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가 안정을 만났을 때

01 내 남자친구는 대화를 잘 안 해

by 윤대훈

회피가 안정을 만났을 때

01 내 남자친구는 대화를 잘 안 해



[프롤로그]

[회피가 안정을 만났을 때]라는 칼럼은 2025년 새로운 연재 칼럼이다. 제목은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라는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우연히 알게 된 사이인 해리와 샐리가 십여 년 넘게 친구로 지내며 밀고 당기다 고비도 겪지만 결국 연인이 된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회피형을 만났을 때, 잘 지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실제 사례와 예시를 통해서 말해보려고 한다.


나는 사람들이 성격을 고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를 찾아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비율은 불안형이 70%, 회피불안형이 20%, 그리고 회피형이 10% 미만이다. 이제부터 연재 칼럼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처음에 불안형이었다가 안정형이 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안정형들이 심각한 회피형은 아니지만 약간의 회피 성향을 가진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떻게 잘 지낼 수 있었는지 알려주는 경험담들을 말해보려고 한다.



내 남자친구는 나랑 대화를 잘 안 해

당신은 연인과 집 데이트를 할 때, 어떻게 데이트를 하는가? 점심 먹고 오후 2시쯤 연인과 넷플릭스를 보았다. 별다른 대화 없이 2시간 정도 보았다. 오후 4시 졸리고 나른해서 낮잠을 잤다. 그렇게 자고 일어났더니 어느 순간 저녁 7시. 뭐 먹을지 고민하다가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다. 그렇게 밥을 다 먹고 나니 밤 9시가 되었다. 이런 날들이 매번 반복되었을 때 '불안형'들 중에서 어떤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한다.


" 이럴 거면 뭐 하러 주말에 만난 거지? 그냥 각자 집에서 넷플릭스 보거나 할거하고 쉬면 되는 거잖아. "

" 왜 남자친구는 나랑 대화를 하지 않는 거지? "

" 나랑 대화를 별로 하고 싶지 않은 건가? 내가 벌써 질린 건가? "

" 나에게 관심을 좀 가져주었으면 좋겠는데... "


이런 생각을 가지고 그냥 만나서 별 다른 대화 없이 넷플릭스 보고, 잠자고 그러는 남자친구에게 서운함을 말했다. 그때 남자친구가 이런 말을 한다.


" 나는 그냥 같이 있기만 해도 좋은데? "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화 좀 하자고 말을 하였다. 그랬더니 남자친구는 말한다.


" 우리 평소에도 대화 많이 하잖아. 만나지 않을 때도 퇴근하고 나서 대화도 하고, 자기 전에도 대화하고 그러잖아. 그런데 또 무슨 대화를 해. "


회피형의 남자친구는 이렇게 말을 한다.


" 우리는 그냥 서로 다른 거야. 너는 만나서 꽁냥 꽁냥도 하고 싶고, 대화도 하고 싶은 거고 나는 그냥 같이 있기만 해도 좋은 거고. "


만약에 이런 상황을 지금 당신이 겪고 있다면 안정형이 아닌 당신은 방금 내가 말한 상황처럼 싸웠을 것이다. 남자친구가 나를 그만큼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애정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렇데 서운한 것을 말해서 잘 해결되었는가? 해결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싸움만 반복했을 것이다.



안정형은 대화 방식의 차이를 이해한다

불안형들은 대화를 사랑과 관심을 주고받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안정형보다 훨씬 강하다. 대화가 연인 간에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것을 아주 극단적으로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대화에 조금이라도 소홀해지게 되면 자신을 그만큼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자신에 대해서 그만큼 관심과 애정이 없다고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안정형은 연락의 횟수나 대화의 시간을 '좋아하는 마음의 크기와 비례한다'라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는 불안형을 성격치료하면서 그들에게 대화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다고 말을 한다.


