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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가 주는 행복과 희망을 확인한 시간

[ 산불 피해 복구 기금 마련 바자회 ]

by 삼분카레


2025년 4월 19일 고래이야기 작은 도서관에서는 바자회를 개최했습니다. 얼마 전 영남 지역에 발생한 산불로, 30명의 인명피해와 서울 면적의 80%가 불타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남긴 사실 기억하시지요? 몇날 며칠 동안 잡히지 않는 불길에 온 나라 사람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야기되었을 법한 건조 바람에 의한 심각성이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사건이었습니다. 타고난 재로 폐허가 된 어려운 이웃을 위해 함께 마음을 보태고자 [산불 피해 복구 기금 바자회]라는 제목으로 손을 걷어붙였습니다.


아픔을 함께 나누고 회생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아끼지 않는 것이 우리의 국민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테지요. 어릴 적 TV 화면 모퉁이에서 이재민 돕기, 불우이웃돕기와 같은 이름으로 늘 모금하던 장면이 생생합니다. 연말이면 방송국 스튜디오에 직접 봉투를 들고 한 줄로 서서 모금하기도 했었지요. 뉴스 마지막에는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입금한 회사명과 인명이 호명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뉴스가 늘 가까이 있었고 보고 자라서인지 누군가 어려움에 부닥쳤다는 소식을 접하면 보고만 있을 수 없게 체득이 된 것 같습니다.


고래 이야기에는 그러한 사람들이 많이 모였나 봅니다. 어려움에 부닥친 이웃을 보거나 누군가가 도움이 필요할 때 기꺼이 눈을 크게 뜨고 할 수 있는 일이 없나를 살피는 사람들입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도울 방법을 의논했고 바자회로 결정 나고부터는 그 자리에서 웹자보를 만들고 홍보에 돌입했습니다. 왜 모든 일은 계획한 대로 잘되지 않는 것이 다반사이지 않습니까. 마음가짐을 단단히 먹고 시작해도 늘 변수가 생기는 것이 세상사라지만 이번 일만큼은 신기하리만큼 순조로웠습니다.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였습니다. 단 하나 날씨가 애를 먹이긴 했지만요.


바자회 일주일 전부터 내내 일기예보를 보며 마음을 졸였습니다. 비 올 확률 8.90%의 수치에 변화가 생기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이변은 없었지요. 다행히 비가 숨바꼭질하듯 왔다 갔다 변덕을 부려주어 그런데로 괜찮았습니다. 또 다른 문제 강풍이 아니었다면요.


날씨와는 달리 행사는 대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많은 분의 도움과 관심이 없었으면 결코 이뤄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고래이용자들과 운영진이 인맥을 총동원하여 가족, 친지, 친구, 지인들에게 후원금을 부탁하는 메시지를 뿌렸습니다. 타지역에 있어 바자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주로 후원금을 보내 주었습니다. 집안의 단톡방에도 올렸습니다. 비록 학생이어서 돈을 벌지 못한다 해도 커피값 한잔 아껴 기금 마련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번에 후원 못 한다 해도 이웃을 돌아보는 실천을 공유하고 싶었거든요. 가족, 친지들은 좋은 일 한다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기부 물품이 물밀듯 들어왔습니다. 택배로 보내주신 분, 직접 고래로 배달해 주신 분뿐만 아니라 손수 제작한 퀼트 제품을 보내주셨고, 또 누군가는 동생이 운영하는 액세서리 가게에서 또 누군가는 남편의 공장에서 가져온 다량의 옷을 기부하셨습니다. 마을 분들은 옷, 책, 가전제품, 장난감 등 온갖 물품을, 고래 이용자이신 꽃집 사장님은 제라늄과 카랑코에 화분을 후원해 주셔서 바자회는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장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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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먹거리죠. 고래 이야기 운영진 남편분은 식당을 운영하고 계시는데 손수 만드신 대량의 떡볶이를 기부해 주셨습니다. 요즘 자영업자들의 고초가 얼마나 큰지 모두 아시잖아요. 사장님 사정도 좋지 않다는 걸 뻔히 아는데도 기어이 산불 피해 주민들을 돕고 싶으시다며 재료비조차 일절 받지 않았습니다. 녹두전, 부추전, 수제 빵 등 준비해 오신 분들이 재료비를 직접 부담하시고 요리 기부까지 해 주었어요. 이웃 상인들은 홍보용 벽보 부착을 기꺼이 허락해 주셨고요. 도서관을 이용하는 어린이들도 바자회에 동참해 주었습니다. 물품 판매와 음식 도우미들은 녹초가 되도록 애써주셨고요. 구매하러 오신 동네 분들과 각 분야의 지인들이 아니었으면 바자회가 무슨 의미가 있었겠습니까.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오셔서 만족스럽게 물건을 구매하고 맛난 음식을 먹으며 동참해 주어 바자회는 더욱 빛이 났습니다.


교육 후견인제로 우리와 인연을 맺었던 청년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물건에 정성까ᅠ갓 메모를 남겨 보태었습니다. 사연을 보니 얼마나 본인이 아끼던 물건이었는지 알 수 있었어요. 멀리 구리에 사는 제 친구는 도우미를 자청했고 싸게 물건을 샀다면 양손 가득 들고 갔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마을의 기타밴드가 와서 바자회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해 주셨고요. 이 외에도 물심양면으로 함께 해주신 분들을 헤아릴 수도 없네요.


강풍 때문에 힘들었지만, 바자회는 대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기금은 목표액을 훌쩍 넘어선 오백여만 원이 걷혔습니다. 모두가 산불 피해민들을 생각해서 애써주신 마음의 힘입니다. 역시 힘은 합쳐질 때 더 큰 의미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2, 3천 원짜리 물건 팔아서 몇 푼이나 모일까 염려하는 목소리가 없진 않았지만, 액수보다는 마음을 모으기로 하고 강행했던 것입니다. 물건값보다 더 많은 값을 지불하고 잔돈을 받지 않겠다는 분이 많았고, 좋은 일을 맡아서 해 주는 고래 이야기를 칭찬하고 가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함께’가 주는 행복과 희망을 느낄 수 있어서 가슴 뭉클했습니다. 피해 주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을 되찾길 바라며, 모은 기금은 경북 여성농민회에 전달될 예정입니다. 여러 방면으로 바자회에 동참해 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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