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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서방 Oct 16. 2024

1. 당신은 어떠한 철학을 갖고 일을 하고 있습니까?

(!!! 흑백요리사 스포 !!!)

1. 당신은 어떠한 철학을 갖고 일을 하고 있습니까? (!!! 흑백요리사 스포 !!!)

 2024년 10월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가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마무리되었다. 흑백요리사는 우리에게 유머와 장인정신의 오묘한 퓨전, 언더독들의 찬란한 반란, 세계관 최강자들의 격돌 등 다양한 재미를 선사한다.

흑백요리사의 PD는 요리하는 철학가들의 대결을 그리고 싶었던 것 같다. 절정으로 갈수록 ‘인생을 담은 요리’, ‘나의 이름을 건 요리’라는 명제를 요구하고 엔딩에서는 참여한 모든 요리사에게 요리란 무엇인지를 묻는다. 집요하게 각자가 갖고 있는 철학과 그 대결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끌고 간다.

그 결과 매력적인 철학을 갖춘 인물들의 대결과 서사가 프로그램이 만들어졌고 많은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었다.

시청자로서 단순하게 즐길 수도 있으나, 이 프로그램은 우리에게 평소 생각하기 두려운 질문을 던져준다. ‘당신은 어떠한 철학을 갖고 일을 하고 있습니까?’



일을 할 때 구태여 철학이 필요할까? HR 업무를 해본 사람이라면 많이 생각해본 의문일 것이다. 우리는 우수한 회사들의 인사철학과 거기에서 비롯된 성공사례들을 많이 들어왔다.

그러나 웬걸? 이상하게도 내가 있는 회사에서는 우리가 세운 철학들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현실을 핑계로 우리가 세운 철학을 견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동료들에게 입에 발린 이야기라는 소리, 오히려 업무에 방해된다는 소리를 듣는 경우도 있다. 또한 인사철학을 유지하는 것이 좋은 결과물을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될 때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접하다 보면 철학이 일을 할 때 정말 의미가 있을까? 라는 의문이 가슴 한 켠에 자리하게 된다.



2. 철학이 형성되는 과정 : 경험을 하고 -> 정체성을 느끼고 -> 철학을 완성하고

흑백요리사들이 어떻게 요리 철학을 형성하게 되었을까? 유추해보면 이렇다. 요리사들은 처음에는 주방에서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했을 것이다. 몇 년이 지나서는 처음으로 칼을 잡고, 불도 사용도 했을 것이다. 손님과 응대를 해보고 때로는 컴플레인도 경험했을 것이다. 각 상황에서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했을 것이고 깊은 고민을 했을 것리라.

나는 어떠한 선택을 해야할까? 깊은 고민 끝에 선택한 결과들에 대하여 만족한 경우도 있고 책임져야 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내가 선택한 결과와 경험이 누적되었고 나는 어떠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호불호를 느끼는 정체성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흑백요리사들은 과거 경험을 통하여 모두 훌륭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인물들이 있다. 정체성을 느끼는데서 더 나아가 본인의 요리철학을 완성하고 실현하는 이들이다.

백종원 심사위원은 ‘대중성’, 안성재 심사위원은 ‘철저한 완성도’라는 철학을 기준으로 심사를 하고 최현석 쉐프는 ‘도전적이고 재미있는 요리’, 에드워드 리는 ‘독창성’이라는 철학을 요리로 실현한다.

또한 이들은 본인의 철학을 구두로 명확하게 이야기한다. 나는 어떠한 철학을 가졌고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행동을 한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어떤 정체성을 느끼는가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그래서 나는 나의 정체성을 위하여 어떻게 일을 할 것인가를 재현한다.



철학을 실현한 결과가 꼭 승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재료의 본연의 맛을 추구하는 안성재 심사위원과 도전적이고 과감하게 맛을 끌어내려는 최현석 쉐프는 보일 듯, 보이지 않게 불편한 관계를 유지한다. 둘은 서로의 철학을 양보할 생각이 없다. 심사위원의 요구사항에 맞추어 나의 철학을 양보할 수도 있으나 지고 이기는 것보다는 나를 보여주는 선택을 한다. 

에드워드 리 쉐프도 그렇다. 본인이 과거에 했던 유리한 요리를 선택을 할 수도 있으나 나는 독창성을 찾기 위한 사람이다라는 태도를 견지한다.

어쩌면 이는 어리석은 선택일 수 있다. 철학을 위하여 승리를 하기에는 불리한 선택을 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시청자들에게 어떠한 울림과 감동을 준다. 그들을 응원하게 되고 승리와는 별개로 존경을 표하게 된다.


그렇다면 앞선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서 ‘일을 할 때 구태여 철학이 필요할까?’, ‘승리가 아닌 응원과 존경을 얻기 위하여 철학이 필요한 것인가?’

요리사들의 철학의 형성과정을 생각해보면 질문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다다른다. 철학은 일을 하기 위하여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철학은 휘양찬란하고 하늘에서 내려준 계율이 아니다. 과거에 쌓인 일의 경험이 나의 정체성을 느끼게 해주고 자문자답을 통하여 나는 어떠한 철학으로 나의 정체성을 실현할 것인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일의 철학은 우리의 과거의 경험으로 만들어진 네비게이션이다. 과거의 경험을 통하여 이후의 나의 일의 방향, 크게 말하면 삶의 선택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좋든, 싫든, 멋지든, 구리든, 명확하든, 애매하든, 우리는 우리의 철학을 완성해가게 되고 그렇게 살아가게 된다.


만약에 승리가 중요하다면 승리 또한 나의 철학이 될 수 있다. 승리를 위한 경험들을 하게 될 것이고 그 철학을 실현하면 될 것이다. 

우리도 흑백요리사들처럼 다양한 일의 경험을 통하여 나의 정체성을 찾고 있으며 그중 일부는 이미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로 철학을 완성해가고 있다.

철학이 완성된 이들은 흑백요리사들처럼 일관된 행동을 갖게 하고 나의 정체성에 맞는 선택을 하고 흔들림 없이 문제를 대하고 자신을 실현한다.



3. 나의 철학은 무엇일까?

흑백요리사들은 인터뷰에서 이야기한다. 나는 그냥 매일 나의 요리를 바쁘게 해왔을 뿐 요리가 무엇인가에 대한 명제에 대하여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것.

그럼에도 요리사들은 본인의 일을 최선을 다하는 경험을 쌓아왔다. 그리고 흑백요리사라는 프로그램을 만나 나의 요리란 무엇인가를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흑백요리사에 출현한 모든 요리사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뛰어넘어 본인의 요리철학을 명확하게 생각해보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 이들이 본인들의 철학을 완성한다면 또 얼마나 멋진 울림을 전해줄 수 있을까?


회사라는 특성상 나의 철학을 배제해야하는 상황은 분명히 있다. 나의 철학을 못 본체 일을 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고, 때로는 정면에서 배반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위대한 요리사들이 모두 철학에 맞는 선택만 해온 것은 아닐 것이다, 때로는 다른 방향으로 틀어진 적도 있으며 현실속에서 허덕이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 모두 같은 상황 속에 있다, 하지만 어려운 현실 속에서 나는 어떠한 일을 하고 있고 나의 정체성은 무엇이고 나는 어떠한 철학을 만들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여러가지 경험을 하면서 이미 우리의 철학을 완성해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더욱 나에게 걸맞은 철학, 후회가 없을 철학으로 방향을 조정하는 시간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의 철학을 실현할 수 있을 때가 왔을 때, 서로가 깊은 울림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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