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디가 인간 바닥인가? 책 '인간실격'

by 윤슬

살아가다 보면 한심한 사람을 보게 됩니다.

이 먹어도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의 짐이 되는 사람.

도박이나 술에 중독된 사람.

이 여자 저 여자 끊임없이 갈아치우는 남자.

이 남자 저 남자 기웃거리는 여자.


이 책은 그런 한 인간 요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처음 이 책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제가 좋아하는 가수 요조가 소설의 주인공 이름에서 따왔다고 해서 호기심이 생긴 책입니다.


첫 문장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은 아주 유명합니다.


읽는 내내 주인공이 답답하기도 하고 한심스럽기도 하고 정말 이 인간은 인간실격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코올 중독에 거짓말에 이 여자 저 여자 만나 색욕에 빠지기도 합니다. 왜 그렇게 사는지 한심스럽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합니다.


제가 요조와 같은 삶을 살지 않아서 모르지만 그렇게 사는 사람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을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삶의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이끄는지 알지는 못합니다.


약간은 특이했던 요조가 성인이 되고 점점 변해가는 것을 보고 어린 시절 함께 했던 친구들이 모두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읽으면서 요조가 아주 밉지는 않았습니다. 인간 이하의 짓을 하는데도 왠지 모를 끌림이 있다고 해야 되나요? 제 마음대로 살아가는 요조에게 왠지 모를 부러움도 있고 요조의 행동에 지지를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싫어하게 되지는 않았습니다.


요조는 어떤 최후를 맞이했는지 소설에는 잘 나오지 않습니다. 그가 나이에 비해 늙어버렸다는 말만 있습니다. 그렇게 몸을 함부로 하면 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마다 마다 사연이 없는 사람이 없겠죠. 이유가 있고 해맑은 어린 시절이 있었고 꿈도 있었을 것입니다. 요조는 타락한 삶을 살아갑니다. 속으로 아무리 요조에게 그렇게 살지 말라고 했지만 요조 내부의 무엇을 그를 그리고 이끌어 갔나 봅니다.


소설 '이방인'이나 이상의 '날개'의 주인공이 떠오르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은 읽으면서 놀랍기도 하고 괴상하기도 하고 기괴하기도 했습니다.


나와 정반대의 어떤 사람.

이해할 수도 없는 사람.

하지만 왠지 미워할 수 없는 사람.


요조.


인간실격.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인생의 의미를 찾고 싶을 때.... 책 싯다르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