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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을현 Sep 23. 2024

잃어버린 도착점

궁극적인 이직의 목표는 안정과 더불어, 그와의 미래였다.


그는 내게 이곳에 언제까지 다닐 거냐며 물어왔다. 나이가 들어서도 그곳에 다닐 수 있겠냐며 새로운 일을 배우거나 본업으로 돌아가길 권했다. 서비스업은 내 가게를 차리지 않으면 미래가 창창하지는 않은 게 사실이다. 도피의 개념으로 이곳에서 근무를 시작한 거라 진지하게 내 매장을 차리겠다는 뚜렷한 목표도 없었고, 매니저까지 달아볼까 하는 막연한 생각만 갖고 일한 지 1년이 다 되어갔다. 그가 하는 모든 말은 맞는 말이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존감도 참 많이 떨어졌다.


그래도 그는 나와의 미래를 그리고 있었기에 내가 더 안정적으로 커리어를 쌓아가길 원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사업을 했다. 10년 동안 체육관을 운영해 왔는데, 본인의 미래가 어둡기만 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참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를 너무 사랑했고, 그와의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나라도 커리어를 쌓고 몸값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직을 결심했다. 또 몇 달 동안은 홀린 듯 자기 계발 서적을 잔뜩 사서 부자가 되는 방법을 열심히 읽곤 했다. 부자가 돼서 그와 행복한 삶을 그려보려고 했던 걸까.


그렇게 이직을 준비하는 과정에 그와 이별을 하게 되었다. 이직의 궁극적인 목표였던 그가 내 인생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이직 준비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이미 퇴사는 해버렸고, 그의 말에 나도 충분히 공감했기에 이직 준비는 계속하고 있다.


다만 중요한 무언가가 텅 비어있는 느낌이다. 도착점 없이 달려 나가고만 있는 것 같아 조금 괴롭다. 좋은 직장을 얻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도 과연 행복할까?라는 생각에 무기력감이 들곤 한다. 그래도 달려 나가고는 있다. 매일 같이 채용 공고를 확인하고, 이력서를 넣고, 면접도 보러 다닌다. 그래 무언가를 하고는 있다. 하고는 있는데 왜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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