에서도 등장했던 가상의 인물, 소혜인이라는 여성 화자가 평소 티베트 땅을 간절히 그리워하다가 마침내 티베트 답사대에 참가하여 활약한다는 가정 하에서 서술하겠습니다. 글벗 여러분의 많은 질책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



발아래에서 별이 떠오르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일까?



꿈은 이루어진다



한밤중에도 오색 타르쵸가 하늘 높이 나부끼고 있다.

수천 미터 아래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장쾌한 고갯마루.

그곳에 그가 우뚝 서 있다.



발아래 저 먼 곳에 펼쳐진 만년설의 능선. 하나씩 솟구쳐 오른 별들이 어느새 밤하늘에 가득하다. 드문드문 실개천으로 흐르던 하얀 은하수가 이윽고 폭포처럼 쏟아진다. 별들로 꽉 들어찬 그믐날의 밤하늘. 마침내 바늘로 찌를 구멍 하나 보이지 않는다. 쌩- 쌩- 여기저기 별똥별이 나타나는 그 순간에 사라진다. 다른 별들은 초롱초롱~ 잔잔하게 소리 내며 빛난다.


그가 별들의 향연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다. 순간, 찌르르 전율이 일었다. 우주의 중심축이 이곳으로 옮겨오고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까닭 모를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그때였다. 갑자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똥별들이 나타나더니 동시에 이곳으로 돌진해 온다. 그 뒤를 따라 모든 별들이 굉음을 내지르며 일제히 그를 향해 떨어져 내려왔다.


구구구궁!!!!

아앗!





까, 똑!


소리에 눈을 떴다. 희한한 일이다. 그 어떤 꿈이라도 눈을 뜨기만 하면 그 즉시 지우개로 지운 듯 뇌리에서 사라졌는데, 오늘은 무슨 일일까? 아직도 '그'에게 온 우주가 쏟아지던 그 장면이 망막에 또렷이 남아 있다. 그래서... 그 후론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누구일까? 뒷모습만 본 것이 못내 아쉽다.


혜인 언니~ 헤헤, 저 혜린이에여~ ^^*

오널 아침에 줌 강의실에서 첫 모임 있는 거, 기억하구 계시져? 쫌 있다가 인강 강의실에서 뵈여~


혜린 쌤의 문자였다. 중국 서안 답사여행 당시 룸메였던 그녀. 1박 2일로 [서안 ⇔ 낙양] 미션 여행을 함께 다녀온 이후로 더욱 친해져서 늘 언니~ 언니~ 부르며 날 친언니처럼 곰살맞게 대해준다. ( ※ 이게 무슨 말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글을 참고~ ^^)



하지만 이번 학기부터 그녀와 나의 신분은 하늘과 땅 차이. 박사 논문 제출만 남겨놓았다는 그녀는 이번 학기부터 한국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어엿한 '교수님'이고, 나는 이제 막 그 학교 석사반에 입학한 처지다.


이 나이에 대학원 진학이 웬 말이냐고요? 호호, 사실은요 몇 달 전에 소오생 교수님이 한국연구재단에 차마고도 연구 프로젝트를 신청하셨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걸랑요? 혹시 그 프로젝트가 선정되면 티베트 답사단에 참여할 기회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앙큼한 생각 끝에 냉큼 대학원에 진학했던 거예요. 잘했죠? ^^;;


티베트고원... 내가 평생 꿈꾸어왔던 곳. 소혜인의 버킷리스트 제1번 장소 아닌가. 대학원요? 그거야 모, 차마고도만 다녀온 다음에 싹 그만 두면 되죠. 등록금도 전액 면제받았으니 손해 볼 건 없잖아요. 호호...


★ 꿈은 이루어진다 ★


헉, 근데... 그 앙큼한 계획이 정말로 현실이 될 줄은 저도 몰랐답니당~ ^^;;





심장아 나대지 좀 마렴... 열흘 전 소오생 가이더 님의 프로젝트가 진짜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벌렁벌렁 뛰었다. 그 즉시 교수 연구실을 찾아가서 축하 인사도 어영부영하는 둥 마는 둥... 답사대에 끼워달라고 막무가내 떼를 썼던 생각을 하니 지금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석사반 1학기 학생을 데려가는 법은 없어요.


어머? 이, 이런 상황은 대, 대본에 없었는데... ㅜㅠ 담담한 목소리로 딱 잘라 거절하는 그 개기름 낀 얼굴이라니... 얼마나 얄미웠던지 손톱으로 확~~ 할퀴... 어, 음... 꼬집어주고 싶었다. ^^;;;


치, 그러면 내가 못 따라갈 줄 알고?

화도 나고 오기도 나고... 그렇게 열받는 일주일의 시간이 지났다.

그러다가 사흘 전에 뜻밖의 문자 통보를 받은 것이다.