첫 번째, 나의 생각도 이야기를 하고 상대방의 생각도 듣고 싶어 하는 소통의 대화

두 번째, 나의 이야기를 말하고 상대방의 반응을 보고 싶어 하는 관종의 대화

세 번째, 정보, 지식 교류를 하고 싶어 하는 대화


소통의 대화는 오늘 내가 경험했던 일들에 대해서 상대에게 말을 하고, 상대가 그것을 들었을 때 그것에 대한 반응도 듣고 싶은 것이다. 또 상대의 경험과 생각, 감정도 궁금해서 먼저 묻게 되는 대화이다. 소통의 대화를 잘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이 없다. 남녀 통 들어서 이런 대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안정형의 대화 방식이다.


관종의 대화는 불안형이 주로 하는 대화 방식이다. 상대에게 자신의 일상 이야기를 말하거나 고민 이야기를 말한다. 그리고 상대가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반응을 해주었으면 한다. 상대의 일상 이야기도 묻기는 하지만 겉핥기식으로만 묻고, " 아 그래? " 하고 금방 넘어가는 대화이다.


정보, 지식 교류의 대화는 돈 이야기, 사업 이야기, 재테크 이야기, 일 이야기 등 정보를 교환하는 이야기다. 서로를 이해하거나 친밀감이 생기는 대화가 아니라 자기 계발에 관한 이야기다.


소통의 대화와 관종의 대화가 헷갈릴 것이다. 두 대화 모두 일상적인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은 동일하다. 하지만 여기에서 대화 태도에서 가장 큰 차이가 발생한다.


[관종의 대화]

A : " 오늘 뭐 먹었어? "

B : " 나? 오늘 김밥 먹었어! "

A : " 무슨 김밥? "

B : " 참치 김밥!! "

A : " 맛있었겠다. 맛있었어? "

B : " 응 맛있었어. "

A : " 나는 오늘 김치볶음밥 먹었어! "


[소통의 대화]

A : " 나는 오늘 김치볶음밥 먹었는데 너무 맛있더라. 평소에는 베이컨이 들어가는 김치볶음밥만 먹어봤는데 오늘은 우리 회사 근처에 고깃집이 있는데 거기 삼겹살로 구워서 나오는 김치볶음밥인 거야. 고기 기름으로 달달 볶아서 그런지 엄청 고소하고 그런 거 있지 완전 밥도둑이었다니깐! 우리 자기는 뭐 먹었어? "


B : " 나는 오늘 김밥 먹었어. "

A : " 오?? 설마 참치 김밥? "

B : " 맞아!! "

A : " 어땠어? 맛있었어? "

B : " 웅 맛있었어. "

A : " 참치 김밥 하니깐 생각난 건데 너는 참치 김밥 먹을 때, 마요네즈가 많이 들어간 게 좋아?

아니면 참치가 많이 들어간 게 좋아? "

B : " 음... 지금 생각해 보니깐 나는 마요네즈가 듬뿍 들어간 게 좋은 것 같아. "

A : " 고소한 거 좋아하는구나? "

B : " 웅웅 마요네즈가 듬뿍 들어가면 고소하고 맛있잖아 "


관종의 대화와 소통의 대화 차이를 알겠는가? 관종의 대화는 자신이 상대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서 하는 대화의 모습이다. 대화는 일단 시작하지만, 상대에 대한 깊은 관심보다는 대화를 하면서 자신이 그 순간에 집중받고 있고 관심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서 하는 대화이다. 그래서 질문을 해도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한 질문인 것뿐인 것이지 상대를 이해하기 위한 질문은 아니다.


반면에 소통의 대화는 자신의 이야기도 상대에게 하고 싶지만, 상대의 이야기도 듣고 싶어 한다. 그리고 상대가 왜 그렇게 생각을 하는지, 왜 그렇게 행동을 하는지, 왜 그것을 좋아하는지 궁금해하며 그것을 이해하고 싶어 한다. 소통의 대화를 원하는 사람들은 대화가 상대를 더욱더 잘 알게 되는 시간이고, 그만큼 상대와 가까워지는 시간이라고 생각을 한다.


