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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지키지 못한 계획 위로 소란한 나날이 지나갑니다

by 다정한 여유



11월의 키워드 : 인내와 성장.
11월의 긍정확언 : 나는 나의 몸을 사랑하고, 건강한 습관을 실천한다.
11월의 원씽 : 간헐적 단식, 달리기, 글쓰기.


키워드를 쓰기조차 부끄러운 11월 결산글의 시작이다. 어쩜 이렇게 지킨 것이 없을까. 더 적나라한 평가를 위해서 11월에 하고자 했던 것을 확인해 보면 다음과 같다.

집 정리 / 가계부 쓰며 소비 정리하기
간헐적 단식과 달리기를 통해 편안함에서 벗어나기
매거진에 글 15개 쓰기

집정리는 조금 했지만 가계부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간헐적 단식이 뭐더라, 싶게 실천하지 못했고 달리기는 춥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이유로 총 10번도 하지 않았다. 거창하거나 대단한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어째서 하나도 지키지 못했을까.


성장모임에서는 매달 말에 온라인으로 결산모임을 한다. 리더 코치님이 이번 모임의 첫 질문으로 ‘11월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무엇인가요?'를 던지셨다. 질문을 듣자마자 떠오른 생각은 '어휴, 정신없음. 소란함'이었다. 11월을 떠올리고 나는 왜 한숨부터 내쉬었을까. 어째서 소란하고 정신없다고 표현했을까.

한 달을 돌아보았다. 일정표도 보고 사진도 보면서 내가 무엇을 하고 지냈는지 확인했다. 그렇게 확인하고 나니 나의 한 마디가 이해되었다. 여행도 하고 일도 했다. 전시회도 가고 공연도 갔다. 남편 생일이라 양가 식사자리도 있었다. 실제로 정신없이 지낸 것 같다. 물론 그게 계획했던 일을 하지 못했던 핑계는 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이번 모임에서는 한 달을 돌아보기 앞서 10분 정도 명상을 했다. 유튜브 영상을 들으며 하는 명상은 처음해 보았는데 꽤 좋았다. 처음에는 영상 속 목소리에 집중했다면 시간이 조금 지나가 내 숨소리에 집중하게 되었다. 나의 생각과 마음이 좀 더 또렷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 짧은 시간에 말이다. 잠깐의 경험이었지만 많은 책에서 명상을 추천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내가 스스로 명상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기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의사를 비칠 것이다. 명상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게 되어서 다행이다. 첫 단추가 중요한 법이니 말이다.





12월 말에 예정된 이사 때문에, 나에게 12월은 온전히 '이사' 그 자체가 될 것 같다. 이 한 달 내내 이사 준비로 분주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한 해 마무리와 내년 준비까지, 이 두 마리 토끼도 결코 놓치고 싶지 않다. 그러려면 이런저런 활동을 줄여야 하는데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도 줄이고 싶은 게 없다. 연말이라 평소보다 약속도 많을 예정이다. 지금은 할 일이 많아 온라인 쇼핑이나 소소하게 하던 게임도 이미 줄인 상태다. 고로 이 조각들을 모아도 나에게 큰 덩어리 시간이 주어지진 않을 것 같다.

예전에 미니멀리스트의 책에서 집안이 텅 비려면 소소하게 많이 버리는 것보다 소파, 옷장처럼 부피 큰 것을 버리라고 했던 게 떠올랐다. 나 역시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되는 ’ 덩어리 큰 일'을 찾아내야 한다. 그 덩어리는 어쩌면 인맥 관리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연말 약속의 일부일 수도 있고, 혹은 지식 습득이라 믿었던 깊이 없는 독서일 수도 있다.


아마도 12월은 ‘선택과 집중'을 넘어서 ’ 선택과 포기'의 시간이 될 것이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을 훌륭하게 완수하기 위해, 냉철하게 판단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후회 없이 포기하는 한 달을 만들어가야겠다.


12월의 키워드 : 선택과 감사.
12월의 긍정확언 : 나는 오늘도 감사할 일이 많으며, 그것을 마음 깊이 느낀다.
12월의 원씽 : 간헐적 단식


월말 모임에서는 다음 달을 끌고 갈 문장을 하나 선정했다. 많은 문장 중에서 나의 눈길을 끌고 마음이 오래 머물렀던 문장이 있었다.

'지금 이 길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몰라도 믿어보자.'

넓은 시야로 숲을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너무 어려웠다. 세상에 대해, 나에 대해 아는 것이 미천해서 큰 그림을 그리기가 어려웠다. 이 문장에 마음이 끌린 이유가 있었다. 일단 지금은 나를 위한 길이 있다고 믿고, 내가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으며 눈앞에 보이는 나무에, 돌멩이 하나가 집중해 봐야겠다. 지금 이 길 끝에 뭐가 있는지 당장은 모르겠지만 길을 한참 가다 보면 그 끝이 보일 테고 그러려면 일단 길을 가야 한다. 12월은 망설이고 주저할 시간조차 부족할지 모르니, 일단 가보자. 뚜벅뚜벅.







11월, 이달의 즐거움 기록.



이달의 책



이달의 문장



이달의 여행지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 뮤지엄 산


이달의 문화행사

토요콘서트 / 위픽 팝업


MMCA 해외 명작: 수련과 샹들리에 / 탕 컨템포러리 아트


드디어 끝이 보이는 책가도


이달의 음식

일 끝나고 마신 커피 / 진짜 푸짐한 해물찜(이가네동태탕앤찜)


질문 출처.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김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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