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황금수레 04화

난공불락 요새

by 조병인

황영감은 노트를 몇 장 넘기다 「포기보다 어려운 손절매」라는 제목을 발견했다. 주식에 입문한 뒤로 가장 어렵다고 여겼던 최대의 장애물이다. 노트에는 아래와 같이 적혀 있다.


지식을 종합해 보면 나 같은 초보자에게는 역발상투자가 가장 쉬울 것 같다. 주식시장의 붕괴가 우려될 정도로 주가가 떨어졌을 때 좋은 주식을 많이 사서 가지고 있으면 반드시 정부가 경기를 부양시켜 주가가 이전 수준 이상으로 회복되는 패턴이 역사적으로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약 없는 폭락을 하염없이 기다릴 자신이 없다. 일흔 살이 코앞인데 언제 생길지 모르는 폭락을 어떻게 무작정 참고 기다리겠는가. 더구나 아무런 예고 없이 불시에 갑자기 닥치는 것을. 미리 조짐이 나타난다 해도 나 같은 초보자가 제때 알아챌 수 있겠는가.


문제는 현재가 막혀있다는 것이다.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 종목을 고르고 자금을 쪼개서 주식을 사도 계좌의 푸른색깔이 붉게 변하질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매도하였다가 주가가 ‘혹시 오를까 봐’ 손절을 못하다 인내를 포기하고 더 낮은 가격에 매도하는 바보짓을 반복한다.


미리 수치로 기준을 정해놓고 반드시 지키라지만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어떤 이는 물타기를 해야 수익이 커진다 하고 어떤 이는 반드시 손절을 해야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해서 손절 기준을 숫자로 정할 수가 없다.


나를 주식세계로 인도한 존 리는 손절매는 절대 하면 안 되는 것으로 여긴다.

그의 첫 번째 저서인 『왜 주식인가?』(2012, 이콘)에 증거가 적혀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용어가 있다. ‘손절매’라는 것이다. 매수한 주식의 가격이 15∼20퍼센트 하락하면 바로 매도한다는 것인데, 충분히 회사를 연구해 좋다고 판단하고 샀다면 가격이 하락했을 때 더욱 사야 하는 게 옳지 않을까? 손절매의 이론적 근거가 궁금하다. 특히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매달 어느 정도의 금액을 계속 주식에 투자하거나 적립식 펀드에 가입한 샐러리맨이라면, 주가가 내려가면 더 좋아할 일이 아닐까? 같은 회사의 주식을 더 싸게, 말하자면 같은 금액으로 주식을 더 많이 살 수 있으니까 말이다(51쪽).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개인이나 기관투자가들이 주식가격이 20%나 30% 하락하면 손절매를 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많은 기관투자가들이 보유종목의 주가가 30% 떨어지면 무조건 판다고 생각해 보라. 분석이 제대로 된 것이라면 30% 떨어지면 더 사야 하는 것 아닌가? 어떤 종목을 살 때 싸다고 생각하고 샀으면 그 가격에서 30% 하락하면 더 사는 것이 이치에 맞다. 이렇게 비상식적인 것이 바로 손절매다. 손절매를 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주식의 가치를 보지 않고 투자했음을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84쪽).

하지만 손절매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고수가 한둘이 아니다.


고시 3관왕, 서울법대 수석졸업, 판사 역임, Baker & McKenzie 로펌 근무, 미국 3개 주 변호사 자격 소지 등을 앞세워 「고변호사의 주식강의 시리즈」를 내놓은 고승덕은 『주식 실전 포인트』(2005, 개미들출판사)에서 손절매의 절대적 필요성을 역설하였다(246-249쪽).


물타기보다 손절매를 생각하라. 일반투자자는 싸게 팔면 손실이 난다고만 생각한다. 지금 팔아야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손절매는 손실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더 싸게 사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그런 생각을 가진다면 파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주가가 하락하면 고수는 무엇보다도 손절매를 생각한다. 손절매란 주식을 더 싸게 사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준비단계이다.


