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도적 언보싱 (Conscious Unbossing)
2024년 9월 글로벌 채용 컨설팅 기업 로버트 월터스가(1997~2012년 출생자) Z세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2%가 ‘중간관리자가 되길 원치 않는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 중 69%는 중간관리자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고 보상은 낮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이들은 부하직원의 관리보다는 개인적인 성장과 기술축적에 시간을 쓰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2023년 5월 잡코리아에서도 국내기업의 MZ세대 직장인에게 비슷한 설문을 했다.
응답자의 절반이상이 임원 승진할 생각이 없었다. 그림과 같이 ‘책임에 대한 부담’, ‘낮은 실현 가능성’, ‘워라벨’을 순서로 그 이유를 들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리더로 산다는 것은 무척 힘들어 보이나 보다.
전 직장에서는 약 7~8년 전에도 이러한 이슈들이 간간이 들렸다. 전 회사는 당시 상여금의 포괄임금제 문제를 개선하고자 각종 수당을 기본급에 포함시켰고 이 부분에 직책수당도 포함되었다. 이후 직책수당이 사라지니 직책자에게 주어지는 메리트는 부서에 지급되는 예산 정도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팀장을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불만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특히 공장 생산직의 경우에는 야간근무가 없어지는 경우도 있어서 오히려 월급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었다.
확실히 관리자가 된다는 것은 책임과 권한이 늘어나므로 업무의 퀄리티와 양이 늘어나고 이에 대한 보상이 어느 정도인지가 사람들의 생각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2. 리더가 해야 하는 5가지 역할
리더가 되는 사람들은 대부분은 팀의 에이스다. 그러나 승진 이후 리더십 진단을 해보면 의외로 신규리더들의 점수는 높지 않은 편이었다. 특히 젊은 리더들이 그런 편이다. 리더의 역할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닌 ‘구성원이 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동안의 나의 일을 잘해오던 에이스가 구성원이 하게 하는 것까지 잘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갑작스럽게 리더가 덜컥되는 경우도 있고 처음 리더를 해봄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는 어떠한 것들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고 발령만 내는 경우도 많다. 신규 리더들은 리더십에 대하여 그간의 경험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물론 본디 똑똑한 에이스들이었기 때문에 본인의 궤도를 찾고는 하지만 시행착오가 없을 수 없다.
그리고 때로는 진정한 리더로서 거듭나지 못하는 불운한 이들도 있다.
도대체 리더는 어떠한 역할들을 해야 하기에 잘하기가 이렇게 어려울까?
리더가 해야 하는 5가지 역할을 알아보자.
1~3이 업무적 역할수행이라면 4, 5는 업무를 더 잘하게 하기 위한 관계적, 내면적 역할수행이다.
1) 팀의 방향성 설정
리더는 회사와 본부, 트렌드, 내부상황을 검토하고 이후 팀이 나아갈 방향을 계획해야 한다.
내부적으로 성장한 리더라면 조금 더 원활하게 방향성 설정이 가능하나, 신규 채용된 리더는 나아갈 방향을 파악하기 위하여 내∙외부적으로 현상을 파악하고 개선방향을 수립하는 등의 시간이 필요하다.
본인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방향성을 설정하였다면 이제는 상위 조직장을 설득하고 후배직원들의 공감을 일으켜야 한다.
상위 조직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1~2번의 깜짝 보고가 아닌 지속적인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고 조직장의 니즈도 수렴해서 반영해야 할 것이다. 상위 조직장 만큼 중요한 것이 구성원의 에너지인지라 구성원들의 원하는 방향과 실행가능성도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업무에 의미를 부여해주어야 한다.
이렇게 설정된 방향성은 목표달성 정도를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마일드 스톤이 된다.
2) 업무체계 구축
방향성이 정해지면 추진할 수 있는 안정적인 업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상황 대응 리더십에서는 상황에 따라 리더가 적합한 행동을 보이는 것을 지향한다. 즉, 리더가 상황별로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데 상황을 판단하는 두 개의 축이 구성원의 업무레벨과 의욕이다.
적정한 업무레벨을 담당하게 하고 인원의 레벨에 따라서 위임, 지원, 코칭, 지시의 행동을 해야 한다.
가령 업무 결과물 수준이 높고 동기부여 정도도 높은 인원에게는 위임을 들어온 지 3개월이 안 된 신입사원에게는 명확한 지시를 하는 것이다.
이를 실제로 적용해보면 구성원별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한 인원에게도 4개의 유형이 복합적으로 관찰된다. 따라서 리더는 구성원의 각각의 업무들에 대한 직무레벨을 파악해서 적용해야 한다.
