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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bu Aug 15. 2024

불합격의 연속

30군데 넣으면 5군데 서합,  그리고 모두 최탈...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요즘 들어 매일 하는 생각이다.

아침에 눈 뜨면 이력서를 넣는다.  신입, 경력, 경력무관 중 신입과 경력 무관을 골라 즉시지원 버튼을 눌러댄다. 이력서를 쓰느라 이미 다 가버린 오전을 아쉬워하며 라면으로 대충 아점을 때울 때, 면접 본 기업에서 연락이 없다는 초조함에 안절부절 아무것도 못할 때, 일상을 이대로 내버려 두면 안 될 것 같은 위기감이 강하게 밀려온다.

졸업한 달 정도 됐는데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나.

정규직은 불합격할게 뻔해서 1~2년 계약직 공고에 무작위로 지원하는 중이다.

 

이왕이면 공백기를 건강히 보내고 싶은 마음에 달리기를 시작했고, 나름 규칙적인 백수 라이프를 이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그때는 자발적 백수였지만 지금은 일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잘 안 되는 타의적 백수랄까. 자발적 백수 기간을 끝내고 오랜만에 취업 활동을 시작했지만 결과는 그다지였다. 몇 번의 불합격이 반복되니 점점 불안했다. '또 떨어졌네. 공백기가 생기면 안 되는데 어떡하지.'


건강한 백수고 뭐고 언제부턴가는 그냥 취업, 취업, 취업만 바라보게 됐다. 수시채용 공고에 이력서를 내려고 허겁지겁하다 보니 달리기 같은 건 사치였고, 늦은 시간까지 서류와 포트폴리오를 검토하느라 수면패턴도 엉망이 됐다. 밥을 차려 먹을 시간도 아까워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날도 늘었고, 스트레스로 달고 열량 높은 간식을 마구 먹은 적도 많다. 건강이니 여유니 하는 건 다 제쳐두고 취업밖에 안 보이는 경주마 상태로 달리기만 했다. 아, 이것도 다른 의미로는 달리기인가. 숨 가쁘게 이력서를 제출하고 나니 시간은 어느새 밤 10시 무렵, 깜깜해진 창밖 풍경과 내 방을 차례로 돌아보니 허망함이 밀려왔다. 싱크대에, 쌓인 컵라면 그릇과 이리저리 널린 과자 봉지, 각성하기 위해 있는 대로 위장에 쏟아부은 커피까지. 반면 휴대폰에 기록된 하루치 걸음 수는 겨우 70 언저리였다. 한국 들어오기 전에 야심 차게 바디프로필까지 예약했는데 이게 무슨 꼬락서니인가.


'덤덤해져야만 하는 불안'이 존재한다. 나이에 대한 불안, 경제력에 대한 불안, 가족의 기대와 상황에 따른 불안,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 이렇게 공부하는 게 맞는가 하는 불안. 불합격의 순간들의 쌓이면서 우울함에 빠지는 것도 길어야 하루가 됐다. 정확히는 하루로 족해야 했다.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 그냥 묵묵히 할 일을 해야 한다. 자고 일어나면 금세 지나간 일이 된다. 기대했기에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지만 뒤돌아 보면 자꾸만 과거에 얽매이게 된다.


불행 중 다행인지 최근 sns로 "원래 20대 중후반은 우울하다"는 콘텐츠를 접했다 아직 완전히 자리잡지 못한 이때에 불안과 걱정이 드는 건 당연하다고 한다. 그래 이 말을 믿어보자 원래 지금은 한참 흔들리고 불안한 나이라잖아 절대적 나잇값 여전히 절대성에 대한 불신이 남아있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네 인생은 평생 흔들리고 불안해하는 걸지도 모른다. 파도에 올라탄 마냥 계속해서 요동치는 게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원래 그런 거라면 위안이 되네.


취준이란 그런 것 같다.

자신만만하다가 슬슬 걱정이 되고 남은 건 자존심밖에 없다가 그마저 스크래치 당해 흠집이 남는 것

여기가 바닥인가 싶다가도 어쩌면 지하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먼저 느껴버리는 것.

시간이 흐를수록 부족한 스펙과 경험이 눈에 밟히고 생각이 많아진다.

해야 할 일들이 미치도록 많다. 너무 많아서 멍떄리는 상황이 많아진다.


수익이 0원이라는 척박함 때문에 멘이 흔들렸고 불안함에 연속이었지만 오늘도 이 고비를 잘 넘어  최선을 해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수험생일 때보다 오래 책상에 앉아 있어도 월급이 쌓이지 않지만, 이 시간들이 모여 어느 지점에 빛나줄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우당탕탕 한 주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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