물타기도 추세를 먼저 보고 하여야 하는 것처럼 손절매도 추세를 생각하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권할 만한 손절매 내지 매도 기법은 본전 대비 일정 비율이 아니라 고점 대비 일정 비율을 적용하여 매도하는 것이다. 주가가 오르다가 고점에서 하락할 때 본전까지 하락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고점 대비 일정 비율이 하락하면서 추세가 깨진 것으로 보아 매도하는 것이다.


손실이 큰 종목부터 처분하라. 여러 종목을 보유하다 보면 수익이 나는 종목도 있고 손실이 나는 종목도 있게 마련이다. 주가가 하락한다고 판단하거나 현금이 필요하여 주식을 처분하려는 일반투자자는 수익이 많이 나는 종목은 매도하고 손실이 많이 난 종목은 남기려는 경향이 있다. 수익이 난 종목은 처분하더라도 아깝지 않지만 손실이 난 종목은 본전 생각 대문에 선뜻 처분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수익을 내는 종목은 되도록 보유하고 손실이 나는 종목은 먼저 처분하는 것이 정석이다.

증시 격언에 ‘잘 자라는 나무는 키우고 자라지 않는 나무는 베어 버려라.’라는 말이 있다. 증시가 상승세에 있거나 하락세에 있거나 다른 종목보다 수익을 더 내지 못하는 종목은 먼저 처분하여야 한다. 손실을 많이 내는 종목은 현금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빨리 처분하는 것이 좋다. 최악의 투자는 수익이 아는 종목을 처분한 자금으로 손실이 아는 종목의 수량을 늘리는 물타기를 하는 것이다. 위험 분산을 하지 못하거든 차라리 손실이 난 종목을 처분하여 수익이 난 종목을 집중적으로 매수하는 것이 낫다. 손실이 난 종목을 처분하면 당장은 마음이 아프지만 늦은 손절매는 더 큰 아픔을 가져온다. 단기적인 감정을 극복하지 못하면 투자에 성공하기 어렵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주식전문가 되었다는 정광옥은『600원으로 시작하는 주식투자 첫걸음』이라는 저서(2011, 북오션)에서 ‘손절매는 손실을 피하기 위한 보험’이라고 하였다(276-283쪽).


주식 투자를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이야기가 마로 ‘손절매’다. 손절매만 잘해도 주식투자는 성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손절매는 위험관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특히 분산투자를 하지 않을 경우는 손절매 외에는 달리 ‘위험관리’ 방법이 없다. 그러나 이렇게 손절매에 대해서 강조를 해도 실제로 개인 투자자들 중에서 손절매를 제대로 지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왜냐하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손실을 보는 것을 아주 싫어하기 때문이다.


수익을 내려고 투자를 했는데 오히려 손실을 보고 팔아야 한다는 것을 이성적으로는 해해해도 감성적으로는 납득하지 못하기에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손절매를 해야 할 시점에 막연히 주가가 오르겠지 하는 기대 심리 또는 본전 심리고 인해 손절매를 하지 못하면 원금을 회복할 기회가 한층 더 줄어든다.


손절매를 잘하면 예기치 못한 더 많은 손실을 예방하고, 주가가 더 하락했을 경우 낮은 가격에 주식을 더 많이 매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손절할 시점이 되면 손실을 아까워하지 말고 적은 손실로 큰 위험을 피한다는 생각을 갖고 과감하게 손절매를 단행해야 한다.


손절매의 최대 장점은 손실을 계속 키우지 않는다는 데 있다. 즉, -10퍼센트에서 손절매를 한다면 10퍼센트 이상 손실을 보지 않는다. 개인 투자자들은 개개 고점에서 주식을 매수한 후 주가가 하락하면 물타기를 하다가, 추가로 하락하면 그제야 손절을 하고 나오는 악순환을 반복해 계좌가 깡통에 이른다. 이런 악순환을 끊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손절매다.


