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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니 Nov 23. 2024

내가 없는 곳의 나를 상상하며

이를테면 시베리아

흑곰처럼 땅 아래 잠들어 있을 나.

그게 아니라면 캐나다 설원

침엽수처럼 눈을 뒤덮고 있을 나.

그도 아니라면 사막 도마뱀처럼

발을 붙이지 못하고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나.

그 어디에도 없는 나를 상상하는 것인데


그 상상의 전파는 결국

그곳들의 나에게 미치지 못하고 돌아와

잔향(殘響)으로 주변을 배회한다.


내가 여기에 있는 우연처럼

내가 거기에 있을 우연,

그 중첩된 파동이

오케스트라처럼 울려퍼지는

좁은 방

나는 오래된 라디오처럼

다시 주파수를 맞춘다.


이번에는 어디로 쏘아볼까.


내가 없는 곳의 나를 상상하며.

어느 지중해의 물고기처럼

공기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헤엄칠 수 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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