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이어...
대만 국립고궁박물원은 회화 뿐만 아니라 도자기들도 아주 훌륭하다. 내 마음속 No.1 도자기는 조선의 백자이며 달항아리지만 중국의 도자기들이 물적 토양과 수준에서 우리보다 앞서 거대한 세계를 이끌어온 것은 맞았다.
(맨위) 토끼털로 붓질을 한 것인지 (귀얄기법 처럼) 토끼털 문양이라는 건지 알수 없지만 그것이 무엇이건 깊고 오묘한 아름다움을 내뿜는다. 두번째 세번째 도자기도 비슷한 방식으로 비슷한 아름다움이 있다. 그릇 아래 나뭇잎을 새겨 넣은 낭만 (와!)무엇...
송나라 시대면 우리의 고려와도 맞닿을 것인데 이 시대에 비취색은 세계적인 트렌드였나... 1000년을 이어온 동안 곱게 그 자태를 유지한 북송의 여요와 (좌), 도자기에 금이 간 듯한 문양 그대로 불완전한 아름다움이 있는 남송의 관요.
이 도자기들은 유약 아래 금이 가게 하는 것이 원래부터 계획인 도기일 것이다. 위에 송나라 도기들도 그랬을 수 있다.
차암 예쁘다.
왼쪽 굽다리 도기엔 빠알간 앵두를 놓아 먹었을까... 오른쪽 뚜껑이 있는 도기엔 사탕 몇알을 넣고 두고 귀하게 꺼내 먹었을까...
이렇게 화려하고 부드러우며 색의 조화가 지금에 빗대도 전혀 이질감 없는 도기들이 진정 12~14세기의 작품인가...
(위) 보라와 청록의 색조화가 기가 막히고 부러 만들지 않은 자연스러운 패턴까지 갓벽하다. (왼쪽 아래)하늘을 닮은 파랑은 색 자체가 고급진데 병표면의 잘게 나 있는 빙열인지, 금인지 그것까지 포함해서 신성한 느낌이 들었다.
(오른쪽 아래) 타이틀은 '두머리 용이 여의주를 가지고 노는 모습이 새겨진 줄기그릇'라고 알려주는데 이 도기는 노랑과 청록의 색조화와 굽다리의 가느다란 선이 아름다웠다.
레이어드된 접시를 하나씩 치워가며 식사를 하는 서양문화처럼 포개진 잔에 다양한 차와 술을 차례로 마시던 것일까... 적재의 효율만을 따지기엔 그들이 꽤 낭만적이었을 듯해서 말이다.
나무를 파서 문양을 만들었나 했는데, 그릇의 이름이 '그럴줄 알았지? 근데 이건 도기야!' 한다. 작은 끌로 정성스레 문양을 세겨 넣었을 도공들이 그려진다.
박물관에서 너무 인기가 많았던 아기모양 베개.
빼꼼히 혀는 내밀고 한다리는 꼬아 접은 영락없는 개구쟁이의 모습.
지금에야 이런 딱딱한 배개를 어떻게 베고 잤나 싶다만 어찌저찌 그 시대가 그러했다면 이 베개를 베고 자는 이가 꿈속에서 만은 세상 시름 덜고 어린이 마냥 밝고 생기가 넘치길 기원했을 듯 했다.
(왼) 형태나 문양, 색감이 어딘가에서 본 작품인것 같은데... 오른쪽 작품도 그렇고...
200여년 전부터 이렇게 화려하고 디테일이 충분히 산 작품이 가능했다. 이 정도면 이 도공에겐 그가 그릴 캔버스는 곡선의 딱딱한 도기가 아니라 평평하고 익숙한 화선지 정도였지 싶다.
이번에도 도자기면이 그저 도화지이자 화선지인 작품들
언뜻 잘못 그리면 그릇 자체를 다시 빚어야 되는 상황일 것인데 (이미 수십개 그러한 후 선택된 작품일 수도 있고) 그 과정이야 어떻건 살아 남아 현재의 사람들에게 본인의 자태를 뽐내고 있는 도자기들이다.
구성이 복잡하고 색감도 화려해 지구본을 펼쳐 평면의 지도를 만들 듯 도자기를 펼쳐 평면의 그림으로 만들어 놔도 부족하지 않을 듯한 작품들이다. 특히 (위) 버드나무는 봄 바람에 하늘하늘 휘날리는 모습이 기가막히게 자연스럽게 표현되었다.
성수동 어느 편집샵에 있다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현대적 감각의 그릇들.
팬톤 컬러집에서 갓 뽑아낸 듯한 색감이다.
작품이 너무 많아 미술관에서 점심을 했는데 직원 친절하고 규모 넓직하며 음식 깔끔한 미술관 내 식당이 있다. 치킨요리를 시켜 밥이랑 먹었는데 여기가 서울인지 타이페이인지 헤깔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