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든 야망이든 이루지 못한 미련이 슬금슬금 고개를 내밀고 목구멍으로 은근슬쩍 나오는 걸 보니 올해도 가을이 왔구나.
가을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10년 전부터 쓰고자했던 글을 다시 들추게 된다. 신춘문예를 준비하던 습관인지 부수지 못한 관습인지. 이러다 말겠지 놔두면 11월이 되면 이 마음이 날뛴다.
정말 미련일까? 이토록 미련스럽게 가을을 타는 걸까?
계약하면 안 그럴 줄 알았는데. 겨울부터 봄여름내내 열심히 계약작 쓰다가 또 가을이 되면.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지만 여전히 하지 못한 말에 마음이 쓰인다.
쭉쭉 가기만 하면 되는 고속도로에서 내가 가지 못한 길을 떠올려 멈춘 걸까? 계속 가거나 다시 돌아서 국도로 가거나. 휴게소에서 갈팡질팡하는며 핸들을 꾹 쥐고있는 손.
매번 궁금한 건 이런거다. 그래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했나요?
언젠가 변호사에게 옆에서 봤을 땐 그냥 하면 될 것 같은 일들도 작가들은 오랜시간 고민하고 멈춘 상태로 있을 때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옆에서 보면 정말 이해가 안 되지만 그런 일들이 무수히 많다고.
내 일이라서 그렇다. 이 일이 삶과 분리할 수 없는 직업이라서. 이 글이 내 인생이라서. 결국 내 삶과 시간을 쓰는 거라서. 시스템화가 통했다면 진즉 미션 클리어 했을 일들도 마음이 들어가고 감정이 들어가버리니까. 갑자기 멈춰서 한없이 또 끝없이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결국 마음대로 할 테지만. 한과 미련은 풀기 전에는 안 없어진다. 성불이 답이라면 몸과 마음을 바쳐 정성껏 모셔야지.
망해봤자 탈락이고 큰 일 안 일어난다.
그러니 나는 이걸 미련 대신 사랑이라고 부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