여기서 문제, 회피형들은 관종의 대화를 할까? 아니면 소통의 대화를 할까? 둘 다 아니다. 회피형들은 관종의 대화도, 소통의 대화도 하지 않는다. 굳이 한다면 정보 전달의 대화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인한테 정보 전달의 대화를 할 것이 아니라면 딱히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이다. 연인을 좋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대화하고 싶은 욕구와 목적이 다른 것이다. 회피형과 잘 지내기 위해서는 이런 것들을 알아야 한다.


안정형들은 회피형들이 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나마 좋아하는 대화도 정보 전달 형식의 대화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안정형들은 회피형을 만날 때, 연인이 자신과 대화하지 않고 넷플릭스만 본다고 해서 서운해하지 않는다.



내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안정형들은 자신과 대화 방식이 다른 회피형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실제 사례로 심한 것은 아니지만 회피형 남자친구를 사귄 제자 JH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남자친구와 야구 동호회에서 만나 취미가 같아서 자주 보다 보니깐 좋아하는 감정도 생겨서 사귀게 되었다. 야구 시즌이 끝이 나고 12월, 크리스마스를 2주 앞두었을 때 사귄 지 2개월 만에 약간 당황을 하였다. 야구 시즌에는 그렇게 할 이야기가 많았는데 야구 시즌이 끝이 나고 대화가 줄어들었다. 처음에는 연말이라서 서로 바쁜 탓에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했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남자친구 자취방에서 집 데이트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 아 내 남자친구는 대화를 즐겨하는 타입은 아니구나. "라고. 만약에 윤대훈 선생님과 성격치료를 하여 불안형의 성격을 고치지 않았더라면 분명 나는 전남자친구를 만났을 때처럼 이렇게 생각을 했을 것이다. " 아이씨 뭐야? 이럴 거면 뭐 하러 만난 거야? 그냥 각자 집에서 쉬기나 하지. 나를 좋아하기는 하는 거야? "라고. 하지만 이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지금은 그냥 남자친구가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 주제나 재테크 이야기 외는 딱히 대화를 하고 싶어 하는 타입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였다. 불안형의 성격의 가장 좋지 못한 습관 중 하나는 처음에는 상대방 탓을 했다가, 헤어질 것 같은 위기가 찾아오면 '내 탓'을 한다는 것이다. " 내가 말하는 것이 재미가 없어서 나와 대화를 안 하는 건가? " 이런 생각은 이제 하지 않는다. 대화의 패턴을 보면 남자친구는 그냥 사람한테 큰 관심이 없고 깊이 있게 알려고 노력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사람이다. 그냥 사귀면서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다행인 것은 선생님과 수업을 하면서 연인이 아니어도 친구나 직장 동료 관계에서 회피형의 사람들을 만났을 때 대화를 이끌어가는 방법을 배웠기에 잘 대처할 수 있었다. 그 방법으로 남자친구도 나만큼은 아니지만 대화의 즐거움을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연애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지금은 2개월 차 때보다 대화의 시간이나 양이 3~4배 정도 늘어났다. "


회피형과 만나기 위해서는 위 사람처럼 내 탓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말을 재미없게 해서 상대가 나와 대화를 하지 않는다던가, 내가 매력이 없어서 나에게 관심이 떨어진 것이라던가, 나에 대한 좋아하는 감정이 줄어들어서 나와의 대화를 하지 않는다던가 이런 생각을 하지 마라. 할 필요도 없다. 그냥 회피형들은 '관종의 대화'도 '소통의 대화'도 즐겨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내 탓'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건강하게 생각할 줄 알아야 그나마 회피형과 잘 지내기 위한 싸움을 시작해볼 수 있는 것이다.



회피형과 즐거운 대화를 하는 방법!

[이건 성격치료 수업을 듣는 제자들에게만 가르쳐주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