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i 기획자의 세 번째 이야기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절 '코로나 블루'라는 용어가 등장했었다.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을 합친 말로, 코로나 19 사태로 겪는 우울감을 뜻한다고 한다. 크게 코로나 사태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 한 축과 사람들을 만나기 힘들어지면서 우울, 외로움, 고독을 느끼는 한 축이 있다고 한다.
운 좋게도 코로나 시대에 초호황기를 맞은 업종에 있어 고용 불안정을 느끼기는 어려웠고, 원래 사람 만나는 걸 그렇게 좋아하는 편도 아니라, 나에게 코로나 블루라는 말은 잘 와닿지 않는 용어였다.
집에는 편안한 나의 침대와 게임기, 책이 있고, 핸드폰을 들고 눕기만 해도 시간이 너무 잘 가는데, 외로움과 고독을 느낄 틈도 없었던 것 같다. 한 3년쯤 되니 너무 사람을 안 만났나 싶어 나도 좀 만나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혼자서도 잘 놀고, 잘 지낸다.
그리고 토끼 같은 고양이가 두 마리나 있어, 같이 자고 일어나고 지내면서 정서적으로도 충만하게 지내고 있다. 코로나가 종식되면서 종종 출근을 하거나 외부 모임을 하면 그렇게 고양이들이 잔소리를 했었다.. 집에 들어갈 시간 즈음이 되면 오늘은 또 얼마나 혼날까 싶어 조마조마하며 집에 들어가던 기억도 난다.
역시 재택의 최고 장점은 내가 사랑하는 고양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고양이들도 좋..아 하는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자꾸 나갈 때 뭐라고 하는 거 보면 그렇게(?)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다. 출근하던 시절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고양이 밥 주고, 물 갈아주고, 화장실 치워주고, 약 주고, 빗질하고 좀 만져주다가 출근 준비를 하기 바빴었다. 저녁에도 야근을 하거나 모임이 있는 경우가 많아 일찍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문 앞에서 고양이들이 기다리고 있거나, 울부짖으면 내 마음도 찢어지는 것 같아 속상하고는 했다. 이제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밥도 간식도 잘 챙겨주고, 놀아주고 만져주고 빗질도 해주며 도담도담 잘 지낼 수 있어 정말 좋다.
두 번째 장점은 재택이 집순이에게는 정말 최고의 환경이라는 점이다. 대학교 때 한 번씩 본가에 가면 일주일 이상을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뒹굴 거릴 정도로 나는 집에서도 잘 지내며, 엄마가 제발 산책이라도 하고 오라고 할 정도로 밖에 나가는 걸 그렇게 즐기지는 않는다. 집에서도 누워있고, 이거 저거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요즘은 식자재나 먹을 거, 생필품 모두 배달이 되니 장 보러 나갈 일도 잘 없고, 유튜브로 홈트 하면서 운동할 수도 있고, 바람 쐬고 싶으면 창 열고 밖에 구경하면 되고.. 가끔 친구들 만날 일 있으면 집으로 오라고 해도 되고.. 집은 정말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만능의 장소이다. 심지어 집에서 일도 할 수 있다니? 재택은 집순이들을 위한 최고의 제도임이 분명하다.
세 번째 장점은 출퇴근 시간의 활용 용도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직장 다니면서 평일엔 야근하고 모임 가고, 주말엔 좀 쉬다가 출근하고 가 일상이었는데, 재택 하면서는 누워(ㅋㅋ)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수면량도 늘어나고, 마음도 편안해지면서 오히려 뭘 좀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것 같다. 사실 너무 누워.. 있다 보니 허리가 아파서, 저녁마다 강제 산책을 30분 정도 할당해서 걷기도 하고, (출퇴근이 은근 기본 운동이 되기는 했나 보다..ㅎㅎ) 재택 후반부에는 여유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저녁시간에 수영, 달리기, 드럼, 복싱 등을 배우며 유휴 시간을 정말 알차게 쓸 수 있어 좋았다. 아침에 푹 자고, 점심도 느긋하게 먹고, 저녁에는 쉬거나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정말 인생 최대의 컨디션을 유지하며 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네 번째 장점은 생활비가 대폭 줄어든다는 점이다. 오프라인 풀 출근 때는 회사 가서 밥 사 먹고 모임 하면서 쓰는 외식비가 적지 않았고, 회사 다니면 옷과 신발도 사고, 향수나 화장품 등 지속적으로 들어가는 구매 목록들이 있었는데, 그 비용이 줄어들면서 통장에 매달 여유 자금이 더 쌓이는 기현상(?)이 몇 년간 지속되었다. 또 은근 집에 있다 보니 업무량도 늘어나서 야근비도 많이 받게 되고.. 어디 나가거나 쓸 일이 없으니 돈도 모이고.. 재택은 동선을 줄여 소비도 줄이고 환경도 보호하고, 저축도 하고 미래도 대비할 수 있게 해주는 정말 훌륭한 제도임이 틀림없다.
다섯 번째 장점은 불편한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회사 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나랑 성향이 맞지 않아도 업무적 관계 등으로 계속 만나야 하는 관계들이 생기는데, 필요할 때 온라인으로만 잠깐 만나면 된다는 사실은.. 재택이 가지는 훌륭한 장점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불교에서는 이를 원증회고(미워하고 증오하고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는 괴로움)라고 부르던데, 굳이 고통을 경험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 또한 너무 좋은 일이 아닌가?
이렇게 장점이 많은 재택이야 말로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에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