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i 기획자의 네 번째 이야기
코로나 확진자가 줄어들고, 다들 백신도 여러 차례 맞고, 병원 외에서는 마스크를 안 써도 되는 곳이 늘어가며, 내 마음은 자꾸만 점점 더 초조해져 갔다.
회사에서 영영 재택 한다고 한 것은 아니었으니까ㅠㅠ 언젠가 출근도 하게 되겠지? 이렇게 몇 년간 재택 잘했는데, 계속 재택 하면 안 되나? 재택을 선택할 수 있는 회사도 있던데..
라는 오만 생각을 다 하며 걱정과 현실 사이를 오고 가던 때, 주변 지인 회사들의 출근이 시작됐다. 국가적 재택 권고도 해지되면서, 우리 회사도 팀별로 주 1회는 출근을 권장하였고, 필수는 아니지만 다들 출근이라는 것에 적응을 하기 시작했다.
오랜 재택 생활 속에 출근하다 보니, 여러 좌충우돌이 있었는데, 첫 번째는 회의실에서 사람들과 회의하는 것에 적응하기였다. 다들 회사 왔는데, 각자 자리에서 회의를 할 때도 있었고, 뒤늦게 회의실에 간 적도 몇 번 있었다.ㅎㅎ 회의할 때, 회의실을 오프라인으로 찾아다녀야 한다는 게 오랜만에 하려니, 참 익숙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회의실 동선도 체크했었는데 말이다!ㅎㅎ
두 번 째는 생활 리듬 맞추기의 어려움이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출퇴근 시간을 코어타임 외에는 선택할 수 있는데, 부엉이형 인간인 나는 주로 새벽에 자고 느지막이 일어나는 패턴이 맞아서 10시 즈음 일어나, 정신 좀 차리고 화장실 갔다가, 고양이들 밥 주고 물 갈아주고, 화장실 치워주고, 약 주고, 체중 체크하고 물도 좀 마시고, 발바닥 롤러 좀 굴려주다가, 까주스와 고구마를 먹으며 10시 20분 즈음 로그인 하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한 시간 거리의 회사를 10시 반까지 가려면 혹시 모르니 9시에는 나가야 하고, 출근 준비 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늦어도 7시 반에는 일어나야 했다..
주 1회니까 괜찮겠지 했는데.. 간 김에 회식도 하고 모임도 하고 집에 오면 11시-12시가 기본이고, 사부작 거리다가 자면, 전날 피로가 있으니, 회사 다녀오고 2-3일은 컨디션이 안 좋기 일쑤였다.
6개월 정도 고통받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야근하느니 일찍 일어나서 하자라는 생각에 7시 전후에 일어날 수 있게 리듬을 바꾸고, 디카페인 커피로 바꾸면서, 부엉부엉 하던 때보다는 확실히 컨디션이 좋아지긴 했다. 하지만 도대체 예전에는 어떻게 매일 회사를 갔는지 모르겠다.
세 번째는 고양이들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재택 한다고 아예.. 안 나간 건 아니지만, 닝겐이 자꾸 집 비우고 늦게 들어오니, 고양이들도 어디 가냐, 어디 갔다 왔냐 에옹거리기 일상이었고, 간식도 주고, 놀아주고 빗질도 해주고, 만져주고, 같이 놀아주고 할 수 있는 건 다 했지만, 그냥 집을 비우는 게 싫은 아이들에게 회사를 가야 하는 집사의 비극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요즘도 출근일에 좀 늦게 들어가거나, 귀가 시간이 되면, 오늘은 또 얼마나 혼나려나 가슴이 두근두근 한다.
뭐 회의하고 일어나는 시간은 내가 어찌하면 되는데, 고양이들 마음은 어쩔 수 없으니, 역시 계속 재택을 해야 하려나?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