특히 새로운 리더들이 힘든 역할이 업무체계 구축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업무에 대해서는 레벨별로 권한을 부여해야 하는데 아직 안정적이지 않은 신규리더의 경우 업무권한을 부여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개인별 특성에 따라서 모든 내용을 알아야 안정감을 느끼는 성향의 리더들도 있다.
또한 조직 내 인원의 레벨이 안정적으로 상, 중, 하가 고르게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 인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조직이 구성되기 때문에 권한위임을 잘하였다고 하더라도 리더가 구성원의 일부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경우도 많이 일어난다.
결국 리더는 리더대로 업무가 과부하 되고 구성원은 업무적인 성장이 정체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또한 업무체계 구축이 완성되기 까지는 시간소요가 오래 걸린다. 인원의 변동이 있을 경우에는 매번 새로운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점에서 인내심이 필요하다. 필요에 따라서는 인원구성에 대하여 상위조직장, 인사팀과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3) 문제해결 및 의사결정
업무를 하다 보면 팀에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겨난다.
문제는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없었던 이슈인데 발생하여 원활한 업무를 방해하는 것, 기존의 업무방식의 향상을 위하여 더 나은 방향을 기획하는 것이다.
전자는 다른 팀, 외부와의 소통문제나 구성원의 실수 등으로 발생하는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리더로서 다른 조직과의 적극적인 소통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리더가 문제 해결 방안이 생각이 안 난다면 구성원, 다른 부서, 외부 전문가와 논의하여 해결해야 한다.
후자는 기존구조보다 더 나은 구조를 기획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내∙외부 협의, 체계를 마련한다.
리더가 문제해결이 적극적이지 않을 경우, 구성원들이 부담감을 크게 느낀다. 이러다 보니 적시에 지원해주지 못하면 리더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의사결정 문제도 비슷하다.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 이른다.
명확한 방향성이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어떠한 방향이 맞을지 모호한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리더들의 성향에 따라서 명확한 근거 없이 감으로 빠르게 결정하는 경우, 신중하기 위하여 의사결정을 지연하다가 문제가 커지는 경우 등이 발생한다.
리더의 특성에 의하여 결정이 되는 경우에는 그 결정이 차후에 판단되게 된다. 옳고, 그름 어떠한 결과가 나왔던 간에 리더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불안감을 갖게 된다.
리더는 의사결정을 최종 책임자임이 명확하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 과정을 체계적으로 풀이해주어 납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사결정의 프레임을 보여주고 이러한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때문에 이러한 의사결정을 한다고 공유를 해주는 것이다.
차후 의사결정의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그 상황에서는 타당한 판단을 하는 과정, 그리고 그것을 관련 인원들이 납득시키는 과정이 중요하다.
4)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1~3의 과정을 잘하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 잘 해야 한다.
존 맥스웰의 360도 리더십 개념에 따르면 리더는 360도 모든 구성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한다. 크게 세 종류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데 먼저 구성원과의 내부 커뮤니케이션, 상위 리더와의 커뮤니케이션, 다른 부서/파트너사와의 외부커뮤니케이션이다.
가장 많이 하는 것은 내부 커뮤니케이션이다.
최근 HR 트렌드는 코칭, 동기부여 등을 강조하고 있는데 리더들이 이를 오인하여 부드럽고 친화적인 스타일에 대한 강박을 가지기도 한다. 따듯한 리더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자칫 따듯하기만 리더가 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리더는 앞서 말한 팀의 방향성과 체계에서 구성원에게 바라는 점을 객관적으로 이야기해야 하고 그것을 위하여 구성원에게 필요한 것들을 함께 찾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이다.
이 과정에 개인별 성향이나 현재 레벨을 고려하고 내가 가진 장점과 스타일을 활용하여 효과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상위 리더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의사결정 지원과 지원 요청을 한다.
보고는 팀의 미션에 대한 진행상황이나 문제사항들을 보고한다. 직무 전문적인 내용을 근거와 데이터를 통하여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선택할 수 있는 옵션과 리스크, 그리고 본인의 직무 의견을 전달한다.
전반의 상황을 고려하여 적시에 상위리더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반대로 지원 요청은 팀의 성과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자원이나 지원을 구체적으로 요청하는 것이다. 2) 업무체계 구축의 인원도 포함되며, 예산, 네트워크, 갈등 조율 등도 이에 포함된다.
상위 리더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더 높은 시야에서 문제를 바라보게 되기 때문에 이후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외부적으로는 다른 부서의 리더, 파트너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다.
갈등, 협상, 조율의 영역이다. 신뢰와 지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계를 조성하고 갈등 상황에서도 서로 Win-win 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내야 한다. 특히 위 3) 문제해결 및 의사결정에서 같은 문제상황에 빠졌을 때, 리더가 커뮤니케이션을 통하여 해결방안을 모색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5) 자기관리
자기관리는 스트레스 관리, 학습을 말한다.
