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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식빵 꼬투리

매일글쓰기 6.

by 다정한 여유



오늘의 글감 : 일상 중에 한 장면.

먼저 일상 중 한 장면을 생각하거나 사진 찍으세요. 그리고 다섯 줄을 목표로 써보면 어떨까요. 더 써지면 좋고 안 써져도 오늘의 글쓰기는 해낸 걸로요! 오래 멀리 가려면 가끔은 힘 빼고 쉽게 가야 할 때도 있어야 하니까요. 얇은 한 올의 실도 이어가는 힘이 분명하잖아요. 오늘은 일단 이어가는 데에 목적을 두는 거죠.




식빵 꼬투리. 빵을 좋아하는데 식빵 꼬투리, 마지막 장은 손이 잘 안 간다. 마지막 장은 살짝 썰어내고 먹는다. 아이도 그런가 보다. 요즘 하얀 부분만 있는 식빵도 나왔던데, 아마도 나와 아이 취향만은 아닌가 보다. 어떤 빵은 더 퍽퍽하기도 한데 잘 먹는다. 그런데 이 부분은 왜 잘 먹히지 않는 걸까. 보드라운 부분을 먹고 나니 더 퍽퍽하게 느껴지는 걸까. 그렇다면 반대로 먹어봐야겠다. 남기지 않고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보드라운 식빵을 눈앞에 두고 쉽지는 않을 것 같지만 말이다. 식빵 꼬투리 부분을 모아서 러스크를 만드는 레시피를 많이 보았다. 그렇게 만들면 또 얼마나 맛있는가. 약간 가미하긴 했어도 꼬투리 자체에는 분명 문제가 없다.






내가 어디에 속하는지에 따라 내 가치가 달라진다면, 나를 바꿀 것이 아니라 속하는 곳을 바꿔보면 어떨까. 예전이라면 나를 바꾸려 부단히 노력했을 것이다. 남들이 원하는 모습에 나를 맞추려 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 덕에 조금 더 나은 내가 됐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있는 그대로를 나조차 인정하고 환영해 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스스로에게 미안해진다. 노력하고 바뀌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면 그건 조금 슬픈 일이다.

내가 선망하는 곳에 함께 있는 것도 좋겠지만 나를 환영해 주는 곳에 있는 것도 더 좋지 않을까. 그 선택이 아직 미덥다면 좀 왔다가 갔다가 해보는 거다. 있어 보니 아니다 싶으면 바꿔본들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아니, 뭐라고 한들 어떤가. 내 마음속에도 구시렁구시렁 뭐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잊지 말자. 바뀌고 싶지 않아서 게으른 줄 알았던 그 사람은 사실 얼마나 자존감이 빵빵한 존재인가. 그 사람에게 더 귀 기울여주면 좋겠다. 어쩌면 나를 가장 잘 아는 내면의 그 '구시렁거리는 이'의 목소리에 고민의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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