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아들

유치원시절

by 작가이유리



"엄마, 나 다녀올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신발부터 신는 아들을 보면, 나는 한숨과 웃음을 동시에 짓는다. 다녀오겠다니, 도대체 어디를? 우리 집 거실에서 저녁까지도 못 쉬고 뛰어다니면서 대체 어디까지 가겠다는 걸까.


내 아들은 숨 쉬듯이 움직인다. 가만히 있는 순간이 없다. 조용하면 꼭 무언가 사고를 친다. 그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다른 아이들도 다 이렇겠지' 싶었다. 하지만 아니다. 놀이방에서 마주친 또래 친구들은 블록을 차분히 쌓고, 책을 읽으며 한 곳에서 놀았다. 하지만 내 아들은? 블록을 쌓기보다 쌓고 나서 무너뜨리기 바빴고 책보다는 책장 위에 올라가 보려고 했다.


밖에 나가면 더욱 심하다. 길을 걸어도 뛰고, 놀이터에 가도 쉬지 않고 달린다. 한 곳에 앉아 있기를 바라는 건 마치 강물을 손으로 움켜쥐려는 것과 같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하신 말씀도 잊을 수 없다.


"어머님, 아이가 정말 에너지가 넘쳐요!"
(…에너지가 넘친다는 건 예쁘게 표현한 '조금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뜻이겠지?)


가끔은 숨이 차도록 뛰어다니는 아들을 보며 궁금해진다. 이 아이는 언제 힘들까? 정말 지치긴 하는 걸까? 그렇게 뛰어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피곤해지고, 잠이 쏟아지지 않을까?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내가 먼저 지친다. 그리고 밤이 되어도 아이는 여전히 에너지가 넘친다.


"엄마, 나 안 졸려!"


그 말을 들으면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아니야, 너는 졸려야 해. 이제는 졸릴 시간이야.' 하지만 내 바람과는 달리, 아들은 눈을 반짝이며 책을 가져온다. "이거 읽어줘!" 그리고는 책을 읽어주는 동안도 다리를 끊임없이 흔들고, 손가락을 움직이며 무언가를 만든다.


그렇게 몸을 끊임없이 움직이며 하루를 보내는 아들을 보면, 때로는 답답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 아이는 커서도 이렇게 에너지가 넘칠까? 나중에도 이렇게 가만히 있지 못하면 어쩌지?'


하지만 나는 어느날 문득 깨달았다.


"그렇게 에너지가 많은 건 축복이야. 건강하다는 증거잖아."


나는 다시 아들을 바라보았다. 힘없이 늘어져 있는 것보다야 뛰어다니는 게 낫지 않나? 세상을 온몸으로 경험하고,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려는 이 넘치는 에너지는 사실 축복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건강하다가 어느날 감기라도 걸려서 콧물을 줄줄 흘리거나 열이 펄펄 끓거나 하면 엄마는 무너져 버린다.


물론, 체력이 좋은 아들의 엄마인 나는 힘들다. 손목은 나날이 아프고, 다리는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내 아들이 이렇게 살아 숨 쉬며 움직이는 모습이야말로 내가 가장 감사해야 할 일이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비록 나는 아들을 위해 축구를 해야하고 달리기를 해야하고 (킥보드로 달려가는 아들을잡기 위해서)

때때로 가슴을 쓸어 내려야 하는 사고의 순간을 직면 하기도 한다.


오늘도 나는 쉴 틈 없이 움직이는 작은 태풍을 바라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 아이가 언제쯤이면 가만히 있을까?'

사춘기가 올 때 쯤은 핸드폰을 들여다 보고 자기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날이 와 버리겠지.

그때가서는 어린 시절의 그 순간이 아주 많이 아쉬울 것같다.


그렇다면, 오늘도 나는 그 뒤를 쫓아야겠다. 뛰는 엄마 위에 날아다니는 아들. 아직은 내가 조금 더 빠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아이는 나보다 훨씬 앞서 달리고 있겠지.


그때까지, 나도 같이 뛰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