'차마고도 답사대원 일차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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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지? 혜인 둥절...

곧 혜린 쌤에게 전화가 왔다.


혜인 언니~ 언냐랑 같이 가게 되어서 넘 좋아여~~

정말예요? 정말 나도 같이 가는 거예요? 가이더 님이 정말 허락한 거예요?

모르셨어여? 언니는 진작부터 결정됐는데여? 저를 안 델꼬 간다길래, 그동안 제가 삐졌었져~ 근데 헤헤 오늘 저더러 총무 맡으라고 하시네여~


응? 내가 처음부터 1순위였다고? 아니 근데 왜... 가이더 님의 짖꿎은 눈빛이 떠오른다. 호호... 개기름이 아니었나? 나름 연륜을 역행하는 묘한 매력? 근데 '합격'이면 '합격'이지, '일차 합격'은 또 뭐람? 설마... 밀당? 호호, 가이더 님 은근 귀여운 면이 있넹~ ㅋㅋㅋ


비로소 눈앞에 다가온 티베트고원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사흘 내내 똑같은 꿈을 꾸었다. '그'의 발아래에서 떠오른 그 무수한 별들이... 어느 순간 갑자기 굉음을 내며 한꺼번에 '그'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는 그 스펙터클한 꿈을...





첫 만남



컴퓨터를 켰다.

두근반 세근반, 가슴이 마구 쿵쾅거린다.

살아오면서 이렇게 가슴 설레는 순간이 또 있었을까.


드디어 시작이다.

내 지난 삶의 모든 시간이 바로 지금 이때를 위한 '기다림' 같았다.


"다들 모이셨나요?"


까만 화면이 조금씩 밝아지더니 이내 가이더 소오생 님의 모습이 나타났다. 얄밉던 그 모습이 괜히 반갑다.

줌 zoom 강의실 안에는 여러 사람이 와 있었다. 대충 대여섯 명? 메인 화면 안의 가이더 님이 입을 열었다. 이제부턴 한 마디도 놓칠 수 없다. 집중하자, 소혜인!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소오생입니다.
먼저 흐트러진 마음을 정갈하게 모아 공손히 인사드립니다.
여러분도 같이 인사하실까요?


'따시뗄레~' (다 같이)


다 아시겠지만... 제가 한국연구재단에 신청한 차마고도 연구 프로젝트가 선정되었습니다. 그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이렇게 여러분을 답사단 연구원으로 초빙하게 되었는데요, 모두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런 의미에서 각자 자기소개 한 마디씩 하실까요? 먼저 김 선생님부터...


김민호: 안녕하십니까? 한국대 겸임교수 김, 민, 호입니다. 우리나라 전통 악기를 만드는 작은 회사를 경영하고 있구요, 동아시아의 샤머니즘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케데헌의 인기를 사업에 접목할 좋은 방안을 궁리 중입니다. 아직 젊고 팔팔하니까 답사 중에 힘쓰는 일 생기면 저한테 맡겨주십쇼. 감사합니닷!


이혜린: 안냐세여~ 이혜린이에여~ 한국대 강사구여, 박사반에서 <한국과 티베트의 사원寺院 비교>를 주제로 졸업 논문을 쓰고 있는 중이에여~ 이번엔 답사단 총무 일을 맡았어여~ 쌤, 빨리 졸업 좀 시켜주세여~~ ㅋㅋㅋ


김민호, 이혜린... 저 푸르른 나무들을 바라보니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온다. 그 싱그러움이 너무 부럽다. 아냐, 부러우면 지는 거야. 난 나대로의 장점이 있잖아? 내 차례가 되었다. 아, 이게 뭐라고 긴장이 되지?


소혜인: 안녕하세요? 이번 답사에서 기록을 담당하게 된 소혜인입니다. 이제 겨우 석사반 신입생인데도 연구원으로 참가하게 해 주신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려요. 티베트에 가보는 게 제 일생일대의 꿈이었거든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희원: 하하, 안녕하세요~ 에 또... 전 우리 소오생 교수 친구예요. 하하~ 차마고도 가는 게 죽기 전 소원이라서, 끼워달라고 소 교수한테 협박 좀 했습니다. 어흠 흠.


소오생: 아 제가 보충설명을 좀 하죠. 우리 이희원 회장은 제 중고등학교 동창인데요, 중견 기업을 경영하고 있답니다. 직원이 400명 정도라니까 꽤 크죠? 아버님이 타인과 같이 식사하면 꼭 밥값을 내라는 유언을 남기셨답니다. 그래서 친구들과의 모든 모임에서 늘 모든 식비를 부담하고 있죠. 연구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재정 고문을 맡아 힘을 보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감사의 박수 한번 보내드릴까요?


