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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어도 수영장에 갑니다>겨울수영,생각보다 안 추워요

가을수영, 겨울수영, 해봐! 하나도 안 추워

by 산책이

여름 수영의 묘미는 시원함이다.

뜨거운 태양 아래, 몸이 녹아내릴 듯한 더위를 피해

시원한 물속으로 들어가면 그만큼 짜릿한 게 없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입수하면 '아 시원해!'가 절로 나온다.


이 느낌이 좋아 여름에는 수영장 가는 발걸음이 무척 가볍다.

빨리 입수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설렌 적도 있다.

수영 후 깨끗이 샤워하고 체육센터를 나서면 머리끝에서부터 불어오는 여름 밤바람이 정말 상쾌하다.



수영장 러버들이라면 다 아는 이 기분!

그래서 여름에는 수영장에 사람이 진짜 많다.

턱이 안 다물어질 정도로 놀라운 인파에 휩싸였던 8월의 주말이 떠오른다.


사람들 다 어디 갔나 했더니 여기와 있네 싶을 정도로

여기가 수영장인지 워터파크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였다.

사람들 틈바구니에 눈치를 보며 수영을 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코끝이 시리다 못해 옷소매가 길어진 계절이 찾아왔다.




올해는 가을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가파르게 기온이 하락해 10월인데도 초겨울 날씨다.


피부로 느껴지는 감각부터 다르다.

샤워실에 들어서자마자 샤워기 온도를 맞춰야 한다.

예전처럼 레버를 같은 위치에 두었는데, 물이 닿자마자 온몸이 움찔한다.

피부가 곧장 알려준다. 예전과 같은 온도지만, 이건 너무 차갑다고.

이쯤 되면 슬슬 걱정이 몰려온다. 수영장 물이 너무 차가우면 어쩌지. 감기 걸리면 어쩌지.

그런 걱정이 들면 샤워를 하며 조금씩 레버를 찬 물로 돌린다. 경건하게 수영장 입수를 준비한다.


샤워실에서 나와 수영장으로 입장하면 역시 기본을 지켜야 한다. ‘근본이즘’이라고 해야 할까.

물속으로 바로 풍덩-하고 빠지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건 우리가 유치원 시절부터 배운 방식이 아니다.

레인 앞에 걸터앉아, 심장에서 먼 부위인 발부터 물에 담근다.
그리고 두 손으로 물을 퍼 양팔에 뿌리며 온도를 맞춘다.
그다음은 배 주변으로 심장까지 올라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얼굴.
얼굴에 물을 세 번쯤 뿌리고 나서야 비로소 입수를 한다.


그런데 막상 물에 들어가면 생각보다 으슬으슬 춥지도 않다.
지역 체육센터는 마을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물 온도를 기가 막히게 조절한다.
약간 미지근한 듯하면서도 살짝 차가운 느낌. 걱정이 괜한 기우였구나 싶다.

물론 물이 너무 따뜻해도 문제다 레인을 몇 번 돌고 나면 혈액이 돌기 시작해 얼굴이 벌게지기 때문이다.


하루는 “오늘 물이 너무 따뜻한 거 아니야?” 싶었는데, 주변 아주머니들도 같은 말을 하셨다.
역시 수영인들은 감각이 통한다. 며칠 뒤, 정말로 물 온도가 딱 적당하게 조절되어 있었다.

누군가 이야기한 건지, 사람들의 대화를 엿들은 건지, 신통방통하다.


하지만 초겨울이 되면, 입수할 때는 여전히 춥다.
그래서 나는 기본 수칙을 지킨 뒤, 물에 들어가 양팔을 모으고 뜀뛰기도 10번 한다.
몸을 덥히는 나만의 의식 같은 것. 그다음엔 25m 레인을 네 번 왕복한다.

100m쯤 헤엄치면 몸이 금세 데워진다.


그날도 평소처럼 뜀뛰기를 하는데,
유난히 물이 차갑게 느껴졌다. ‘오늘은 20번 해야 하나?’ 하는 순간,
늘 같은 시간에 마주치는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해봐, 하나도 안 추워!” 그 말이 어쩐지 다정하게 들렸다.

“그래요?” 하며 나는 바로 벽을 박차고 앞으로 돌진했다.
처음엔 차갑다 싶더니, 금세 익숙해졌다.
“역시, 딱 이 온도야.”


겨울 수영이 추워서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건 기우다.
수영장은 늘 우리를 위해 물 온도를 조절하고,
우리의 몸은 놀라울 만큼 잘 적응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걱정 많은 사람들 덕분인지 겨울의 수영장은 한산하다.


여름엔 레인마다 10명씩 들어가던 곳이 지금은 내 레인처럼 여유롭다.

겨울 수영을 고민하고 있다면, 지금이 적기다.
차가운 물에 한 번 들어가 보라. 그 온도 속에서 오히려 따뜻한 나를 만날 수 있다.


이제 여름수영은 끝났다.

그래도 나의 수영은 계속된다.

추워진 날씨 때문에 망설여지는 사람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해봐요! 하나도 안 추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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