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헤어짐을 상상해.
우리의 헤어짐을 상상해. 지금은 좋을 때니까 갓 시작하고 어떻게 보면 사귀자는 말도 안 했고 좋아한다는 고백도 안 했고 엄연히 따지면 그냥 썸 타는 중이지만. 나는 가끔 네가 하는 말에서 사랑을 느껴. 그리고 안도해. 그렇지만 다음 날이면 마음이 또 널을 뛰어. 예상치 못한 말에서 사랑을 느끼고 또 기대와 다른 말에 불안해지지. 나는 말하는 게 곧 마음이라서. 새벽에 화장실 가는 게 무섭다고 말하면 ‘왜 무서워 내가 있잖아’라는 말 대신 ‘다음엔 같이 가줄까?’라고 말하는 게 나라서. 같이 가면 안 무서우니까. 옆에 없다고 툴툴거린 거라서. 같이 있지 않고 물리적으로 멀기 때문에 서운하고 섭섭한 거라서. 그래도 나는 ‘내가 있잖아’라는 말에서 사랑을 느껴. 나는 그렇게 말하지 못했을 테니까. 괜찮다고 안도시켜 주는 게 네가 해줄 수 있는 사랑이라고 느껴. 나는 당장의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포커스가 맞춰있지만 너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걸 우선으로 하는 것 같아. 새삼 우리는 다른 사람임을 느껴. 그 다름이 끌림이 되지만 그 다름이 밀어냄이 되는 것 같아서 불안해. 그래서 나는 우리의 헤어짐을 상상해. 헤어질 때 상처받지 않으려면 얼만큼만 좋아해야 할까. 헤어질 때 상처받지 않으려면 지금 표현할 수 있는 만큼 좋아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그래야 후회가 없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나는 자존심이 상해서 상처받고 서운해. 내 말에 반응이 별로면 다음엔 아예 연락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 꾹 참고 연락 안 하고 내 글이나 써야겠다고 다짐해. 이 감정에 나만 휘둘리고 나만 널을 뛰는 것 같아서 억울해져. 왜 평온해 보이고 왜 침착해 보이는 건데.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은 이러지 않았어. 어떻게든 내 관심 받아보려고 노력했는데 너는 왜 그렇게 쉽게 다 얻는 건데. 이 모든 상황이 짜증이 나. 날 더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서 불안해. 내가 더 많이 좋아하다가 어느 날 그만하자고 말하면 그 후에 받을 상처가 상상돼서 겁이 나. 그래서 자꾸 계산하게 돼. 얼만큼 좋아해야 할까. 어느 정도 표현해야 할까. 그러다 보면 자존심이 상해서 내가 왜 너를 좋아해야 하는 걸까 화가 나. 좋아한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아져. 이렇게 하루마다 마음이 바뀌면 글에 집중할 수가 없어져. 나한테 안정감을 줘놓고 다시 뺏어가 버려. 그게 싫어. 휘둘리는 것 같은 마음이 짜증이 나. 그런데 또 생각이 나.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어. 사실 알아. 좋아하는데 헤어지고 난 다음에 받을 상처가 걱정돼서 얼만큼 좋아해야 하는지 계산하고 있어. 난 또 시작하면서 헤어짐을 생각해. 우리가 오래 갈 수 있을까? 길어야 3달 아닐까? 올해를 넘길 수 있을까? 사랑은 하게 될까? 나는 너의 많은 말에서 사랑을 느끼지만 아직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은 네가 나쁜 거야. 나를 불안하게 만든 네가 나쁜 거야. 그러니까 이 모든 건 네 잘못이야. 그래서 나는 이 모든 애기를 너한테 직접 하는 대신 나 혼자 글로 써. 나라도 나를 달래주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