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물파의 연어초밥

오늘의 밥심 4. 연어초밥

by 오늘


' 입에서 사르르 녹을 거야. 한번 먹어봐. '

어린 시절 엄마아빠의 말을 믿고 처음 먹어본 '회'라는 음식은(아마도 광어일 것으로 추정)

그야말로 충격의 맛이었습니다.


차갑고 물컹물컹한 것이 익히지도 않아 낯설기만 한 그 식감.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는 만화책의 내용도 다 거짓말이었습니다.


이렇게 안 씹히는데 녹는다니요.

입에서 녹는 건 솜사탕 같은 것을 먹었을 때 하는 표현이란 말입니다.


그렇게 세상과 부모님은 나를 속였고(?)

입 짧고 낯선 음식 싫어하는 나는

그 이후로도 회라는 놈과는 별로 친하게 지내지 못했네요.


**


"오늘 저녁은 연어야 "

"우와 연어다 연어!! "


뭐든 잘 먹는 남편과 결혼한 덕분일까요.


우리 아이들은 ,

특히 큰 딸은 회를 정말 잘 먹습니다

자신은 일명 '해산물파'라며 자부심을 드러내는 그 모습은

마치 무림의 고수 같은 기세를 풍깁니다.


이런 큰딸을 위해 회전초밥집을 한 번씩 가긴 하지만,

아직 어린 탓에 다양한 종류의 회를 먹진 못합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연어를 직접 사서 집에서 썰어먹곤 합니다.


'해산물파'의 엄마인 나는,

그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마트에서 결이 좋고 색이 예쁜 횟감용 연어를 최대한 신중하게 골라옵니다.


집에 오면 연어를 꺼내 용기 안에 넣고

굵은소금을 골고루 뿌려줍니다.

그렇게 20분 정도 냉장고에서 숙성을 합니다.

숙성된 연어는 꺼내서 물로 소금기를 씻어준 후,

키친타월로 물기를 제거해 줍니다.


자, 이제 준비는 다 되었어요.


무림의 세계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연어를 먹기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칼을 가는 겁니다.

쓱싹쓱싹 대여섯 번 갈아줘야 연어를 부드럽게 썰어낼 수 있습니다.


잘 갈아진 칼이 손끝에서 미끄러집니다.

공기를 가볍게 가르며, 목표물을 조준합니다.

망설일 시간이 없습니다.

이미 아이들은 식탁 위에서 젓가락싸움을 벌이고 있거든요.


최대한 신중하게,

똑같이 나눠서.

밥상 위에 올려놓아야 합니다.

네 것이 크네 내 것이 크네 소리가 나면

이곳은 진짜 전쟁터가 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완성된 초밥을 와사비 하나 없이 쑥쑥 입에 집어넣습니다.

서둘러 간장에 레몬즙을 조금 섞어서 옆에 놓아줍니다.


오늘 저녁밥은 먹어라 말아라 할 필요도 없이 순식간에 없어집니다.


초밥집보다 엄마가 해주는 연어초밥이 제일 맛있다고 말해주는,

사회생활 잘하는 아이들 덕에

나도 해산물파가 된 듯 으쓱거릴 수 있습니다.


엄마의 연어초밥은 점점 맛있어집니다.

엄마도 점점 회를 좋아하게 되고요.


우리는 서로덕에 점점 좋아하는 것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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