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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르 Oct 13. 2024

02. 순간

사진 또는 잔상처럼 맺혀 사라지지 않는 상흔일지라도.

재깍재깍 시간이 흘러가는 일상들 속에서

누구나 잊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나는 이 순간이 흉터 같다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방치된 상처는

지레 겁먹은 아이처럼 얽혀 매섭고도 거칠게 엉겨 붙고야 마는 것이다.

뼈는 부러지고 붙는 과정에서 더 단단해진다는데

애석하게도 상처란 단단해지기보다는 무뎌짐에 가깝다.


생경한 그리고 적나라한 날것의 적의란

이방인과 소속된 자들의 위치에서 빛을 발했다.

열심히만 하면 어떻게든 됐던 것과 달리

사회생활은. 사회는 녹록지 않았고

부러 눈총을 받기도 그저 한껏 움츠러들게 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존재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나서야

그곳에서 도망치게 되었다.


실패에 더한 패배자라는 마음이 가득 차

더는 아무것도 시작하기 못하게 되었다가

어쩌다 또 일어나고 또 넘어져 눕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엔 화가 났다.

내가 왜 이렇게 무너져야 하는가

상처 준사람들이 보란 듯 더 잘 지내고 싶다.


사람에서 상처받는 날들은

사람으로 치유받는 날들이


누군가의 작은 친절이

얼마나 눈물겹던지


언젠가는 카스텔라를 사러 갔다 받은

서비스 호두과자에도 고마워

눈물이 후드득 떨어지곤 했다


작은 인사에도 힘이 나기도 하더라

머쓱하지만 용기 낸 순간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내일도 작은 친절을 마음에 품고

누군가의 맘을 데워보자


나의 상처가 영광스러운 훈장이기를

결국 지나왔어야 할 역경이었고

그러니 앞으로의 행복에 더 감격하기를.

그럼 오늘도 따뜻한 하루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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