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 생각보다 많이 퍼져있다.
# 20
추석 때였다. 나는 여느때와 같이 지인들에게 안부 연락을 돌렸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연락하고 지내던 초등학교 동창 한 명에게 생뚱맞은 답장이 왔다. 종교가 있느냐고. 무교라고 답하니 본인이 공부하고 있는 성경이라며 삶을 왜 살아야 하는지, 죽음이란 무엇인지 등 살아가면서 궁금하지만, 답을 얻기 힘든 것들을 모두 알 수 있는 곳이라고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사이트를 보냈다. 그러고는 친구 본인과 친구가 “우리 증인들”이라 칭하는 그들에 대해 더 자세히 듣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수혈과 병역거부, 혼전 순결, 무엇보다 생일을 챙기지 않는다는 정보를 얻었다.
큰아이의 유치원은 생일 당일에 파티를 해준다. 그런데 같은 건물에 살며 같은 반인 데다 생일까지 비슷한 아이가 생일 파티를 하지 않길래 아침에 등원할 때 파티를 하지 않느냐고 여쭸다. 종교적 이유라던 어머님은 얼마 뒤 한 통의 편지를 건네셨다.
‘안녕 다마스야. 얼마 전 네 생일이었지. 그때 내가 선물을 안 줬어. 그건 내가 생일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야. 내가 배우는 성경책에는 생일을 지키라는 말이 없지. (후략)’
그렇다. 대개는 생일을 ‘챙긴다’라고 표현하지만 그들은 생일을 ‘지킨다’라고 표현한다. 편지를 보니 그 아이의 부모님이 ‘여호와의 증인’ 임이 틀림없었다. 이틀 정도 뒤 “혹시 ‘증인’이세요?” 하고 여쭈니 화색 된 얼굴로 증인을 아냐고 반문하셨다. 가까운 주위에 이렇게나 많이 있다니. 그들에 대해 듣다 보니 평소라면 관심 없이 지나쳤을 길거리 전시대 포교가 ‘여호와의 증인’ 이었음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