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는게 남는거다.
한달전쯤 이 집 거래해주는 부동산업자와 대판 싸웠다고 글에 이미 썼었다.
남과 그렇게 크게 싸운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썼다.
그런데 이사 날자에 그 부동산에서 마지막 처리를 하자고 연락이 왔다.
물론 집주인에게서.
나는 그 부동산업자를 다시 보고 싶지 않다고 강력하게 이야기했다.
관리사무소에서 기타 일들을 내가 다 처리해두겠다고(그딴 것 처리하느라고 그 여자를 보고 싶지는 않다.)
새 곳으로 이사가는데 부정타고 싶지 않다고
과학을 하는 사람이 부정탄다는 표현은 그렇지만
이해를 빠르게 시키려면 강력한 의사 표현이 필요할 때도 있다.
더러워서 피하는 거다.
내 마음도 더러워질까봐 피하는 거다.
내 생애 최악의 부동산업자이다.
이사 업체와 도배 담당자만 잘해주면 될 것 같아서
오늘 다시 한번 이사 업체에 고양이털 청소부분을 확인한다.
아들 녀석이 데리고 온 고양이 한 마리가 힘든 이사를 더더욱 힘들게 만들지만
정작 아들 녀석은 아무런 관심도 없다.
물론 이사 당일과 다음날까지 연가처리는 하고
나를 도와줄 강력한 하나뿐인 우군이기는 하다만
잔소리를 좀 할까 하다가 피한다.
잔소리를 해야 소용도 없고 서로 기분만 나빠질테니 참는다.
내 마음이 더 더러워질까봐 참는거다.
아들 녀석과 사이가 나빠지면 나만 더 힘들다.
그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을테니까.
남편에게는 기대치가 손톱만큼도 없는데
아직 아들 녀석에게는 기대치가 남아있다.
더럽다고 피하고 싶은 마음은 아직은 안 생긴다.
내일 나에게는 선택지가 두가지 있다.
하나는 서울숲과 성수쪽에 안녕을 고하는 일과
다른 하나는 뚝섬한강공원과 작별을 하는 일인데
방금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러 나갔더니 기온이 급하강 중이다.
괜찮다.
다시 또 만날 것이고(성수쪽에서는 1월 회의가 한번 예정되어 있다.)
한강도 여전할 것이고(한강버스는 안타는 것으로 마음을 정했다.)
추위는 피할 수 있음 피하는 게 상책이다.
꼭 선택을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추위에 지는 척 넘어가도 된다. 그게 남는 것일게다.
쓰레기 분리수거하러 갔다가 달을 만나는 득템을 이루었으니 오늘은 이것으로 되었다.
속절없이 또 하루가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