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허무한 허과장

제1화: 허과장은 누구인가?

by 흐릿한형체




올해로 만 40살이 된 허과장은 전문대학 졸업과 동시에 대기업에 입사한 이른바 대감댁 노비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만 지내 왔지만 허과장에게 주어진 자리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지역에서의 근무였다.

파견으로 2년 정도만 그곳에서 근무할 거라 생각했던 허과장은 어느새 16년간 같은 자리에서 일하고 있다.

사실 허과장은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학벌이 어떻고 직장이 어떻고 심지어 군대도 친구가 간다니 나도 가볼까 싶어 입대를 했었다.

취업을 어디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고 역시나 친구가 지원한다는 회사에 지원해서 합격했다.


면접 때는 초대 졸 주제(?)에 회사의 임원진까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었다.

이 정도면 얼마나 세상에 관심이 없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허과장은 세상, 대한민국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알고 싶지 않아도 피부로 자연스레 스며든다.

대졸 공채가 아니면 승진할 수 있는 상한선이 있으며,

서울 본사 근무는 그들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 아닌 혜택이었다.

시작 급여 차이는 물론 그들은 정규직으로 시작하는 반면 허과장은 계약직 2년을 거쳐 정규직 전환이 될 수 있었다.

티브이를 통해 웃음거리로만 보던 만년 과장, 그게 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시작한다.


물론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허과장은 누군가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한다.

조용히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성실하게 자기 할 일만 묵묵히 해내는 것이 좋았다.

허과장이 소속된 부서의 임원 및 팀장이 모두 서울 본사에 있어 눈치 볼 일이 거의 없고,

꽤나 자유스러운 근무 환경이 허과장과 잘 맞았다.

소위 워라밸이 좋은 환경이었다.

지방 근무를 16년 동안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그리고 진급 체계도 달랐기에 직급 정년이 적용되지 않았고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마음 편히

'만년 과장'이 될 수 있었고, 정년도 쉽게 보장받을 것으로 기대됐다.

급여 수준도 나쁘지 않았다.

같은 연차로 보면 높은 수준의 연봉은 아닐 수 있지만

같은 나이대로 보면 상위 수준의 연봉을 받았다(복지 혜택은 말할 것도 없이 좋았다).

그렇게 행복한 미래만 그려오던 허과장은 만 40살이 되면서 불안감에 휩싸인다.

미래가 어느 순간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또 허무했다.

'정년까지 회사에 내 자리가 있을까?'

'회사가 망하면 어떡하지?'

'스펙도 없는 내가 다른 직장을 구할 수 있을까?'

'대감집에서 쫓겨나면 내 가치는 무엇으로 평가될 수 있을까? 그저 실업자?'

'미래는...?'


이 이야기는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보다 긍정적으로 살아가려는 40대 직장인, 허무한 허과장의 고군분투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