다 같이 : 우와~ 짝짝짝짝~~ 쵝오예여~~ 감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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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을 오르는 첫 번째 조건은



소오생 가이더 님이 잠정적인 일정을 공지하셨다. 요점 정리를 하며 기록했다.


▷ 답사 대원 : 총 6인

- 소오생(단장), 이희원(고문), 김민호(자료 정리), 이혜린(총무), 소혜인(기록), 자스뚸제(운전)

- 7인승 SUV 대절


▶ 사전 교육 : 인터넷교육

- 자료 숙지 후에 강의와 토론 등으로 진행. 한국연구재단에 중간보고.


▷ 제1차 답사 (샹그리라) : 2026. 2.

- 인천 // 운남 곤명/ 대리/ 여강/ 루구 호수/ 호도협/ 백수대/ 중디엔/ 데첸/ 메이리설산

▶ 1차 콘텐츠 제작 : 한국연구재단에 중간보고. 2026. 5.


▷ 제2차 답사 (동티베트) : 2026. 7.

- 인천 // 사천 성도/ 구채구/ 공가산/ 캉딩/ 딴바/ 따오푸/ 간제/ 아쉬/ 데게/ 바이위

▶ 2차 콘텐츠 제작 : 한국연구재단에 최종 보고. 2026. 9.





가이더 님은 툭하면 말이 삼천포로 빠진다. 듣는 내내 정신 집중을 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지금은 단 한 마디도 놓칠 수가 없다. 티베트에 관한 모든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배워야 한다. 저절로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여러분, 티베트고원을 오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다시 말하자면... 우리의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어떤 요인이 가장 중요할까요? 한 분씩 말씀해 보세요.


이희원 : 하하, 그야 물론 돈과 체력 아니겠어요? 이래 봬도 한 체력 합니다. 여러분도 체력 단련합시다!

김민호 : 답사 대상 지역을 잘 이해해야겠죠. 자료 준비를 잘해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혜린 : 전 팀워크라고 생각해여~ 혼자 가는 게 아니니깐 서로서로 배려를 잘해줘야 할 거 같아여~

소혜인 : 무엇보다 안전제일! 무사히 돌아오는 게 가장 중요한 일 아닐까요?


네, 모두 맞는 말씀! 다들 아주 좋은 이야기 해주셨네요. ^^
거기에 보태서 한 마디 할게요.

티베트고원은 평균 해발고도가 4,000m에 이르는 세계의 지붕이라는 거, 다들 아시죠? 이렇게 높은 곳의 가장 큰 특징은 뭐다? 그렇죠! 산소가 평지의 절반밖에 안 된다는 사실. 화장실 급하다고 뛰면 클나요. 자칫 그대로 졸도하는 수가 있답니다. 그니까 절대로 뛰면 안 돼요. 아셨죠?


이희원 : 아, 그니깐 체력을 단련해야 하는 거 아뇨.


물론이죠. 하지만 <정글의 법칙> 보니까 그렇게 체력 좋은 김병만이도 히말라야 오르니까 고산병 때문에 무지 고생하더라구요. 이럴 땐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이혜린 : 아 맞다. 어떤 뉴스 보니까 비아그라고산병에도 좋다던데... 여자는 못 먹나여? ^^;;

김민호 : 자료 찾을 때 보니까 홍/진/티엔(홍경천, 紅景天)이라는 약을 먹으면 좋다는 말이 있던데요?

소혜인 : 다큐 보니까 티베트족이 즐겨 마시는 쑤/여오/차(수유차, 酥油茶)가 좋다는 말도...


맞습니다. 그런 말들이 있죠. 하지만 개인적 경험으로는 그래 봤자인 듯요. 여전히 고산병이 찾아옵니다. 두통, 설사에 호흡이 가빠오기도 하고... 사람마다 각기 다른 증세로 나타나죠. 심한 경우, 목숨이 위험합니다.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얼른 고도가 낮은 지역으로 내려가야 해요. 하지만 프로젝트는 땡땡, 그걸로 끝.

또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발상의 대전환'을 하는 거죠. 고산병 증세를 극복하려 애쓰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는 겁니다. 산다는 게 원래 이렇게 아프고 힘든 거야. 이게 정상이야... 그렇게 조바심을 내지 말고 담담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거죠. 그럼 아주 천천히, 조금씩 조금씩 적응하게 된답니다.

사실 인간은 산소를 절반만 마셔도 불편하지만 생존할 수는 있어요. 티베트족들이 산 증인들이죠. 뒤집어서 말한다면... 우리가 평지에서 편하게 호흡하며 지내는 게 '사치와 낭비'라고 할 수도 있는 거죠.


