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인생

요행 부리지 말고 기본을 지키며 살아보아

by 치유

술의 향기를 좋아하다 보니, 누룩, 물, 쌀 이 세 가지로만 만든 수제 막걸리의 향기, 즉 복숭아 향 같기도 살구가 잘 익은 향 같기도, 그 향기에 취해 계속해서 집에서 막걸리를 빚고 있다.


빚는 과정이 번거롭기도 하이, 기다림도 길기에 만들 때 한 번에 많은 양을 취하고 싶었다. 쌀을 한가득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씻어야 하는데, 양이 많다보니 씻는 첫번째 과정에서 매우 지쳤었나 보다.


쌀을 씻고, 살짝 불리고, 물을 빼는 이 모든 중간 과정을 생략한 채 고두밥을 만들 준비를 했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인드로 고두밥과 진밥이 섞인 밥을 만들었고 그렇게 우리 누룩으로 마구 치대어 발효시켰다.


처음엔 잘 되어 보였다. 좋은 향기와 뽀글이들이 톡톡 터지며 일주일 뒤 만날 나의 살아있는 듯한 막걸리들이 너무 기대되었다


그런 일주일의 기다림의 시간뒤로 만난 오늘, 기본을 지키지 않은 나의 막걸리는 순식간에 과발효가 되어 시큼한 맛만 가득했다. 즉 식초가 되기 직전이다.


살다 보면 대충 해도 그럴싸해 보이는 것들이 있다.

요즘은 하도 세상이 뭐든 빠르고 배움도 빨라서

훑어보면 뭐든 금방 따라 하게 되고 그럴싸 보이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과정은 늘 짧고 결과는 금방이어야 했던, 그런 삶에 나도 모르게 취해있었다. 보이기엔 예쁜데, 향기도 없고 맛도 없다. 알맹이 없는 껍질 같다. 모양만 잘 따라 했다.


다시 맑은 물부터 쌀을 정성스럽게 씻고, 약간의 시간을 신경 쓰며 불리고 채반에 물기를 쭉 빼주고, 고른 열이 전달되는 냄비에 고루 펴, 골고루 고루 밥을 아주 수고스럽게 만들어주었다. 뜨거운 고루 밥을 한 김 식히려 넓게 펴내면서, 기본만 잘 지켜도 정도를 잘 걷는 삶이다.


기본은 말처럼 쉬울까. 어쩌면 너무 당연해서, 너무 아는 거라서, 혹은 안다고 착각하고 있거나 하여, 기본은 가장 지키기가 어렵다고 결론을 내었다.


그러니까 어쩌면 삶에서, 그 가장 지키기 어려운 기본만 잘 지켜보자는 삶의 태로라면 정도는 잘 갈 거다.


기본을 잘 지킨 막걸리는 아주 향기롭게 익어가는 중이다. 그렇게 막걸리가 교훈을 주었다.

웃기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