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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르 Nov 18. 2024

16. 잠이 보약이다.

그렇다면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건강할까

일요일 하루를 찜질방과 수면으로 가득 채웠다.

황토방과 고온방을 오가며

기분 좋은 뜨끈함을 땀과 함께 즐겼다.


자고로 맥반석과 식혜를 먹었어야 했는데

땀을 흘렸는데도 식욕이 없어서 고민 끝에 짜계치를 선택했다.


예쁜 담음새에 사진을 찍지 않을수 없었다.


나에게 짜장면은 뭔가 기쁜 날 기념하기 위해 먹는 음식인데

(아마도 졸업 때 이따금 가족과 먹던 추억 덕분일 것이다.)

감기를 기념하긴 무엇하니 즐거운 일요일을 기념하기로 했다.


짜계치란 짜장라면에 계란프라이, 치즈를 더한 음식인데 프라이의 노른자가 반숙이어야 하는 것이 킥이다.


촉촉하게 스며드는 노른자와 짤세라 거드는 치즈의   어시스트에 연신 코를 박고 맛있게 먹었다.


사실 먹다 보니 조금은 얼큰한 국물이 간절했으나

김치도 충분히 좋은 조연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왠지 모를 부채감에 피트니스코너를 기웃대다 고온방에서 잠시 수련을 마치고 욕탕으로 들어왔다.


샤워가 익숙한 내게 목욕탕의 존재는 새로웠고

고등학교 시절 타지 면접을 위해 묵었던 추억도 있다.


웹툰 중에는 여탕에 관한 에피소드를 그린 작품이 있는데  잘 모르는 나도 즐겁게 봤지만

지금 봤다면 더 박장대소하면서 즐겁게 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마리모처럼 온탕에 둥둥 떠다니며 부력을 시험하고

삶아지듯 온기에 익숙해지면서

최근 컨디션 난조로 찾아온 불편한 감정들을 마주했다.


잘하고 싶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아 속상했고

그럼에도 걱정해 주는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인생이 단거리 경주가 아닌데

나는 어쩌면 단지 두렵다는 이유만으로

그저 눈앞의 것들에 연연하지 않았나.


나무보다도 숲을.

숲에서 풍경을 볼 수 있도록

나 자신에게도 당근과 채찍을 잘 주면서

성장통을 잘 견뎌보아야겠다.


이번주부터는 또 무장 추워졌는데

다들 아프지 마시고 견딜 수 있는 간지러운 고난들만 찾아오시길 바란다.


Ps. 만원 지하철에도 앉은 걸 보니 이번주도 러키비키 할 건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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