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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성도 다른 쌍둥이 손자가 좋아하는 겨울 간식

호박고구마를 구워서 요플레와 섞어 만든 간식, 일명 '고구마 요플레'

by 유미래

여덟 살 쌍둥이 손자가 있다. 태어난 지 5개월부터 주말 육아하고 있어서 자라온 과정을 다 봐서 더 예쁘다. 처음 뒤집기 했을 때, 15개월에 첫 발걸음을 떼었을 때, "아빠"라고 처음 말 했을 때, 첫 앞니가 났을 때 등 새로운 재주를 시작할 때마다 그 감동은 잊히지 않는다.


안 먹으려고 입 꼭 다물고 있는 손자, 귀엽지요.


쌍둥이 손자는 입이 짧은 편이다. 이유식을 먹일 때마다 힘들었다. 입을 꼭 다물고 먹지 않으려고 할 때마다 달래서 한 입씩 먹였다. 하지만 이유식을 입에 넣어주면 삼키지 않고 입에 물고 있어서 넘길 때까지 기다리며 한 시간도 넘는 시간 동안 먹이기도 했다. 손자 육아하면서 가장 힘든 것이 손자 밥 먹이는 거였다.


그런 손자가 벌써 초등학교 1학년 여덟 살이 되었다. 요즘도 주말이면 우리 집에 와서 2박 3일 동안 있다 간다. 지금은 먹는 것이 늘어났으나 여전히 김치와 채소 반찬, 과일을 잘 먹지 않고, 과자도 음료수도 잘 먹지 않는다. 그나마 우유는 잘 먹어서 다행이다. 어릴 때 먹었던 떡뻥과 같은 맛인 동그란 뻥튀기를 지우가 좋아해서 늘 준비해 둔다. 연우는 바나나는 잘 먹어서 주말에 바나나를 꼭 사두고, 가끔 먹는 유기농 치즈도 언제 달라고 할지 몰라 떨어지지 않게 냉장고에 준비해 둔다.


쌍둥이 한 명은 왼손잡이, 한 명은 오른손잡이


우리 집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손주가 일란성 남자 쌍둥이인데 성향이 정말 다르다. 식성도, 좋아하는 음식도, 성향도, 신체 성장도 다르다. 지우는 생선과 고기를 좋아해서 반찬과 밥을 먹이고, 연우는 카레나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것을 좋아해서 주말에 오면 한 끼는 꼭 카레나 국에 말아먹는다. 그래도 지금은 밥은 잘 먹어서 밥 먹이는 일이 편해졌다.


어느 날 식물 색칠하기를 하는데 첫째인 지우가 색연필을 왼손으로 잡고 색칠하기 시작했고, 공을 던질 때 오른손으로 던질 때도 있었으나 왼손으로 많이 던졌다. 우리 집에는 왼손잡이가 없었고 손자 외가에도 왼손잡이가 없었기에 지우가 왼손잡이일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 하지만 양손을 다 사용하기는 했으나 왼손으로 하는 일이 늘어나는 걸 보며 지우가 왼손잡이가 아닐까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다. 쌍둥이 중 둘째인 연우는 오른손잡이가 분명했는데 지우는 오른손과 왼손을 같이 사용해서 확실하게 왼손잡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웠다.

지우는 클수록 왼손을 많이 사용했다. 밥을 먹을 때도 왼손으로 먹고, 칠판에 보드마커로 그림을 그릴 때도 왼손을 사용했다. 오른손을 사용하게 하려고 시켜보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왼손잡이임이 분명했다. 우리는 지우가 다른 것은 다 왼손을 사용해도 글씨 쓰기만 오른손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연필을 왼손에 잡고 글씨를 썼다.


"지우야, 글씨는 오른손으로 써볼까?"

"할머니, 오른손으로 쓰면 글씨가 연해져요."

"그렇구나. 왼손으로 글씨를 쓰면 손에 연필심이 손에 묻어 더러워져서 안 좋아."

"그래요? 그래도 왼손이 더 좋은데. “

"오른손으로 자꾸 연습하면 글씨가 나중에 진해질 거야. 우리 오른손으로 연습해 볼까."

"알았어요. 연습해 볼게요."

"그래. 지우 예쁘구나."


