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찾을 수 있는 답이었다고.
‘아무래도 소설을 써야겠지.’
10년 전 8월. 처음으로 소설 한 편을 썼다. 8개월 내내 이불 속에 웅크리고 있다가 마침내 더 흐를 눈물도 없고 몸도 뻐근해져서 밖으로 나왔던 날. 이불을 정리하며 소설 강의를 알아봤다. 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을 것 같은데 답을 알아내는 방법이 소설인 것 같아서. 그러니 ‘소설을 써야겠다.’
합정으로 강의를 다니며 한 달 동안 낑낑거리며 쓴 소설의 반응은 난감했다. 기대에 못 미친 반응에 실망했고 좀 좌절했으며 ‘다시는 소설 안 써.’라고 생각했으니 분노했던 것 같기도.
그렇게 첫 작이 마지막이 될 뻔 했지만 이상하게 계속 생각이 났다. 생각날 때마다 들춰보며 퇴고하다가 다른 글도 써봐야지, 또 다른 글도 써봐야지, 하며 계속 이어지다보니 ‘아무래도 소설을 써야겠지’ 하고 마음먹은지 10년 차.
얼마 전 갑자기 큰 용기가 생겨서 첫 번째 소설을 다시 읽어봤다. 그런데 내 기억만큼 엉망도 아니었고 지금 보니 괜찮은 지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려던 말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오히려 그 때가 더 날 것이라 패기 넘치고 눈길이 간다.
이 소설이 내 첫사랑인가?
흔히 소설에서는 ‘부러뜨린다’는 표현이 있는데 관용적으로 쓰는 표현이라 내 추측으로는 ‘시작점을 넘는다.’ 또는 ‘한계를 넘는다’는 의미 같다. 글로 치자면 처음에 하고자했던 말을 온전히 담은 상태. 완벽보다는 완전한 글.
내게는 이 소설이 그렇다. 10년간 찾아헤맨 답은 이 소설을 부러뜨리며 해설지가 된다. 그러면 나는 모두에게 말할 것이다. 이건 진짜 내꺼라고. 내가 결국 찾아냈다고.
나만 찾을 수 있는 답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