충격이었다. 우리가 평지에서 호흡하며 살아가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사치와 낭비'일 수도 있다니! 정말 꿈도 꾸지 못했던 생각의 틀이다. 하지만 티베트고원에서 사는 이들의 삶을 생각해보면... 사치요 낭비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


산소가 부족한 티베트에서는 뛰어서도 안 되고, 행동을 빨리 해서도 안 됩니다. 생존하려면 어쩔 수 없이 천천히, 그러나 꾸준하게 행동해야만 해요. 이 땅에서의 삶은 그 자체가 수행인 셈이죠.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차마고도 답사 여행은 '답사'가 아니라 '순례'라고 해야 올바른 표현일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고원을 오르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순례자의 마음 가짐, 즉 '간절함'이 아닐까요?


'답사'가 아니라 '순례'라고? 가장 중요한 건... 순례자의 마음가짐, '간절함'이라고? 뭔가 마음이 경건해지는 느낌이었다. 교회나 절에 다녔을 때도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묘한 전율이 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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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곳을 향해 오체투지, 온몸을 던져 길을 가는 티베트의 순례자들은... 체력이 넘쳐서, 또는 자신의 평안과 안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타인의 평안을 위해 순례의 길을 떠난다고 합니다.

심지어 수미산으로 향하는 순례자들은 산마루에 있는 조장터까지 오체투지로 죽을힘을 다해 올라간 뒤, 그곳에서 숨을 거둔다네요. 그리고는 독수리에게 자신의 몸을 보시한답니다.

물론 우리도 그렇게까지 하자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 당연히 한 사람도 빠짐없이 안전하고 무사하게 돌아와야죠. 단지 그 '간절함'의 마음가짐을 배워야 프로젝트를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 그래서 답사대도 그 '간절함'을 기준으로 선정했다는 것을 아울러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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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숙연해졌다. 나 자신의 평안함을 위해서 기도하고 수행하는 게 아니라, 타인의 평안을 위해서 목숨을 바쳐 간절한 기도의 길을 떠난다니... 나는 여태껏 무엇을 위해 아등바등 살았던가. 갑자기 너무나 부끄러워졌다. 나 자신이 너무나 작아져서 길에 구르는 돌멩이 뒤에도 몸을 숨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시 돌아올 때는 과연 그들 간절함의 1/10, 1/100이나마 배워올 수 있을까...



제 연구 프로젝트의 제목은...
<Silk Road와 Tea Road(차마고도) 지역 소수민족의 주검 처리방법과 생사관生死觀 연구>입니다.

실크로드 지역은 지난 몇 년 간 개인적으로 답사하면서 기본적인 연구를 마쳤습니다. 이제 차마고도 지역 답사를 거쳐 두 지역 소수민족의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가치관에 대해 비교 연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주검을 처리하는 곳, 또는 공동묘지가 우선 답사 지역이 되겠죠? ^^


이희원 : 허허, 이거 어째 잘못 낀 것 같은데? 아, 시체 구경만 하지 말고 좋은 데도 좀 놀러 다닙시다.

이혜린 : 맞아여~ 넘 으시시해여~ 관광도 쫌 해야져~


하하. 그럼 그럴까요?

그런데 여러분, 그거 아시나요? 요새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리 맑은 날이라도 별구경을 하기가 정말 어렵죠. 별구경 명소라는 강원도 안반데기에 올라가도 솔직히 별 볼 일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소위 '문명文明' 때문입니다. '문명'의 상징, 전깃불이 우리의 시야를 차단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대낮에도 미세먼지가 날아들면 100m 앞에 어떤 건물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눈 뜬 장님이 되고 말죠.

티베트고원은 다릅니다. 마을을 조금만 벗어나면 불빛이 아예 사라지죠. 그러나 생각만큼 어둡지는 않습니다. 저 산밑 우리의 발아래에서 떠오르는 별빛이 곧 밤하늘에 하나 가득 흐르기 때문이죠. 정말 바늘 하나 꽂을 공간도 없이 빽빽하게 들어차는 그 별들의 세계를... 1분만 쳐다보고 있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세요? 장담합니다. 여러분 모두 가슴이 벅차 올라 뜨거운 눈물을 펑펑 흘리실 거예요.

그런 대우주의 중심에 서서, 밤하늘에 가득 찬 별들의 향연을 매일매일 지켜보면서... 매 순간 순례자의 삶을 살아가는 티베트 사람들이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과, 우리들 눈 뜬 장님들의 그것을 비교하면 과연 어떠할까요? 누구의 시각이 보다 더 멀리 보다 더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을까요?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았다. 사흘 내내 똑같은 별꿈을 꾸었던 것이 그 어떤 예지몽 같았다. 문득 티베트 어느 신산神山의 봉우리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온몸을 던져 간절하게 백팔 배 절을 하는 내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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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전 교육은 여기까지.
다음 사전 교육은 동방세계의 특징에 대해서 말씀드리죠.
자, 그럼 마음을 모두어 함께 두 손 인사 드리겠습니다.


따시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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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베트 별밤

# 고산병

# 순례자의 마음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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