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돌프 오너먼트 & 크리스마스 리스
이전 글에 이어 남겨보는 후기글. 처음에는 아이들과 간단한 수업을 해보고 싶었으나 일회성 행사다 보니 여러 어려움이 예상됐다. 사전에 모집 인원과 연령을 알 수 없다는 점도 컸다. 유치원부터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어린이가 올 것으로 보고, 결국 간단한 설명을 포함한 난이도가 다른 활동을 여러 개 준비하게 되었다. 구성은 크게 휴지심을 재활용한 루돌프 만들기와 컬러 접시로 만드는 크리스마스 리스, 그리고 비교적 쉬운 활동지. 늘 기획만 하다가 직접 활동지를 그리다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남편의 오래된 갤럭시 탭이 빛을 발하던 순간이다. 직접 만든 포스터가 하우징 곳곳에 붙자 그제야 '진짜 하는구나!' 조금씩 실감이 났다.
행사 당일, 열 명 남짓 모집된 인원이 16명으로 늘었다고 알려왔다. 갑자기 마음이 바빠지면서 넉넉히 준비했지만 혹시 모르니 활동별로 몇 개씩 더 준비했다. 설명서도 급히 추가하느라 진땀 뺐네. 하우징 스텝이 이런저런 배치를 도와주며 현장 세팅을 함께 했고, 소식을 들은 이웃들도 와서 도와주었다. 아이들이 하나 둘 오다가 어느덧 꽉 찬 행사장. 저마다 조잘거리며 열심히 집중해서 만드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니 기쁘고 뿌듯했다. 이 맛에 이런 걸 하는 거지!
생각보다 활동지의 인기가 좋았다. 엄마, 아빠와 셋이서 저마다 원하는 선물을 그려 넣으며 토론하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남는다. 활동이 여러 개일수록 아주 간단한 액티비티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도 배우게 됐다. 일전에 현지 박물관 등에서 비슷한 행사를 하는 것을 보고 생각보다 활동이 간단하여 의외라고 생각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던 것. 또, 한국과 달리 이런 행사에는 부모가 필히 동참해야 한다는 게 신기했다. 우리는 보통 아이들이 놀이하는 동안 부모는 밖에서 쉬기도 하지 않던가? 여러 범죄에 노출되지 않기 위함이라 예상해 본다.
아이들은 즐거이 놀이하고, 긴긴 겨울 아이와 무엇을 할지 고민인 부모는 놀이 시간이 생겨서(?) 좋고, 나 또한 귀한 경험이 되었다. 무엇보다 학부 시절 직접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도서관을 컨택하거나 왕복 3시간이 훌쩍 넘는 거리의 청소년 수련관에서 봉사 활동을 하면서도 마냥 즐거웠던 때가 생각났다. 잊고 지냈던 다양한 감정들을 떠올리며 새해를 준비할 수 있는 힘이 돼주었다. 오히려 내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