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렴 어때.
“두부두루치기 먹으러 대전 가실 분.”
인터넷에서 본 사진 한 장으로 세 자매는 대전으로 떠났다. 셋만 가는 첫 여행이었다. 나는 뭐가 되든 두부두루치기만 먹으면 됐다. 그 후의 일정은 둘째와 셋째가 짰다. “정말 아무것도 안 찾았니?”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다녔다. 두루치기는 먹었으니까 미션 완료. 버스를 잘못 타서 다시 돌아가는 길도 괜히 재밌었다. 소제동으로 들어갈 때는 들떠서 “우리 광주도 가자.”라고 말했고 셋째는 “어디 가자고 말하지 마!”라고 질색했다. 언니들이 혹시나 자기 빼놓고 갈까봐 일정을 요리조리 두 번이나 바꿨으면서.
셋째는 소제동에 가고 싶어 했다. 요새 뜨는 동네라며 카페를 몇 개 보내줬는데 동네도 아름답고 카페도 예뻤다. 그러나 막상 찾아간 소제동은 거의 폐허였다. 누군가 떠나고 그대로 방치된 집들엔 커다란 자물쇠들이 걸려있었고 문은 녹슬었다. 사진으로 볼 때는 아름다웠는데 실제는 조금 무서웠다. 대나무 숲을 보겠다며 찾아간 카페는 블로그 속 사진보다 아담하고 평범했다. 우연히 그 카페를 찾았다면 대나무 숲에 감탄했겠지만 기대가 너무 컸다.
하지만 언제 실망했냐는 듯이 우리는 음료와 디저트를 먹고는 사진을 찍고 놀았다. 대나무 숲 사이를 한 명씩 걸어가는 척하면 셋째가 “오케이!”하고는 사진을 찍어주었다. 모기에 뜯겼다고 투덜거리면 잘 씻으라고 놀리고. 우리 셋만 독차지한 작은 별관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다가 둘째가 엄마한테 보내주겠다며 거울샷을 실컷 찍었다. 그게 또 너무 이상하고 촌스러운 가족사진 같아서 한참을 웃었다.
액정 속 세상을 기대하면 반드시 실망한다. 그것은 전체가 아닌 편집된 것만 보여주니까. 편집은 내 머릿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일이라 앞으로도 실망할 일들이 얼마나 많을지 가늠도 안 된다.
아무렴 어때.
같이 있어서 즐겁고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거야 말고 아무것도 편집되지 않은 날것의 삶이자 편집이 가린 빈 공백을 온전하게 채워주는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