글씨를 쓸 때 오른손을 사용하도록 연습시켜 보았는데 역시 어려워했다. 요즘 학교에 시간강사로 나가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한 반에 왼손잡이가 한두 명 있는데 글씨를 왼손으로 써도 그냥 둔다. 옛날에는 글씨만큼은 꼭 오른손으로 쓰게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본인이 쓰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둔다. 그걸로 스트레스받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식성이 다른 쌍둥이 손자 둘 다 좋아하는 간식


주말에 쌍둥이 손자가 우리 집에 오면 늘 먹을거리를 챙겨두는데 식성과 성향이 다른 손자들이 둘 다 잘 먹는 것이 있다. 점심을 먹고 배가 출출할 때 먹는 간식이다.


"할머니, 고구마 있어요?"

"있는데, 왜?"

"고구마 요플레 만들어주세요."

"연우도 먹을 거야?"

"네, 저도 먹고 싶어요."


고구마 요플레는 우리 집에서 개발한 손주 간식이다. 고구마를 구워서 으깬 다음 플레인 요플레와 섞어 주는 간식이다. 세 살쯤에 한 번 만들어주니 잘 먹어서 우리 집엔 늘 고구마가 떨어지지 않는다. 입이 짧기에 뭐라도 먹으면 만들어주게 된다. 주로 고구마를 5킬로 정도 사서 보관하고 고구마를 에어프라이에 구워서 만든다. 그런데 고구마 보관하는 것이 문제였다.


고구마는 겨울에는 차가운 곳에 두면 얼고, 따뜻한 곳에 두면 싹이 난다. 고구마 보관이 고민이었는데 지인이 고구마를 한 번에 삶아서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먹을 때 전자레인지나 에어프라이에서 해동해서 먹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좋은 방법 같았다. 그다음부터는 고구마를 조금 큰 걸로 서서 삶은 후에 하나씩 봉지에 담아서 냉동해 두니 손자가 먹고 싶어 할 때마다 꺼내서 사용하니 좋았다.


우리 집 고구마 요플레 만드는 법


집에서 만든 수제 요플레와 냉동한 삶은 고구마


1. 호박고구마를 에어프라이에 구워서 바로 만들면 좋은데 손자들이 주말에만 오기에 요즘 냉동한 삶은 고구마는 전자레인지에서 삶은 것처럼 뜨겁게 데운다. 우리 집 전자레인지에서 커다란 고구마 두세 개는 전자레인지 찜기에 담아서 3분 동안 데운다. 전자레인지 찜기는 음식을 데울 때 사용하니까 참 좋다.


전자레인지 찜기에 데운 고구마


2. 고구마 껍질을 벗기고 그릇에 담아서 숟가락으로 으깬다. 요즘 집에서 수제 요플레를 만들어 먹는데 으깬 고구마에 요플레 서너 숟가락을 넣어 고구마와 잘 섞는다. 수제 요플레가 없으면 시판하는 플레인 요플레로 만들면 된다.


완성된 고구마 요플레

3. 으깬 고구마와 요플레를 섞어서 먹기 좋게 만든다. 너무 되직하면 목이 메어 먹기 나쁘고, 요플레를 많이 넣으면 묽어서 흘릴 수 있어서 적당하게 넣어야 한다. 만들다 보면 적당한 반죽 농도를 알 수 있다. 죽 정도의 농도면 된다.


고구마도 요플레도 모두 몸에 좋은 음식이다. 고구마는 식이 섬유가 많아서 장 건강에 좋다. 아이들 배변에 좋아서 변비를 예방해 준다. 먹으면 포만감도 느껴져서 저녁 먹을 때까지 다른 간식을 먹지 않아도 든든하다. 요플레 역시 유산균이 풍부해서 배변 활동뿐만 아니라 면역력을 올리는 데도 좋다. 좋은 음식끼리 만났으니 고구마 요플레는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이다.


오늘도 쌍둥이 손자 지우 연우는 든든하게 고구마 요플레 먹고 즐겁게 놀고 있다. 식성이 다르고 성향도 다른 쌍둥이 손자가 신기하지만, 둘 다 잘 먹는 간식이 있어서 기특하다. 손주 육아는 힘들다고 하지만, 손주가 주는 기쁨은 힘듦을 넘어선다. 겨울이라서 마트에서 고구마를 많이 판다. 호박고구마를 사서 손주들에게는 고구마 요플레 만들어주고, 어른에게도 좋은 고구마 많이 드시고 육아하는 조부모님들도 건강하게 겨울 보내시기 바란다.



*내가 출간한 책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6818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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