분산투자와 적립식 투자를 통해 손실 위험을 최소화할 수는 있지만, 시장 전체가 하락하는 상황 앞에서는 이런 방법도 속수무책이다. 특히 손절매가 꼭 필요한 투자자는 분산투자나 적입식 투자 등을 제대로 하기 힘든 개인 투자자들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대개 많아야 5∼10개 종목 이내로 주식을 보유하며, 여유 자금이 생길 때나 매수를 하는 등 기업 자체의 위험이나 주가 등락에 따른 손실에 대한 대비를 잘하지 못한다. 따라서 손절매를 어느 정도 활용해야만 최악의 사태까지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주식투자를 시작해 10번의 좌절을 겪은 끝에 주식투자 심리의 법칙을 찾아냈다는 정신과 의사 박종석은 『살려주식시오』라는 저서(2021, 위즈덤하우스)라는 저서에서 ‘손절에 능해야 고수가 된다.’고 하였다(274-278쪽).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한 전제조건은 ‘돈이 묶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흔히들 “주식은 손절의 미학”이란 말을 많이 한다. 손절은 고집을 버리고 실수를 받아들이는 작업이다. 합리적이고 자존감이 높은 고수일수록 손절에 능하다.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다가는 마이너스 잔고로 화답할 뿐이다. 초보자들에게 손절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 일까? 그들은 항상 본전에 집착하고, 팔고 나서 주식이 오르는 게 너무 두렵기 때문이다.


손절해야 할 주식을 붙잡고 늘어져서 피해를 극대화하고, 계속 보유해야 할 우량주를 5∼10퍼센트 이익만 보고 매도한다. 스스로를 안정형 투자자라고 생각하겠지만 이것은 투자가 아니다. 그자 불안을 조절하지 못하고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다. 즉, 투자 자체를 두려워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성향의 사람이라면 애초에 주식투자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폭락이나 하락의 시그널이 깜박일 때, 초보자들은 “어? 어” 하면서 탈출 기회를 놓친다. 반 토막이 나도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결기 탓, 종목 탓을 한다. 건실한 우량주는 웬만해서는 절대 하루에 10%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 또한 하락장에서도 몇 변의 기술적 반등이 있어 손절 은 물 타기 등 의사결정의 기회를 여러 번 제공한다. 주식이 떨어질 때 안절부절못하며 한숨만 쉬는 사람은 오직 초보들뿐이다.


고수들은 떨어지는 칼날 속에서도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챙길 것을 다 챙긴다. 그들은 몇 퍼센트 혹은 몇십 퍼센트의 손실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직 돈이 묶인 채로 새로운 기회를 박탈당하거나 다른 결정을 내릴 여지도 없이 무기력해지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우리에게 수익을 가져다줄 종목은 무수히 많다. 매몰비용의 함정에 삐지지 말고 손해 보고 있는 종목이라면 빨리 정리하는 것이 맞다. 어차피 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안 되기 때문이다.


손질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시간과 재투자 기회다.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용감하게 다음 기회를 찾아 나서야 한다. 용감하고 부지런한 이들만이 손절을 할 수 있으며, 그런 사람만이 투자자로서의 자격이 있다.


미국의 뉴욕 증권가(월스트리트)에서 트레이딩의 전설로 통하는 제시 리버모어는 『How to trade in stocks』이라는 저서(이은주 역 『주식투자하는 법』, 2022, 탑픽)에서 ‘손실을 빨리 줄여라’를 자본운용규칙 1번으로 적었다.

원하던 흐름을 타지 못하는데도 빨리 팔아치우지 않고 마냥 보유하는 주식이야말로 투자자의 운용 자본을 잡아먹는 가장 파괴적인 요소다. 손실 포지션일 때 바로 거래를 종료하면 손실이 어느 정도인지 명확해진다.


그러나 하루 이틀 내에 좀 더 확실한 흐름이 나타나고 이익을 낼 가능성이 좀 더 커질 것이라는 기대 하나로 손실 포지션을 청산하지 못하고 계속 보유한다면, 그 투자자는 그저 ‘다 잘 되겠지!’라는 희망만 품은 채 무모하게 시장에 뛰어든 셈이다. 희망에 의지해 거래해야 하는 상황이면 나는 차라리 손을 털고 시장을 나온다. 헛된 기대로만으로 거래에 나서면 성과 없이 마음만 괴로울뿐더러, 나로서는 그렇게 한가하게 행동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230쪽).


[다음 호에 계속]

keyword
이전 03화완전군장과 연전연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