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14
예비 실험의 중요성
교과서를 써 본적이 있다. (심사에서 탈락하여 세상에 나오지는 못했지만)
교육과정이 바뀔 때 마다 교과서도 바뀐다.
교육과정은 바뀌지만 교과서 내용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동감이다. 다만 어느 부분이 빠지고 더해지고는 있다.
시대도 반영하게 되고 논란이 되는 내용은 다른 내용으로 수정하게 된다.
오래전에는 암모니아를 활용한 확산 실험이 있었다.
확산이란 옆집에서 굽는 고기 냄새가 우리 집까지 퍼져오는 것과 같은 분자 운동을 말한다.
한번 만 해보면 도저히 강한 냄새 때문에 그 실험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알게 된다.
그런데 왜 교과서에 있었을까?
직접 실험을 해보지 않은 분들이 이론적으로 생각하면 완벽한 실험이므로 넣었던 거다.
실험과 이론은 그래서 같기도 하지만 많이 다르기도 하다.
오늘 다음 주에 있을 과학실무사 연수 준비를 위해서 예비 실험을 하였다.
과학실무사라 하면 학교에서 일어나는 과학실험을 위한 다양한 준비를 해주시는 분들이다.
그 분들의 실험 역량이 높아지면 과학 교사들은 더 질 높은 수업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중요한 연수에 무언가 봄과 어울리고 최신 학문 경향도 반영한 실험을 구성하고 싶었다.
식물을 활용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하여 실험도 하고 실험한 화분 한 개씩은 가져가는 보너스를 드릴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식물 재배 및 식물 키우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각 종 센서에 대한 활동으로 구성하려 한다.
먼저 핸드폰으로 측정 가능한 센서 활용 어플리케이션을 검색해보고
이후에 식물 생장 LED 센서등, 식물 물주기를 알려주는 습도 센서, 실내의 이산화탄소량을 측정하는 이산화탄소 센서 등을 활용해보려 한다.
연수 예산이 많지 않아서 본교 예산으로 1개씩을 미리 구입하였다.
수경재배 화분은 다른 것은 없고 LED 센서등만 있었다.
이러려면 꽤 비싼 이 화분 대신 그냥 화분 위에 LED 센서등만 사서 붙이는게 훨씬 더 경제적이다.
(지나치게 커다란 포장과 쓸모없는 기구들이 너무 많았다. 차라리 그것 대신 모종을 넣어주는 것이 훨씬 더 쓸모 있지 싶다.)
습도 센서는 핸드폰과 연동하여 식물에 물이 필요할 때를 알람으로 알려주는 것인데, 핸드폰 연동까지가 과정이 복잡하여 디지털 역량이 부족하면 세팅이 쉽지 않았다.
어르신들이 음식 주문 키오스크를 사용하는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학교의 인터넷망은 보안이 나름 철저하여 다른 곳에 가면 접근이 안된다.
그러므로 습도 센서를 장치해준 화분에 물 줄때가 되었다는 알람이 방학이나 주말에 내게 전달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IOT 시대인데 아직도 학교와 외부는 인터넷망에 있어서는 연결이 되지 않는다. 아니 단절 수준이다.
이 모순을 고려하여 연수 수업안을 어떻게 운영하여야 할 것인가가 오늘 나에게 부여된 미션이다.
물론 능력이 뛰어난 몇몇 분들이 학교 인터넷망도 뚫어서 생활기록부 등을 망가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 우려 때문에 보안이 특별히 필요한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이 부분때문에 학교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특히 디지털기기를 활용한) 시도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8년전 처음으로 IOT 화분을 시범적으로 활용하면서 느꼈던 벽을 다시 한번 경험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한 것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다.
그나저나. 그 특출하신 분들이 최강야구 직관 티켓을 매크로로 다 쓸어가서
정말 가보고 싶은 나같은 1인들은 취소표나 눈 빠지게 기다려야 하는 피켓팅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패배요정이지만 직관은 열렬히 가고 싶기는 하다.
타고난 디지털 시대를 쫓아가기에는 나는 너무 똥손이고 노안인데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