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허무한 허과장

제3화: 월급은 나의 도파민

by 흐릿한형체




허 과장은 여느 사람들과 다름없는 교육과정을 거치며 자라왔다. OECD 국가 중 경제 지식이 가장 부족한 국민이 대한민국이라던가. 허 과장 역시 경제 지식이 매우 부족했다.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던 이유는 그가 속한 작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그랬기 때문이었다.


직장에 취업을 하고 일에 투입한 내 시간을 대가로 월급을 받고, 월급으로 생활을 하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럽다고 여겼다. 월급은 모두 사용해도 아무런 위험 부담이 없기에 허 과장은 하고 싶은 것을 다 했다. 남 눈치 볼 필요 없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는 행위에는 쾌락이 있었다. 도파민 중독과 같은 짜릿함이 있었다. 소비는 소비를 부르고 점점 짧아지는 만족감에 더 소비를 하게 되는 구조였다.

그렇게 소비 생활을 즐기던 허 과장은 제한된 월급의 벽에 갇히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더 하고 싶고, 사고 싶은 물건이 있는데 더 이상 쓸 돈이 없었다. 지금 사야만 기분이 좋을 것 같고 한 주 업무를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감정이 몰려왔다. 그렇게 허 과장은 가능한 방법을 찾으며 희망회로를 돌리기 시작했다. 거기서 마치 구세주처럼 나타난 것이 카드사의 리볼빙 서비스였다.


리볼빙은 이번 달 카드값을 모두 안 갚아도 된다고 했다. 심지어 10%만 갚아도 신용에 문제가 생기거나 하지 않았다. 조금의 수수료만 내면 된다고 했다. 이 솔깃한 상품을 허 과장은 마치 카드사의 혜택으로 생각했다. 대감집 월급쟁이라 이용할 수 있는 특혜라고도 생각했다. 허 과장은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가지고 싶었던 물건을 구매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벽에 막혀 출구가 없었는데 지금은 끝이 보이지 않는 고속도로가 눈앞에 깔린 기분이 들었다. 다시 인터넷 서핑을 하며 사고 싶은 물건을 찾아보고 가고 싶은 여행지를 둘러본다. 도파민이 터졌다.


사실 허 과장은 월급을 다 쓰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취업과 동시에 엄마 지인이라는 분에게 연락이 왔다. 보험설계사라고 했다. 유니버설 종신보험이라는 상품인데 사망보험금도 있고, 납입금액은 소멸성이 아니고 저축이 되는 돈이라고 했다. 저축에 대한 지식은 군대에 있을 때 강제적으로 가입했던 나라사랑 적금이 다였다. 전역할 때 만기가 된 적금을 받았을 때 꽤나 큰 소비를 할 수 있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저축을 해서 더 큰 것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허 과장은 과감하게 월 50만 원씩 보험금을 납부하기로 하고 매월 자동이체로 지급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허 과장은 보험사에 저축된 금액을 문득 확인하고 싶어졌다. 열심히 보험사 어플을 설치하고 로그인을 하고 계약내용 및 적립금액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매월 적립금액에 개월수를 곱한 금액이 확인되어야 하는데, 적립금액과 별개로 평가금액이라는 게 있었고, 해약환급금이라는 게 있었다.


‘왜 내가 낸 돈을 다 찾을 수 없는 거지?’


이때 허 과장은 수익률, 사업비, 리볼빙 이자율이라는 개념을 알 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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