회사에서 2016년경 영업사원 교육을 개발 중에 함께 개발해주시는 교수님께서 ‘경계 확장’ 역할과 스트레스 관리에 관한 연구를 활용하셨다. 주 골자는 이렇다. 경계확장 업무를 맡은 영업사원들은 높은 스트레스를 경험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고객보다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 내성을 갖고 있어야만 안정적으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스트레스 연구는 리더에게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상황의 복잡성과 불확실성 속에서 팀원들의 완충 역할을 해야 한다. 팀원이 불안정한 상황에 놓였을 때는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야 한다. 반면 적정한 스트레스는 유지하여 목표 달성을 위한 일정한 압박을 유지해야 한다.
실제로 우리는 멘탈이 흔들리거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이상행동을 하는 리더 몇몇을 봐왔다.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신체적, 정신적 활동을 통하여 적정한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노하우를 만들어야 한다.
리더가 여러가지 기능을 소화했다고 하더라도 비전문 영역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는 다른 업무 범위에 대한 이해를 갖추기 위한 학습이 필요하다. 또한 리더 자리에서는 본인의 팀 업무 외에도 유관 부서의 업무 진행상황, 회사 전반의 업무를 이해해야 전체적인 방향성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학습해야 한다.
학습하는 동안 리더에게 시행착오 기간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서 학습을 게을리하면서 자격지심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본질적인 업무 추진보다 구성원의 사소한 오류를 찾아내고 공격하는데 집중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렇게 리더를 잘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역할이 많다. 그리고 하나 하나가 쉽지 않다.
그에 비하여 리더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그렇게 크지 않다.
보상만 생각한다면 MZ세대 인원들의 이야기처럼 리더를 하지 않는 것이 나을 수 있다.
3. 리더를 하면 얻을 수 있는 것
개그맨으로 활동했던 고명환님은 현재 음식점의 대표이자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저서인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에는 최재천 교수님의 문명의 3요소인 물질, 제도, 철학을 재해석한 내용이 있다. 그는 사람들이 물건만 보는 수준에서 벗어나 제도를 이해하고 나아가 철학을 통해 깊이 있는 사고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물건의 수준에서 머무를 것이 아니라 제도를 볼 수 있어야 하고 철학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짜장면 집을 하는 사장님이 물건수준에서 머무르면 짜장면 원가를 아끼기 위하여 소스를 줄이는 수준에 머무르는 반면에 철학이 있는 사장은 고객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고 행복한 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철학수준까지 이르러야 하는 것은 그래야만 우리 삶이 더욱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익 한 두 푼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을 지키는 과정에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한다.
(세바시 강의 URL : https://youtu.be/tDjyvjMekoQ?si=9evy07b292rHveHI)
리더를 물질적인 시선에서 바라본다면 매력적이지 않다. 확실히 앞에 5가지 역할은 무엇 하나 완벽하게 달성하기 어려운 것 들이고 그렇다고 보상이 크게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는 더욱 쌓여만 갈 것이고 몸이 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제도적, 철학적으로 살펴보면 리더는 나의 철학을 달성해가는 과정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리더의 다섯가지 역할을 수행하다는 것은 나를 성장하게 하는 가장 명확한 방법이다. 직무적인 성장을 넘어 인격적인 성장까지 이루게 된다. 리더로 성장단계를 밟으면서 나의 철학과 생각을 이루어 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리더는 회사에 발언권을 갖게 된다. 작게는 나의 팀, 회사, 더욱 넓게는 사회에 나의 철학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한 예로 코로나19 시절 빌게이츠는 직접 재단을 운영하여 백신 개발을 지원하여 코로나19 종식을 이끌었다. 이는 한 국가와 비견될 정도의 영향력이었다. 물론 빌 게이츠가 너무나도 대단한 사람이라 이 사례와 우리를 비교하는 것이 과장되긴 하였으나, 요점은 이렇다. 한 개인도 영향력의 범위는 크고 작을 수 있지만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리더가 되는 것은 더 넓은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좋은 무대가 된다. 우리도 우리의 철학으로 충분히 좋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의도적인 언보싱은 잠깐의 설문조사 결과일 뿐이다. 성장의 과정 중에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아직 직장인으로서 내가 정립되지 않은 젊은 회사원들은 더욱 그럴 것이다.
또한 의도적인 언보싱이 나쁜 것도 아니다. 나의 철학에 따라 언보싱 할 수도 있다. 회사에 따라서는 이중 경력경로에 따라서 전문가 트랙으로 본인의 철학을 달성하려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여러분들이 성장의 기로에 서 있을 때가 오면 한 번쯤 내가 생각해보고 있는 시야가 어디인지를 고찰해보기를 추천한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곳이 물질, 제도, 철학 중 어디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