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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_대만 국립고궁박물원_도자기편

by 미술관옆산책로

1편에 이어...


대만 국립고궁박물원은 회화 뿐만 아니라 도자기들도 아주 훌륭하다. 내 마음속 No.1 도자기는 조선의 백자이며 달항아리지만 중국의 도자기들이 물적 토양과 수준에서 우리보다 앞서 거대한 세계를 이끌어온 것은 맞았다.

SE-86afa91a-7edf-4f5d-a131-567341a92bd6.jpg?type=w1 송나라 건요 <흑유 토끼털 찻잔> 11-13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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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송나라 정요 <흑유 까치무늬 그릇> 12~13세기 / (우) 남송 기주요 <나뭇잎 무늬흑유 그릇> 12~13세기

(맨위) 토끼털로 붓질을 한 것인지 (귀얄기법 처럼) 토끼털 문양이라는 건지 알수 없지만 그것이 무엇이건 깊고 오묘한 아름다움을 내뿜는다. 두번째 세번째 도자기도 비슷한 방식으로 비슷한 아름다움이 있다. 그릇 아래 나뭇잎을 새겨 넣은 낭만 (와!)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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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북송 여요 <청자무문수선화분지> 11세기 후 ~ 12세기 초 / (우) 남송 관요 <청자 용무늬 세면대> 12~13세기

송나라 시대면 우리의 고려와도 맞닿을 것인데 이 시대에 비취색은 세계적인 트렌드였나... 1000년을 이어온 동안 곱게 그 자태를 유지한 북송의 여요와 (좌), 도자기에 금이 간 듯한 문양 그대로 불완전한 아름다움이 있는 남송의 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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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원 거요 <청자 줄기 그릇> 14세기 / (우) 명 만력 <유약이 칠해진 이중 연꽃무늬 물병> 16~17세기

이 도자기들은 유약 아래 금이 가게 하는 것이 원래부터 계획인 도기일 것이다. 위에 송나라 도기들도 그랬을 수 있다.


차암 예쁘다.


왼쪽 굽다리 도기엔 빠알간 앵두를 놓아 먹었을까... 오른쪽 뚜껑이 있는 도기엔 사탕 몇알을 넣고 두고 귀하게 꺼내 먹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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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원 준요 <천청자색반점 그릇> 13~14세기 / (우) 명 준요 <포도색 탑모양 화분> 15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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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진 준요 <청자유 박병> 12세기 / (우) (차례로) 명 홍치 <노란색 안감이 있는 녹색 유약 접시> <교황녹채쌍룡희주문 고족완> 1488-1505

이렇게 화려하고 부드러우며 색의 조화가 지금에 빗대도 전혀 이질감 없는 도기들이 진정 12~14세기의 작품인가...


(위) 보라와 청록의 색조화가 기가 막히고 부러 만들지 않은 자연스러운 패턴까지 갓벽하다. (왼쪽 아래)하늘을 닮은 파랑은 색 자체가 고급진데 병표면의 잘게 나 있는 빙열인지, 금인지 그것까지 포함해서 신성한 느낌이 들었다.


(오른쪽 아래) 타이틀은 '두머리 용이 여의주를 가지고 노는 모습이 새겨진 줄기그릇'라고 알려주는데 이 도기는 노랑과 청록의 색조화와 굽다리의 가느다란 선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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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청 강희 <하늘색 유약 항아리> 1662-1722 / (우) 북송 정요 <백자 연꽃잎 모양 그릇> 10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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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청나라 옹정제시대 / 노란색 꽃무늬가 있는 구리기반 법랑 컵 / 1723-1735 / (오른) 청나가 강희시대 / 청화 팔괘문 잔 세트 / 1662-1722

레이어드된 접시를 하나씩 치워가며 식사를 하는 서양문화처럼 포개진 잔에 다양한 차와 술을 차례로 마시던 것일까... 적재의 효율만을 따지기엔 그들이 꽤 낭만적이었을 듯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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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건륭제 <칠기를 본뜬 도자기 그릇> 1736 - 1795

나무를 파서 문양을 만들었나 했는데, 그릇의 이름이 '그럴줄 알았지? 근데 이건 도기야!' 한다. 작은 끌로 정성스레 문양을 세겨 넣었을 도공들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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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송 정요 <백자영아침>

박물관에서 너무 인기가 많았던 아기모양 베개.

빼꼼히 혀는 내밀고 한다리는 꼬아 접은 영락없는 개구쟁이의 모습.


지금에야 이런 딱딱한 배개를 어떻게 베고 잤나 싶다만 어찌저찌 그 시대가 그러했다면 이 베개를 베고 자는 이가 꿈속에서 만은 세상 시름 덜고 어린이 마냥 밝고 생기가 넘치길 기원했을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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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청 건륭제 <분채색 유약으로 만든 복숭아 꽃병> 1736-1795 / (우) 청 강희제 <삼색황토꽃병> 1662-1722

(왼) 형태나 문양, 색감이 어딘가에서 본 작품인것 같은데... 오른쪽 작품도 그렇고...


200여년 전부터 이렇게 화려하고 디테일이 충분히 산 작품이 가능했다. 이 정도면 이 도공에겐 그가 그릴 캔버스는 곡선의 딱딱한 도기가 아니라 평평하고 익숙한 화선지 정도였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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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청 옹정제시대 <버드나무와 제비 문양이 새겨진 법랑그릇> 1723-1735 / (우) 그릇의 확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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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청 건륭제 <살구, 버드나무, 봄 제비가 그려진 마늘모양 주둥이 꽃병> 1736-1795 / (우) 청 옹정제 <비둘기와 가을 풍경이 그려진 법랑잔> 1723-1735

이번에도 도자기면이 그저 도화지이자 화선지인 작품들


언뜻 잘못 그리면 그릇 자체를 다시 빚어야 되는 상황일 것인데 (이미 수십개 그러한 후 선택된 작품일 수도 있고) 그 과정이야 어떻건 살아 남아 현재의 사람들에게 본인의 자태를 뽐내고 있는 도자기들이다.


구성이 복잡하고 색감도 화려해 지구본을 펼쳐 평면의 지도를 만들 듯 도자기를 펼쳐 평면의 그림으로 만들어 놔도 부족하지 않을 듯한 작품들이다. 특히 (위) 버드나무는 봄 바람에 하늘하늘 휘날리는 모습이 기가막히게 자연스럽게 표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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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청 옹정제 <용문이 인쇄된 홍유그릇> 1723-1735 / (우) 청 옹정제 <녹색잔> & <청록색 잔> 1723-1735

성수동 어느 편집샵에 있다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현대적 감각의 그릇들.

팬톤 컬러집에서 갓 뽑아낸 듯한 색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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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너무 많아 미술관에서 점심을 했는데 직원 친절하고 규모 넓직하며 음식 깔끔한 미술관 내 식당이 있다. 치킨요리를 시켜 밥이랑 먹었는데 여기가 서울인지 타이페이인지 헤깔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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